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시대의 홍콩, 한국은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까?

[INTERNATIONAL1]

  지난 5월 24일 홍콩시민들의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 모습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National_People%27s_Congress_decision_on_Hong_Kong_national_security_legislation]

중국, 일국양제를 무력화하다

2020년 5월 28일, 중국 전국인민대의원대회는 홍콩에 적용되는 국가보안법을 통과시켰다. 1997년 홍콩의 주권반환 이후 제정된 홍콩기본법을 무시한 채 강행된 것이다. 홍콩기본법 23조는 중국이 아닌 홍콩 정부가 국가보안법과 관련 내용을 제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중국이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킨 것은 더 이상 홍콩의 기본법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전 세계에 선언한 것과 다름없었다.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홍콩 시민들이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에 나선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홍콩인에게 부여된 자치권을 중국 정부가 보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였다. 홍콩 시민들은 경찰의 폭력과 중국 정부의 위협 속에서도 지난해 6월 9일 무려 200만 명 규모의 평화행진을 벌였다. 11월에는 홍콩 구의회 선거에서 범민주진영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며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초유의 팬데믹 사태 속에서 국가보안법을 도입함으로써, 홍콩에 자치권을 부여하는 일국양제를 더 이상 지속시키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홍콩 시위는 현지 시민은 물론, 한국 시민사회를 포함해 전 세계가 응원했지만, 홍콩은 이제 2019년보다 훨씬 더 절망적인 상황에 놓이게 됐다.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면, 중국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국가정보기구가 홍콩에서 활동하며 국가안보에 위해가 되는 행위와 행동을 모두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과의 연대 및 교류활동도 금지할 수 있다. 설사 올해 9월로 예정된 입법회 선거에서 민주진영이 승리하더라도 이마저 무의미해질 공산이 크다.

홍콩의 절망과 분노

홍콩 시민들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수백만 명이 평화행진을 벌였고 최루탄 앞에서도 의연히 투쟁했다.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에도 끝없이 홍콩을 알렸다. 홍콩을 지지하는 입장을 낸 미국이나 영국의 국기를 들고 나온 것도 제발 홍콩을 지지해달라는 절박한 외침이었다. 만약 한국 정부가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입장을 냈다면 홍콩 시민들은 태극기도 들고 나왔을 것이라는 재한 홍콩인의 설명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홍콩 시위대의 주축을 이루는 청년들은 1989년 중국 정부의 천안문 시위 무력진압이 홍콩에서 재현될지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또 주권 없는 일국양제 자체에 대한 절망과 분노에 빠져있다. 그 모든 것을 다 해도 시민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체제의 벽 앞에서, 홍콩 청년들이 홍콩 독립을 주장하거나 혹은 중국 정부와 중국인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표출하는 것은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문제는 이러한 분노와 절망을 타개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대만과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될수록,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이 높아질수록 중국은 홍콩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홍콩 경제의 상징이던 금융자본은 이미 철수하기 시작했다. 올해 11월에 있는 미국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되건 간에, 중국 정부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홍콩 시민들의 처지는 더욱 곤란해질 것이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도 홍콩처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처지다. 홍콩 시위에 대한 현 집권세력의 태도를 비판하는 이들도 상당하다. 중국을 너무 의식해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문제에도 침묵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비판을 주로 제기하는 국내 보수진영 역시 홍콩을 위해 뚜렷이 한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그런 점에서 홍콩 민주화 활동가 조슈아 웡이 한국 정부에 입장 표명을 요청한 것을 두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한 사람이 많았던 것은 그만큼 현실(?)적인 판단을 하는 여론이 우세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결국은 우리의 이익이 보장되는 선에서만 홍콩에 대한 지지가 가능하다는 논리인 것이다.

홍콩 시위에 대한 지지는 미국의 개입을 우려하는 일부 진보진영을 제외하고는 한국시민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다. 문제는 지지와는 별도로 우리사회가 홍콩 (그리고 앞으로 대만) 문제에 어디까지 연대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콩 문제에 대해 의견을 피력해왔던 여러 단체들이 모여서 솔직하게 이야기할 때가 됐다. 홍콩 문제에 한국은 연대해야 할지 말지, 연대한다면 어디까지 해야만 하는 건지, 할 수 있는 것인지, 그래서 정부와 국회에는 무엇을 요구하고 시민들을 어떻게 설득할지를 말이다.

당장 홍콩 시위대 일부가 한국에 망명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 이들을 지원하고 환영할 수 있는가? 만약에 중국과 대만의 갈등이 격화될 때, 한국 시민사회는 이에 대한 입장을 낼 수 있는가? 한반도 평화를 포함해 우리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이 문제에 대해 지금이라도 모여서 서로의 입장을 나눠봤으면 좋겠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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