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노동자 건강 심각…국가인권위는 묵묵부답

유성노동자 건강실태조사 1년…결과는 아직도

국가인권위원회가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상대로 진행한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를 1년 넘게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실태조사 보고서 공개를 촉구했다.


수년째 노동탄압을 받고 있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건강은 심각한 상태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유성기업지회 조합원 3명이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쓰러졌다. 조합원 한 명은 심정지로 한때 고비를 넘겼고, 다른 한 명은 뇌졸중으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앞서 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월 유성기업 조합원들에 대해 정신건강실태조사를 시작했다. 현재 실태조사는 고위험군에 속한 노동자에 대한 진단만 남겨두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유성기업 측은 진단을 할 병원이 ‘친노동 병원’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노동·사회단체들은 인권위가 유성기업 사측의 눈치를 보느라 실태조사 후속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유성기업지회, 사회변혁노동자당, ‘국가인권위원회 제자리찾기 공동행동’은 19일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인권위는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건강 파괴에 대한 조사결과를 신속히 밝혀야 한다”며 “2018년 들어 3명의 노동자가 생사의 갈림길에 처한 지경이다. 지금 긴급한 구제에 손길을 내미는 것이 인권위의 존재 이유이며 실태조사 보고서를 공개하는 것이 인권위의 책무”라고 밝혔다.

도성대 유성기업아산지회장은 “인권위는 사후약방문(사람이 죽은 뒤 약을 짓다)식으로 노동자를 외면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인권위에 3번의 진정을 넣었다. 인권위는 첫 진정에 ‘노동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고 했다. 두 번째 진정에 회사를 외면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와중에 유성기업은 지난 7일 강북삼성병원에서의 건강진단 설문조사를 했다. 사측이 인권위 보고서를 두려워한 까닭”이라고 전했다.

유성기업지회에 따르면, 인권위는 고위험군 진단 병원을 천안 단국대학교병원으로 선정했으나, 회사는 단국대병원이 ‘친노동 병원’이라고 거부했다. 이후 회사는 대전 을지대학교병원에서 검진하자고 했지만, 인권위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장소를 정해선 안 된다고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그러자 최근 사측은 인권위 실태조사와는 별개로 강북삼성병원에서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설문조사에는 민주노총 산하인 유성기업지회는 참여하지 않았고, 주로 기업노조 조합원들이 참여했다.

김태연 사회변혁노동자당 대표는 “한광호 열사가 목숨을 끊기 전(2016년 3월) 인권위가 실태조사에 나섰다면 열사는 물론 조합원들도 쓰러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유성기업 현장에서 국가와 자본의 탄압은 끝나지 않았다. 인권위는 조합원들의 긴급 구난 요청에 조처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유성기업지회장과 ‘국가인권위원회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명숙 활동가는 기자회견 종료 후 인권위 관계자와 면담을 했다. 인권위는 면담에서 회사가 진단 병원 선정을 또다시 거부할 경우, 기다리지 않고 실태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노조와 인권위는 실태조사 결과에 기초해 권고를 내야 하기에 오는 27일~28일 중 다시 면담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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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창수

    인권위는 노동자의 삶과 권리에 눈감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