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세력화, 선(先) 진보통합 VS 총궐기 결실 쟁점

민주노총 정치위원회 노동진보진영 총선 대응 토론회 진행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노총도 본격적인 노동자 정치세력화, 총선 대응 논의를 진행하기 시작했지만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경로를 두고는 입장차이가 컸다. 대체로 정의당, 노동정치연대, 진보결집+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2016년 총선 대응의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로 분열한 진보정치 세력의 통합을 꼽았다. 반면 노동당,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공안탄압대책위(옛 통합진보당 세력)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악에 맞선 총궐기-총파업 투쟁의 성과로 아래로부터 노동정치를 다시 복원해 나가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봤다.

민주노총 정치위원회는 지난 8일 오후 4시 대회의실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노동진보진영의 2016년 총선대응’ 토론회를 열고 노동-진보 정치세력들의 입장을 들었다. 지난 9월 10일 정치위원회 1차 토론회가 노동자 정치세력화 평가와 교훈에 집중했다면 이번 토론회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세력화 방향에 집중했다.

토론회는 기조발제 없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모두 발언을 시작으로 최승현 노동당 부대표, 이병렬 노동정치연대 집행위원, 백종성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현장정치특별위원장, 권태훈 진보결집+ 공동대표, 김형탁 정의당부대표, 장원섭 공안탄압대책위 집행위원장 순으로 발제가 진행됐다.

노동당, “진보정당 간 합당 방식 또다시 과오 될 것”

최승현 노동당 부대표는 진보결집 추진을 ‘묻지마 통합’으로 규정하고 노동개악에 맞선 투쟁 속에서 2기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최승현 부대표는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 정치세력화 1기가 96-97년 노동법 개악 저지 총파업의 성과로 건설됐다면 2기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 위기를 어떻게 투쟁으로 돌파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며 “신자유주의 금융수탈체제를 극복하고, 박근혜 정권의 노동재앙에 맞서 투쟁하기 위한 정치적 주체로서 노동자 대중의 결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동개악 국면에서 어떻게 투쟁하고 싸워 나갈 것인가를 보여주고 노동 현장을 조직해 나가면서 시대의 과제를 함께 풀어갈 때 정치세력화의 방향이 나온다는 것이다.

최 부대표는 “투쟁하는 노동자, 정당, 여러 세력이 함께 2기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며 “지금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당면한 투쟁 돌파로 가능성이 보이는 것이지 2008년부터 지금까지 합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진보정당 간 연합과 합당 방식은 또다시 과오를 밟게 될 것”이라고 진보통합 흐름을 비판했다.

2016년 총선 방침을 두고는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하는 상징적 인물이나 비정규직의 상징적인 인물과 지역을 발굴하고 불안정노동자 조직화의 관점에서 그들을 대변하는 세력화를 고민해야 한다”며 “민주노총도 진보정당 후보를 추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민주노총과 정당 및 세력, 지역노동자가 참여하는 대중적 방식의 기획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노동정치연대, 노동중심성 강조...“노동현장 통진당, 정의당, 노동당 차이 모른다”

이병렬 노동정치연대 집행위원은 노동중심의 진보정당을 위한 정의당-국민모임-노동정치연대-진보결집+ 4자 통합의 한 당사자인 만큼 진보통합을 강조했다.

이병렬 위원은 “저희는 노동중심의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이 여전히 노동자에게 중요한 과제라 생각하고 독자적으로 하기보다는 제 진보정치 세력과 같이하는 통합진보정당을 목표로 했고 지금도 (통합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병렬 위원은 “민주노동당은 200개 넘는 지역위에 상근 사무국장의 85%가 노동운동 경험이 없었고, 민주노동당 사무총국 산하 100여 명의 상근자 중 노조 활동가 출신 당직자는 10%도 안됐다”며 “민주노총 주도로 당을 만들어놓고 중요당직에 노동운동 출신이 거의 없었다는 게 민주노총 몸 대주기 평가가 나오는 중요한 이유라 생각한다. 우리가 만들어 놓고도 정당에 대해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한 평가가 있어야 이후 민주노총이 주도해 다른 정당을 만들어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노동중심성을 강조했다.

