산별노조인 금속노조 집단탈퇴 가능할까?

2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발레오전장 노조 조직형태변경 심리 공개변론

28일, 대법원은 양승태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참석한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열고 2010년 발레오전장의 노조 조직형태변경을 심리했다. 이날 심리에서는 하급심의 “산별노조에 소속된 지회는 독립적인 단체로 볼 수 없다”는 판결에 반박하는 변론도 제기됐다.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주)의 기업노조(금속노조 집단탈퇴)인 발레오전장노조 측부터 변론을 시작했다. 이들은 ▲발레오만도지회가 조직형태변경 당시 독립적 실체를 가졌고, ▲금속노조는 교섭에서 형식적인 결제만을 수행했으며 ▲절대다수의 조합원이 선택한 결과이고 ▲조직형태변경은 노동자의 단결권인 헌법상의 가치를 위한 것이며 ▲이 때문에 산별노조의 조직 규약보다 우선한다고 주장했다.

기업노조 측 소송대리인인 이욱래 변호사(법무법인 유한 태평양)는 “헌법에서는 노동조합의 자유를 천명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권리와 자유를 천명하고 있다”며 “노조는 법적 도구에 불과하다. 절대다수의 조합원이 선택한 결과인데 극소수의 조합원만 이익을 누리게 한 것이 원심판결의 근본적인 문제점이다. 조직형태변경을 통한 선택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되는 최상위 가치므로 산별노조 조직 보호보다 우선한다”고 말했다.

참고인 진술에서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순한 형식이나 명칭에 얽매이지 말고 근로자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노조의 개념은 다원적이다. 적극적 단결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효과를 지향하는 것이 헌법 조화적인 법률해석이다. 노조 개념은 교섭 능력 여부와 상관없이 노조 독자적으로 체결해야 한다”며 조직형태변경이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총회 의결을 통한 방식으로) 외부에 표명될 정도로 조직화 된 상태라면 조직형태변경의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며 “원심판결을 확정한다면 산별노조가 기업노조로 회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산별 조직형태가 강제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는 지나치게 형식적인 해석”이라고 덧붙였다.

금속노조의 소송대리인인 김태욱 변호사(금속노조법률원)는 ▲신규 노조 설립은 개별 탈퇴로 충분히 가능한데 금속노조 규약을 어겨가며 조직형태를 변경한 것은 잘못 ▲조직형태변경은 창조컨설팅과 발레오 사측이 공모한 노조 파괴작업으로 어용노조를 만드는 것을 목표한 것 ▲산별노조는 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파기환송시 기업의 부당노동행위가 급증하고 산별체제도 파괴될 것 등을 지적했다.

발레오만도지회가 독립적 실체가 있는 조직인지의 여부는 조직형태변경이 적법한 지와 연관된다. 하급심에서 “독립한 단체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독자적인 단체교섭 능력과 단체협약 체결 능력이 있는 등 독립된 노조로 평가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산별노조의 하부조직이 조직형태를 기업별 노조로 변경할 수 있다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김태욱 변호사(금속노조법률원)는 “독자적 교섭 및 협약 능력은 교섭 담당자가 아니라 교섭 당사자에게 있다. 금속노조 규약과 발레오만도지회 규칙상 독자적으로 교섭을 체결할 수 없다”며 “집단교섭에 지부교섭단이 교섭에 나서도 지부 및 사업장의 교섭은 독자적 교섭이 아니라 금속노조위원장의 위임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산별 산하로 조직형태변경할 수 있으면 기업노조로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형식적인 이야기”라며 “현행 노동조합법은 조직형태 변경의 주체를 노조로 보는데, 단위 노조인 지회는 노조법상의 노조라고 볼 수 없다. 이를 인정하면 사용자의 개입 가능성이나 노노갈등 등 다양한 현실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직변경에서는 실질적 동일성도 인정돼야 한다. 근로자 범위의 동일성이라는 요건 외에 다른 요건도 갖춰야 한다. 노조가 변한다면 동일성이 충족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해 하급심에서는 조직형태변경의 무효 사유 중 하나로 “전후 조합의 실질적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조직형태변경이) 허용되어야 하는 점”을 들었다.

대법관의 질의도 이어졌다. 이상훈 대법관은 발레오전장노조 측에 “(조직형태변경 당시) 조합원들의 진정한 의사로 (조직형태변경을) 결의한 것인가”라고 물었고, 이에 이욱래 변호사는 “정확하게 말씀드릴 입장은 아니다. 만약 창조컨설팅 때문에 조정됐다면, 5년의 시간은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그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면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조합원의 의사를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용덕 대법관은 금속노조 측에 “(산별노조의 지회 단위의) 독립성을 인정한 경우는 없느냐”고 물었고, 김태욱 변호사는 이에 “여러 사례가 있지만, 소송을 제기한 경우는 대부분 형태변경 무효판결을 받았고, 형태변경이 된 경우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법적 판단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심리를 종결하며 “여러 분야의 법리가 서로 교차하기 때문에 조화롭게 해석하기가 어려운 쟁점”이라며 “양족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대법원은 법과 원칙에 따라 독립적으로 모든 쟁점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말

박중엽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