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추모글’ 강제전보, 교육청 권고묵살

2달 전 “전보시, 해당 교원 의견 최대한 수렴”하라 했는데

동료교사들에게 세월호 참사 추모글을 보냈거나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담은 드라마를 학생들에게 보여줬다는 이유로 교사들을 강제로 전보시킨 서울 동국대부속고등학교(동대부고)가 교육청의 권고를 외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전교조 서울지부 등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해 12월1일 ‘사립학교 교원의 전보, 휴(복)직, 업무처리 유의사항 안내’ 제목의 공문을 전체 사립초와 중‧고, 특수학교에 보냈다. 문제가 된 동대부고도 같은 날 서울교육청의 공문을 받았다.

교육청 공문 2달 뒤 벌어진 ‘징계성 부당전보’

  서울교육청이 지난 해 12월 초 각급 사립학교에 공문을 보내 전보시에 해당 교원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할 것을 요청했지만 동대부고를 이를 외면했다. [출처: 최대현]

교육청은 이 공문에서 “교원의 전보시에는 최대한 해당 교원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 부분에 밑줄을 그었고 글씨 크기도 굵게 했다. 전보 대상이 된 교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동대부고는 2달여 가량이 지난 뒤인 지난 3일 세월호 참사 추모글 회람하고 드라마 <송곳>을 보여준 두 명의 교사에 대한 강제 전보를 최종 확정했다. 동대부고를 운영하는 동국학원은 3일 연 299회 이사회에서 이들 교사의 강제 전보를 포함한 교원 인사에 관한 사항 안건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동대부고가 교원인사위원회를 열어 두 교사를 강제 전보 대상자로 올린 지 하루 만이었다. 이사회 관계자는 이사회를 마친 뒤 진행한 브리핑에서 “서울에만 5개의 학교가 있는데 원만하게 로테이션 시켜야지, 학교도 발전하고 개인도 발전한다고 생각한다”며 “법인은 해당학교 인사위원회와 법인의 인사자문위원회 등을 거쳐 원칙에 입각해서 인사를 했다. 일부 전교조 교사들이 반발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제 전보가 될 교사들은 전보를 원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글을 동료교사들에게 보냈다는 이유로 두 차례의 학교장 경고장을 받고 강제 전보가 된 정 아무개 교사는 12월 중순 학교측에 낸 희망원에서 ‘희망하지 않음’이라고 냈다. 드라마 <송곳>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는 이유로 한 차례의 학교장 경고장을 받고 강제 전보가 된 김 아무개 교사도 ‘희망하지 않음’이라고 명시한 희망원을 제출했다.

그런데도 두 교사는 각각 같은 재단 내 의정부 영석고와 동국대부속중학교로 가야할 처지에 놓였다. 정 아무개 교사는 “(전보를)희망하지도, 동의하지도 않는데, 왜 내가 의정부로 가야하는 지 모르겠다”며 “교육청 지침에도 학교장의 이념적인 판단으로 전보까지 돼야 한다는 게, 답답하다. 학교가 민주적으로 운영되려면 교사들의 목소리를 똑바로 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아무개 교장은 “사립학교는 정관에 따라 인사를 한다. 이번에도 통상적인 정기인사로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불교단체들도 “부당전보 철회하고 사과하라”

불교단체들은 동국학원의 강제전보를 비판했다. 대한불교청년회와 바른불교재가모임, 정의평화불교연대, 참여불교재가연대 등 4개 단체는 지난 5일 내놓은 공동성명서에서 “교사의 교권과 노동권, 의사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의지에서 출발한 징계성 부당전보로 판단한다. 이는 ‘상생’의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 단체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학교운영에는 관심이 없고 학교구성원의 의사와 상관없이 조계종단의 권력과 자리지향에 따라 구성되는 이사회의 비민주적 구성과 종단 권력자 중심의 비민주적 운영에 있다고 판단된다”며 “조계종단은 교권 침해 사태에 대하여 즉각 사과하고 동국학원 이사회는 부당전보조치를 즉시 철회하고 원래의 약속대로 이사들은 즉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서울교육청은 동대부고 강제전보 관련한 상황 파악에 들어갔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5일 동대부고에 공문을 보내 전보 관련 회의록과 전보가 필요한 상황이 있는 지 등에 대한 자료를 오는 16일까지 보고하라고 통보했다. 서울교육청 중등교육관 관계자는 “철자적인 부분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두 교사는 전교조 서울지부와 함께 전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전보 취소소송 등의 법률적인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기사제휴=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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