이어 “분열된 노동-진보정치를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토론회에도 6개 조직이 나와 있는데, 저는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정치적 자유를 하나의 정당으로 통합해 같이 경쟁하고 협력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내년 총선을 두고도 “진보 통합을 추진해 통합된 진보정당으로 총선대응이 필요하다. 노동현장에서는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의 차이를 모른다. 우리끼리 싸운다는 인식만 있다”며 “지금 통합을 한다고 엄청난 감동을 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조합원 대중과 얘기할 수 있는 하나의 조건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지점에서 총선도 같이 하면서 최대한 많은 지역구에 출마하고, 가능한 지역구와 비례후보 당선전략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2014년 지방선거를 예로 들고 “‘민주노총이 바운더리를 정했으니 알아서 하시오’ 한 결과 모두 진보교육감 선거 운동을 하러 갔다”며 “진보교육감은 야권단일 후보라 대중에게 얘기하기도 편하고 선거운동 하기도 편하니까 알아서 하는 식이었다. 민주노총이 진보단일화를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집행위원은 정당투표에 대해선 “특정 진보정당에 대해 시기시기 마다 선택적으로 민주노총이 고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 통합력을 높일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계급정당추진위, 야권연대 비판...“을지로위원회 정치와 진보정치 어떻게 다른가?”

백종성 계급정당추진위 현장정치특별위원장은 “노동자 정치세력화 1기를 돌아보기 위해 이념문제와 실제 그것이 처음 목적한 바와 귀결된 바에 대해 평가해야 한다”며 “96-97년 총파업 투쟁 평가로 민주노동당을 만들고 민노당과 민주당은 사이엔 장강이 흐른다고 했지만 어느새 계급정당이 국민정당화로 귀결됐다. 전태일 정신과 노무현 정신의 만남이라고 하는데 양대 정신이 얼마든지 동거가 가능할 수 있는 것이 과연 노동자 정치세력화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백종성 위원장은 “실무적인 총선 전술 측면을 논하기 전에 왜 이런 상태에 이르게 됐는지 냉철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전술적 유연함이란 명분으로 행해졌던 야권연대 문제가 존재한다. 민주노총 전.현직 지도자들이 대선에서 당당히 안철수와 문재인에게 갔고, 을지로위원회에서도 야권연대를 하고 있지만 공개적인 비판이나 제어를 못하는 상황이라는 게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민주당과 민노당 사이에 장강이 흐른다고 했던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출발했지만 이제는 야권연대란 이름으로 새정치연합(민주당)에 그냥 가도 징계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 정치와 진보정치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며 “누군가 대리해준다는 식으로 의회주의 정치세력화가 진행되는 것이 민주노총-진보정당 양날개론의 본질적 문제였다. 경제투쟁은 산별노조, 정치투쟁은 진보정당이 하고, 노동 현장은 임금단체협상투쟁만 하게 됐을 때 현장 내에서 정치적 의식화나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믿음은 뭔가 이상한 일이 된다”고 덧붙였다.

백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을 전 계급적 투쟁으로 이겨내기 위해 투쟁으로 돌파하는 총선이 되어야 하고 그 투쟁에 가장 걸맞는 상징적 인물의 후보 전술이 됐을 때 계급정당 추진위도 총선 투쟁에 몸 바쳐 함께 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진보결집+, “진보 혁신과 결집으로 노동자 냉소부터 해소”

권태훈 진보결집+ 공동대표는 빈민활동가나 노조활동가들이 진보정당의 통합을 주문하는 현실을 강조하며 진보 통합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권태훈 대표는 “한 노조에 갔더니 무슨 당인지도 모르겠고 일단 (여러 당을 하나로) 정리해서 말씀 좀 하시라고 했다”며 “예전에 입당도 하고 국회의원 초청 연설도 듣곤 했는데 지금은 진보정치의 ‘정’자도 꺼내지 말라고 손사래를 친다”고 전했다. 이어 “노동 현장은 임단투 때는 단합이 잘 되다가 선거 때는 (지지하는) 당으로 분열하다보니 서로 눈치 보지 말고 세액공제를 어디어디 몇 프로 이렇게 정한다”며 “지금 진보정치 분열은 노동자에게 단순한 정치적 피로를 넘어 현장 할동가 단합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노동자들의 진보정당 지지에 강력한 장애요인이라면 이 부분부터 해결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노총에도 “진보정당 분열을 핑계로 현장 노동정치 교육은 등한시하지 않았나 싶다”며 “활동가들이 분열된 진보정당끼리 싸우는 것을 보기 싫다는 냉소에 빠져 노동정치의 비전을 찾아야 한다는 노력을 게을리하고 대안 마련을 미뤄두지 않았나 싶다. 진보정치가 분열될수록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더 정치교육을 해야 한다”고 쓴 소리를 던졌다.

