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대통령 비판을 명예훼손으로 구속하는 사회, 괜찮을까?

‘박근혜 전단지’ 구속 수사에 “표현의 자유 위협”, “공안 통치” 비판 봇물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지를 뿌린 시민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구속해 수사하고 있는 수사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오후 4시, 대구지방변호사회 인권및법률구조위원회 등 9개 인권·법률·종교·시민사회단체는 대구시 수성구 대구지방변호사회관에서 ‘시민의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논한다-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지 배포로 인한 명예훼손 사건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전단지를 제작한 박성수 씨는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달 28일 체포돼 30일 구속됐다.

류제모 대구지방변호사회 인권및법률구조위원회 변호사는 “검찰의 주장은 박성수 씨가 전단지 제작·유포 및 페이스북 표현 등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정윤회가 연인관계에 있다’는 허위사실, ‘세월호 사건 발생 당시 두 사람이 같이 있었다’는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는 것”이라며 공소사실 요지를 설명했다.

류제모 변호사는 검찰이 허위사실이라고 문제 삼은 ‘정윤회 염문을 덮으려고 공안정국을 조성하는가’, ‘산케이 신문이 7시간 동안 박근혜와 정 모 씨의 남녀관계를 암시하는 기사를 썼다가 고소됨’등의 문구가 사실을 적시한 것인지, 대통령이라는 국가기관이 명예훼손죄의 객체가 될 수 있는지를 따져 물었다.

류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윤회가 연인관계에 있다고 적시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소문이 있다는 것을 적시한 것에 불과하다”며 “박근혜 정부의 공안정국 조성, 언론탄압, 비정상적인 인사권 행사 등 국정운영방식에 대한 비판과 항간에 떠도는 소문이 있는 것 같다는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 판례가 지적하듯이 국가 권력을 담당하고 있는 정치인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과 감시는 국민의 당연한 권리이고 의무다. 박성수 씨는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으로서 현 정부 정책이나 국정 운영방식이 잘못된 것이로 판단하고 자신의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며 “본 사건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며 우리 사회의 민주성과 타인에 대한 관용 및 이해의 척도를 나타내 주는 것이라는 점에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권을 비판한 시민을 압수수색, 체포, 구속 하는 등 이례적인 수사에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높았다.

김일우 <한겨레> 기자는 “경찰이 출석요구서를 보낼 때마다 범죄 혐의가 바뀌었다. 결국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되는데, 범죄가 있고 없고를 떠나 일단 입건하고 보겠다는 생각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며 “지난 6년 동안 경찰에 출입하며 기자생활을 하면서 피해자 고소가 없는데 수사기관이 알아서 수사하는 것은 처음 봤다. 명예훼손이 반의사불벌죄라고 해도 관행적으로 피해자가 문제 삼지 않으면 수사하지 않는 것이 수사의 상식이다”고 꼬집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마디로 공안 통치다. 현 정부가 과거 잃어버린 10년에대한 지나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닌지, 오히려 3~40년 전 시대로 되돌아가겠다고 작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국가의 구성원이 국가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지 못하면 그 국민은 누군가에 의해 지배당하는 사람이다. 이런 것은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표현의 자유는 시민의 정치적 권리이자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결국 사회적 약자 또는 소수자가 사회로부터 겪는 억압, 차별, 배제, 양극화 문제를 집회, 전단지 살포 등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한다”며 “진영논리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이 한 사건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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