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은 여전히 노조파괴를 용인, 방조하고 있습니다

[한광호 열사 3주기 기고]고통을 견디는 시간...그래도 끝까지 간다!

‘우리가 옳다’는 그 신념 하나로

2010년부터 시작돼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자본의 노조파괴는 국가가 노사관계를 개입할 때 얼마나 균형을 잃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특히 국가권력은 물리적 폭력 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작동하는 일종의 시스템 같은 것이었다. 자본의 폭력을 국가권력은 방조했고, 심지어 옹호했다. 노동부는 말할 것도 없고, 경찰, 검찰, 법원까지도 자본이 저지른 노조파괴를 단죄하지 못했다. 만약 2011년 유성기업의 직장폐쇄는 불법이라는 노동부의 판단만 있었다면, 그래서 유성기업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애초부터 엄벌할 수 있었다면, 우리는 여기까지 오지 않았다. 최소한 법과 정의는 살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순진한 노동자들이 ‘그 누구도 당신들을 보호해주지 않는다’ 사실을 알았을 때 겪는 절망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일종의 ‘공포’같은 것이다. 나는 이 때문에 광호가 죽었다고 생각한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유성기업에서 어용노조를 만들고 임금인상과 성과급을 미끼로 노동조합을 부수려 할 때 조합원들은 “어용노조 가면 편하게 잘 살 수 있고, 금속노조에 있으면 힘들고 고달프다. 이러고 있는 우리들이 꼴통”이라며 금속노조를 지켰다. 실제로 유성기업지회는 2011년과 2014~2018년까지 제대로 된 교섭을 하지 못했다. 당연히 임금은 8년 전 임금이다. 단체협약도 일방적으로 빼앗긴 채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조합원들에게 민주노조는 고달픈 것이고, 먹고 사는 것도 힘들게 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지난 8년 동안 300여명의 조합원들이 온갖 차별과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민주노조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회사가 잘못했고, 우리가 옳다는 그 한 가지 명제 때문이었다. 물론, 서로를 지키려는 의리, 미안함. 선도적 투쟁을 마다하지 않았던 해고자들, 조합원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노조 집행부에 대한 고마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우리가 옳다’는 신념으로 싸웠다. 그것이 무너졌다면 노동자들은 국가권력으로부터 보호까지 받는 힘 센 회사 편에 섰을 것이다.

노조파괴 불법행위 입증, 그러나...

유성기업 사측은 노조파괴를 통한 불법행위가 부인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오랜 싸움을 해야 했지만 그래도 노조는 직장폐쇄, 임금체불, 해고와 징계 모두 ‘노조가 옳다’는 판결을 받았다. 사측은 단 한 가지도 노조파괴행위의 법적 정당성을 입증해내지 못했다. 여기에 더해 유시영 회장은 노조법 위반과 배임횡령 혐의로 다시 재판을 받고 있다.

지금 유성기업 현장은 조용하다. 지회의 저항이 거세다보니 사측은 과거처럼 함부로 하지 못한다. 하지만 노조파괴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지금도 사측은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을 보도한 진보적인 언론들을 대상으로 수 백 쪽에 달하는 회사 자료를 보내 반론 보도를 요구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결정까지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노조파괴를 앞장 서 진두지휘했던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노조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부하고 있다. 회사가 만든 어용노조에 대한 조치도, 이미 과반수를 넘긴 금속노조에 대한 ‘다수노조 지위 인정’도 거부한다. 오히려 사무직 과장까지 어용노조 조합원으로 가입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유성기업지회가 절박한 심정으로 요구한 끝장 교섭도 책임전가와 시간 끌기로 대응하고 있다.
노사관계를 제자리로 돌려내려는 것보다는 오로지 재판에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데 만 골몰하는 모습이다.

끝나지 않은 고통...그러나 끝까지 가보겠다!

2017년 12월 정부가 검찰 과거사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건을 재조사 대상으로 결정했을 때, 2018년 초부터 노동부가 개혁위원회를 구성해 개혁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을 때, 우리는 ‘이제는 끝낼 수 있겠다’며 좋아했다. 한광호 열사 2주기 참배 때는 ‘조만간 좋은 소식이 전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유성노조파괴 사건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시켰고, 노동부가 발표한 부당노동행위 엄벌 처벌을 비롯한 개혁권고안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볼 수가 없다. 여전히 전교조는 법외노조 상태고, 불법파견 판결을 받았음에도 현대기아차 노동자들은 농성을 한다. 유성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건 재조사는 시작할 기미도 없다. 부당노동행위 엄벌을 위한 관련 조항 개정은커녕 부당노동행위 처벌조항을 삭제해달라는 자본가들의 ‘청원’이 논의되는 형국이다.

[출처: 유성범대위]

그거다. 유성기업 사측이 저질렀던 노조파괴 행위가 만천하에 알려지고 판결까지 받았음에도 노조파괴 사태가 끝나지 않는 것은 국가(정부) 때문이다. 정권 초기 잠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척 했지만, 결국 유성노조파괴가 벌어졌던 2011년 노조파괴를 용인, 방조했던 국가권력의 본 모습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피눈물로 입증된 이 악질적인 자본의 범죄를 제대로 단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전히 유성기업 사측은 노조파괴를 중단하지 않고 있는 거다.

오는 3월 17일은 한광호 열사가 돌아가신 지 3년째 되는 날이다. 43세...인생을 멈추기에는 너무 젊은 나이였다. 작년 12월에는 아산공장 조합원이 또 목숨을 끊었다. 우리에게는 너무 큰 고통이다. 지난 8년을 끈질기게 버티며 싸운 것이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이는 곧 고통을 견디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오는 3월 17일 한광호 열사 무덤 앞에서 우리는 또 결의할 것이다. 유성기업 사측이 노조파괴 욕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국가권력이 노조파괴를 용인, 방조하는 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우리는 끝까지 가겠다고, 그것이 열사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옳다’는 것이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