권태훈 대표는 “선거는 당선이 목표고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며 “진보정치 혁신과 결집을 통해 노동자들이 냉소를 보내는 구조를 먼저 해소하고 현장은 진보정치에 관심을 갖도록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노총과 유대관계를 맺으면서 공동선대본 같은 공동행보를 취할 방향을 갖는 것이 총선 승리의 핵심적 해결 과제”라고 밝혔다.

정의당, “4자 통합은 큰 진보 뭉쳐낼 계기...원내 교섭단체 목표”

김형탁 정의당 부대표는 진보 4자 통합 논의 배경과 쟁점을 설명하며 진보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형탁 부대표는 “2016년 총선은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일단 원내 교섭단체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계획이지만 독자적 힘만으로는 불가능해서 뜻과 비전을 같이하는 진보세력이 힘을 합쳐내자는 것이고 그것이 4자 진보통합”이라며 “저희는 이것으로 완결이 아니고 4자 통합으로 큰 진보가 뭉쳐낼 계기를 만들어 그 힘으로 총선을 치러낼 수 있다면 원내 교섭단체는 허황된 계획이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형탁 부대표는 “사실 현 진보결집 추진은 완벽한 의미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며 “노동당, 민주노총, 국민모임 전체가 통합 추진에 함께하는 것은 아니어서 의미가 반감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가지는 의미는 분명하다. 1차적으로는 많은 비판을 받아온 진보정치에서 노동이 배제된 부분의 복원을 위한 고민이 포함돼 있고, 기존의 낡은 진보정치의 단계를 혁신하자는 고민이 묻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진보통합이 제대로 되겠나’하는 여러 시각이 있다고 알고 있지만 결론은 분명히 날 것”이라며 “마지막 쟁점으로 ‘정의당’ 당명을 그대로 사용할지 문제가 남아 있지만, 당명을 바꾸자는 주장도 충분히 이해하고, 정의당도 나름 고민이 있다”고 전했다.

김 부대표는 “민주노총이 총선 정치방침을 확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걸 인정하고 지금 시기는 이것이 답이라는 것을 찾기보다는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어 진보정치의 큰 흐름을 어떻게 만들지의 고민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옛 통합진보당, “노동개악 총궐기-총파업, 정치세력화와 하나로 연결”
모든 세력 배제 없는 노동계급 총단결 강조


옛 통합진보당 사무총장이었던 장원섭 공안탄압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노동개악 투쟁의 성과와 정치세력화 연동을 강조하면서도 옛 통합진보당 세력의 배제가 없어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장원섭 집행위원장은 “저희는 지금 상황을 민중의 분노가 폭발 직전에 있지만, 모든 정치세력에 실망하고 대안이 아니라고 보고 낡은 질서를 과감히 대체할 새로운 가치, 새로운 정당, 인물이 출현하기를 갈망하는 상황이라고 본다”며 “당면한 민중총궐기와 총파업이 정치세력화와 하나로 연결돼 있다. 총궐기와 총파업이 어느 정도 강력하고 광범위하느냐에 따라 정치세력화 문제도 결정 난다”고 밝혔다.

장원섭 집행위원장은 “모든 세력의 배제 없는 노동계급의 총단결이 없으면 당면한 시기를 넘을 힘을 축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모든 세력 총단결을 통한 정당 건설이 필요하며 이런 경우 최소 강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적어도 새누리당과 박근혜 파쇼 분자와 민주당(새정치연합) 보수세력과 질적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 최소 강령이라 생각한다”며 “총궐기와 총파업에 일단 집중해서 밀어 붙어야 정치세력화 문제도 다른 차원에서 풀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토론회 모두 발언을 통해 “투쟁으로 정치적 기반을 세우고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민중총궐기와 총파업의 승리적 결실은 후퇴한 노동정치의 자양분이 되고 그 기반으로 더 확산될 것”이라며 “2016년 권력재편기 국면은 노동정치를 아래로부터 세우는 절호의 시기이며, 현장에서부터 노동정치 뿌리를 내릴 로드맵을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