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2분, 그 후

[워커스 22호 보수의 품격1] 그 날 거대한 물포가 향한 곳은 어디였을까

  사진 홍진훤


“대한민국의 폭력시위는 없어져야 한다. 아니, 차라리 시위가 없었으면 좋겠다.”

직사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농민 관련 국회 청문회가 있던 9월 12일,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이 추측한 국민의 마음이다. 집회와 시위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다. 국민이 스스로 기본권을 포기하고 싶어 한다니, 추측이라기 보다는 망상에 가까운 주장이었다.

이날 청문회에선 민중총궐기에서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이유가 ‘경찰의 과잉대응’이었는지, ‘엄정한 법 집행’이었는지를 두고 팽팽한 긴장이 흘렀다. 여당 청문위원들은 집회와 시위에 대한 보수적 인식을 깔고 한국의 집회·시위 문화가 선진국과 다르게 ‘후진적’이라고 강조했다. 쇠파이프나 각목을 휘두르고, 새총을 쏘고, 횃불을 드는 시위가 우리나라에만 있다고 했다. 박성중 새누리당 의원은 미국에서 집회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영상을 보여주며 “뭐 총은 아닙니다만 전반적으로 곤봉이라든지 이런 것으로 과감하게 불법 폭력시위에는 (사용)합니다”라고 말해 물대포나 차벽은 온건한 물품이라는 듯 설명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백남기 씨 가족의 눈치를 보며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위로하는 듯했지만, 결국 모든 원인이 시위의 폭력성에 있다고 몰았다. 홍철호 의원은 “우리 공권력이 사망하면 국가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서 우리가 생각을 한번 해 보자는 의미에서 무언으로 2분간 발언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2분 동안 입을 다물었다. 2분 후 입을 뗀 홍 의원이 강신명 전 경찰청장에게 던진 질문은, 국가 폭력 희생자 사건에서 경찰을 변호해 주고 싶은 그의 심정이 잘 드러났다. 강 전 청장의 맞장구도 볼만했다.

홍철호 위원 차벽이 흉기입니까?

증인 강신명 차벽은 맨몸으로 시위대와 맞닥뜨려야 하는 경찰을 지켜 주는 최후의 방어수단입니다.

홍철호 위원 증인께서는 차벽은 절대 흉기가 아니라고 말씀하고 계시는 거지요?

증인 강신명 그렇습니다.

홍철호 위원 맞습니다. 차벽은 흉기가 절대 될 수가 없거든요. 그러면 차벽을 제거하기 위한 시위대의 행동을 어떻게 막아야 되지요? 그 최후의 수단으로 물대포 사용하신 것 아닙니까?

증인 강신명 예, 그렇습니다.

홍철호 위원 물대포가 경찰이 볼 때도 참 위력적이고 위험한 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해서 ‘물러나라’는 등 경고를 한 거지요?

증인 강신명 예, 수차례….

홍철호 위원 이게 위험하니까 물러나라고 한 거지요, 차벽이 위험한 게 아니라?

증인 강신명 예, 그렇습니다.

홍철호 위원 시위대도 현장에서 그 물대포를 보면 ‘이게 좀 위험하겠구나’ 위험성을 감지할 수 있나요, 없나요’?

증인 강신명 시위대들도 상당 부분 위험성을 감지합니다.

홍철호 위원 시위 책임자, 집회 신고한 책임자들 있지요? 그분들은 와서 사과했나요? 유감 표시 했나요?

증인 강신명 전혀 어떠한 사과를 표명하지 않았습니다.

홍철호 위원 그 부분은 우리가 똑똑히 분명하게 한번 짚어 볼 필요는…. 좀 답답함을 느끼시지 않았었습니까?

증인 강신명 대단히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새누리당의 질의가 이어질수록 청문회는 대단히 답답하고 안타깝게만 흘러갔다. 그들의 말대로 이번 국가폭력 사태는 똑똑히, 그리고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됐다. 과연 백남기 농민은 국가 폭력의 피해자일까, 폭력시위의 가해자일까. 그 날 거대한 물포가 향한 곳은 어디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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