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대법원의 '삼성전자 산재불승인' 판결 규탄

거대 삼성전자 업무환경 유해성을 산재 노동자가 입증할 수 있을까?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이 30일 대법원의 산재불승인 판결을 규탄했다. 앞서 대법원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던 중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삼성반도체 전 노동자 김은경 씨와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민웅(2005년 사망)씨의 부인 정모 씨 등 3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30일 확정했다.

함께 소송을 제기한 다섯 명의 원고 중 두 명의 산재는 인정했다. 대법원은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각종 유해 화학물질과 미약한 전리 방사선에 지속해서 노출돼 발병했거나 적어도 발병이 촉진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며 백혈병 발병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반올림은 법원이 '질병의 업무 관련성'에 대한 입증책임을 재해자 측에 부과하는 산재보험법의 문제점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이 '근로자들의 업무 내용에 따른 개별적 심리'를 강조하면서도 이들 '개별적'심리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입증 곤란의 문제를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올림은 "삼성의 관리 부실이나 자료 은폐, 근로복지공단의 조사 잘못으로 인해 업무환경의 유해성을 알 수 없게 된 상황에 대해서 법원이 규범적 판단 자체를 하지 않았다"라며 입증 곤란의 상황을 재해노동자 측에 전가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입증 곤란의 상황은 회사나 근로복지공단의 잘못인데, 불이익은 재해노동자 측에 전가한 판결"이라며 "직업병 피해 가족들의 치료와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산재보험제도의 존재 의의를 무너뜨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법원의 판결에 오류가 있음을 지적했다. 국제암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인간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충분한 물질')로 지정하고 원고가 업무 중 수시로 취급하였던 '트리클로로에틸렌(TCE)’을, '인간에게 암을 일으킨다고 할 수 없는 것'으로 단정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다.

반올림은 법원에 자료제출을 거부한 삼성전자의 태도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안전보건 관리 실태에 대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노동부의 진단 보고서를 ‘영업비밀’이라고 감추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삼성은 지난해 '반도체 산업은 어떤 업종보다 안전하며, 특히 우리 반도체 생산라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산재소송에서조차 재해자의 업무환경에 관한 법원의 자료제출 요청을 계속 거부하며 '삼성은 요구되는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법원과 근로복지공단에 전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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