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 범죄 침소봉대...‘정신장애인은 살인마’?

정용기 새누리당 의원, 정신장애인 예비범죄자로 낙인 찍어

  정용기 의원의 국정감사 보도자료. 정신장애 범죄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제목 아래 요약에 '정신장애 살인마'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국정감사 기간에 정용기 새누리당 의원(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이 정신장애 범죄 문제가 심각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이는 정신장애 범죄를 침소봉대해 정신장애인 및 정신질환자를 '예비범죄자'로 낙인 찍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 의원은 지난 1일,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정신장애 범죄자 3년간 17,421명이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이 자료를 보면 정신장애 범죄자는 2012년 5298명, 2013년 5858명, 2014년 6265명으로 증가했다. 경찰청, 검찰청 등에서는 정신장애 범죄를 정신이상, 정신박약, 기타정신장애 등 상태에서 저지르는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정 의원은 2014년 기준 정신장애 범죄의 범행 동기로 '기타'가 2636명으로 42.1%에 달한다는 점을 들며, 정신장애 범죄자들이 동기가 없거나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범행동기 자체가 없는 무동기 범죄나 정신적 기질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기타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이어 우발적 동기가 33.4%, 2091명으로 뒤를 이었다.

또한 정 의원은 지난 3년간 188명의 정신장애 살인 범죄자 중 94명(50.0%)이 동기가 없거나 정신적 기질 때문에, 64건(34.0%)이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정 의원은 이러한 내용에 대해 보도자료 상단 요약 부분에 ‘정신장애 살인마’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전체 국민 범죄율과 비교해도 정신장애 범죄율이 더 낮다!

그러나 전체 범죄 통계와 비교하면 정 의원의 이러한 지적은 일부에 불과한 정신장애 범죄의 심각성을 과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3년 경찰범죄통계를 보면 전체 범죄 발생건수는 185만 7276건이었으며, 정신장애 범죄는 전체 건수 중 0.3%에 불과했다.

정신질환 유경험자 대비 정신장애 범죄율도 극히 낮았다. 2011년 보건복지부의 정신보건실태조사를 보면 18세 이상 인구 중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이가 14.4%로, 약 52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와 비교했을 때 정신장애 범죄자 5858명은 겨우 0.1%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2013년 기준 전체 국민 5114만 1463명의 범죄율은 3.6%로 월등히 높았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살인범죄자 377명 중 정신질환이 있는 이가 21명으로 5.6%를 차지했으나, 정신질환이 없었던 이는 187명으로 49.6%를 차지했다. 강간이나 성추행 사건도 정신질환자는 0.8%인데 반해 정신질환이 없었던 이는 46.6%로 월등히 높았다. 폭력범죄도 35.7%가 정신질환이 없는 이, 35.6%가 취객들이 벌이고 있으나, 이중 정신장애 범죄는 0.5%로 극소수였다.

또한 대검찰청의 ‘2014년 범죄분석’ 자료를 보면 전체 범죄자 중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12.9%, 동기를 알 수 없는 경우가 40.7%로 드러났다. 정 의원의 지적과 달리 범행의 우발성이 정신장애 범죄만의 특성은 아닌 셈이다.

박미선 한국정신장애인연대 사무국장은 “통계상으로도 일반인보다 정신장애 범죄율이 낮을 뿐 아니라 정신장애인의 범죄성이 없다는 것은 정신과 의사들도 인정하고 있다”라며 “물론 정신장애인이 환청이나 망상으로 생각의 오류가 발생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지만, 이런 일은 정신병원에서도 가끔 가다 한 번 있을 정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박 사무국장은 “(정신장애인이) 동기와 이유도 없이 과격한 범행을 저지른다고 몰아붙이는 건 마치 일부를 전체로 호도하는 것”이라며 “이미 기존 사회가 ‘정신장애인은 범죄자’라는 등식을 깔고 있는데, 이런 통계를 제시함으로써 사회의 잘못된 사고방식을 심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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