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파크 임금체불 긴급 조사...야당 환노위 “혁신안 미흡”

“이랜드파크, 포괄임금제 남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임금체불 사태를 일으킨 이랜드파크 긴급현장조사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이랜드파크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은 5대 혁신안을 발표하며 임금체불 문제 해결과 재발 방지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노동자 임금을 후려치는 포괄임금제 등에 대해선 소극적인 개선 의지에 질타를 받기도 했다.


국회 환노위 소속 홍영표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이정미 의원(정의당), 서형수 의원(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은 6일 오후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이랜드파크 교육장에서 ‘임금체불 이랜드파크 긴급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김현수 이랜드파크 대표는 본격적인 질의가 있기 전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대표는 “이런 사태를 일으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지난 10월 이후 5대 혁신안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5대 혁신안은 △체불임금을 3차로 나눠 단계적으로 지급 △1,000명 정규직 전환 △아르바이트 직원이 알아야 할 권리장전 애플리케이션 보급 및 직원 교육 △내부고발 시스템 강화 △조직개편을 통한 인적 쇄신 내용을 담고 있다.

5대 혁신안에 대한 환노위원들의 지적 사항은?


환노위원들은 체불임금 지급 대상이 2013년 10월 1일 이후 입사자로 한정된 점을 문제 삼았다.

서형수 의원은 언제부터 체불 임금이 발생했는지를 물으며 이전 입사자까지 체불임금 지급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안성일 이랜드파크 이사는 “언제부터 시작됐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안 이사는 “애슐리가 퍼진 게 3, 4년에 불과하다”며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던 경력직 직원들이 입사하며 업계 관행들이 차곡차곡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송옥주 의원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언급하며 “2013년 10월이 아니라 조금 더 소급해 임금 체불 피해를 본 노동자 보상할 생각이 있는지”라고 물었다. 안 이사는 “이 이상의 보상에 대해선 생각해 보겠다”며 “현재 정해진 3년 치 소급 기간도 심각하게 생각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정지원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국장은 “근로기준법상 체불임금의 소멸 시효는 3년”이라며 “임금 채권이 발생한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임금 채권은 소멸한다”고 말했다.

체불 임금을 돌려받는 절차가 까다롭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정미 의원은 “퇴사자, 직원들이 근로기록표를 요구하면 즉각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f1 시스템을 통해 다 기록이 있을텐데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다. 이병윤 TF 총괄팀장은 “홈페이지 url을 클릭하면 자동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이 뜬다”며 “오래전 퇴사해 번호가 바뀐 사람들에 대해서 파악이 오래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홍영표 의원은 “잘못한 건 직접 찾아가서라도 줘야한다”라며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지급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만들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괄팀장은 “공탁을 통해 마지막 한 명까지 찾아내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랜드파크, 포괄임금제 남용”

한편 환노위원들은 포괄임금제를 남용하는 이랜드파크 임원들을 질타했다.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바는 없지만, 노동현장에서 불가피하게 쓰이는 제도로 대법원 판례는 이를 인정하고 있다. 실제 노동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매월 일정액의 시간외근로수당을 지급하거나 기본임금에 제수당을 포함하는 임금산정 방식이다.

이정미 의원은 “애슐리는 오픈 시간과 마감 시간이 정해져 있는, 근로시간이 예측 가능한 사업장으로 굳이 포괄임금제도를 취할 필요가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월 20시간의 연장 근로 수당을 포괄 임금형태로 지급하는 근로계약을 맺었지만, 실제론 100시간까지 일한 사례가 있다”며 “외식사업장에서 포괄임금제 형태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안 이사가 부적절한 예시를 들며 환노위원들의 목소리는 커졌다. 안 이사는 “(포괄임금제) 한계를 알고 있다”면서도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공장이라면 휴게시간, 근로시간을 계산하기가 용이하지만 자율에 따라 일하는 경우가 많고 휴대폰으로 금융 거래를 한다든가 커피 브레이킹 문화가 많이 들어와서 휴게시간 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미 의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은 출근부터 퇴근까지고 대기시간 역시 근무시간”이라고 강조했다. 홍영표 의원도 “직원이 5분간 주식을 본다고 근로시간에서 그 시간을 빼는 경우는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다”며 “인사 담당자가 포괄임금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리휴가제도 부분 역시 규탄 대상이었다. 홍 의원이 여성 직원들에게 생리휴가를 주고 있냐고 확인하자 안 이사는 “무급이라 신청하는 사람이 적다”고 답했다. 이에 홍 의원은 “이랜드의 경우 신청을 못 하게 만드는 회사 분위기가 주요할 것”이라며 “한 달에 한번 한 시간 진행하는 위생교육도 근무시간 외로 두고 있지 않냐고”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김 대표가 “어떤 서민들도 외식을 즐길 수 있도록 동종 기업과 비교해 60%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사회 공헌을 강조하자 이정미 의원은 “그것도 전략이었고 결과적으로 인건비 압박을 받아 체불임금을 통해 보전됐다는 것 밝혀졌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오늘 모인 환노위원들은 조사를 마무리하며 “이러한 문제들이 미봉책으로 끝나면 이랜드는 더 큰 사태로 번질 수 있다”며 “혁신을 결심했다면 그룹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이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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