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4자 통합협상, 당명 때문에 좌초되나

정의당 전국위 사실상 ‘정의당’ 당명 고수 결정...논란 확산

지난 9일 정의당 전국위원회의 진보 재편(통합) 관련 결정 사항으로 정의당-노동정치연대-국민모임-진보결집+ 4자 통합 협상이 좌초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정의당은 전국위에서 진보재편에 대해 △진보정치 세력의 결집과 통합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과제임을 재확인한다 △당명 문제는 총선 전략 측면과 함께 당원 권리 상의 원칙임을 재확인한다는 두 가지 사항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진보 통합 협상의 최대 쟁점인 새로운 통합 진보정당의 당명을 정의당 당명으로 그대로 사용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두고 사실상 정의당 당명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전국위원회가 확인한 셈이다. 해석에 따라서는 당명 문제가 그동안 전권을 가지고 협상해 왔던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권한 밖의 문제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미 지난 7일 4자 대표자회의에서 노동정치연대-국민모임-진보결집+ 3자는 이전 협상 내용을 모두 뒤집고 당명을 제외한 모든 쟁점에 대해 정의당에 양보하고 정의당 의견을 받아들이겠다는 안을 낸 바 있다. 이렇게 3자가 당명을 협상의 최후 저지선으로 놓은 상황에서 정의당 결정이 협상 출구를 막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3자뿐 아니라 정의당도 벼랑 끝에서 협상할 수밖에 없게 됐다.

4자는 13일 오후에 집행책임자 회의를 열고 협상을 어떻게 풀어갈지 논의하지만 현재 3자가 특별한 입장을 정해 놓지 않아 당장 뾰족한 수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노동정의당’이나 ‘진보정의당’ 같은 ‘00정의당’ 당명으로 하고 약칭을 정의당으로 등록한 후 총선이 지나면 당명을 바꾸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지만, 부정적 의견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2일 4자 통합 협상 개시 선언 기자회견

3자 단체에 속한 한 관계자는 “정의당 전국위 결정이 진보결집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은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당명과 관련해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위에서 원칙적으로 결정한 것은 지나치게 경직된 태도가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단 지금은 거의 마지막 협상 안까지 나온 상태라 논의 여지가 좁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과 노동자의 압박을 4자가 강하게 느끼고 있고 협상이 결렬되면 후폭풍이 굉장히 크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급진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정의당 게시판 등에선 협상이 결렬될 경우 후폭풍에 대한 우려도 심각하게 나오고 있다. 정의당 조직이 약하고 노동정치연대나 진보결집+ 조직이 강한 경남에선 현역 시도의원들을 중심으로 중앙보다 높은 차원으로 통합 협상을 하고 있다가 정의당 전국위 이후 난감한 지경이 됐다는 글도 올라왔다. 4자 내에선 통합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 당분간 노동현장에서 진보정치의 ‘정’도 꺼낼 수 없게 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노동세력과의 만남을 추진하며 통합을 호언장담했던 정의당도 당명 문제 정도로 통합이 무산되면 패권주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진보결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이 대승적 결단해야”

이렇게 당명문제가 꼬인 이유는 당명 논쟁이 누가 더 잘못된 판단을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 쪽은 총선 전략 측면에서 3년 동안 인지도를 쌓아온 정의당이란 당명을 버리고 새로운 당명으로 개정하면 당장 닥친 총선 인지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나머지 3자는 새로운 노동계의 입당과 새로운 진보정당 탄생을 알리기 위해선 기존 정의당 당명을 써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두 입장 모두 장점과 단점이 있어서 중간에 조정하기가 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다.

3자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한쪽이 무리한 고집이라도 피운 거면 어디가 옳은지 누가 심판이라도 보는데, 각자의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나온 나름대로 합리적 판단이 부딪히고 있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고 있어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진보정치가 결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에서 대승적으로 결단해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전망했다.

결국 협상결렬 후 진보정치 전반에 닥칠 후폭풍이 너무 크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협상 결렬 선언이 쉽지 않지만 10월 안에는 통합이든 결렬이든 결론을 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3자의 다른 관계자는 “당명 때문에 협상이 깨지는 것도 모양이 우스워 결렬 얘기는 나오지 않지만 고민”이라며 “저희 조직의 다수 의견은 당명을 바꾸지 않았는데 새로운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의견이 많다. 이번 주에 상황을 지켜보며 10월말 전에는 가타부타 결정을 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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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주의

    자유주의적인 정의당 당명을 고수함으로써 진보 결집 자체를 무산시키다니..

  • 자유주의

    한국 근로자 당이라고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자유주의적인 정의당 당명은 하루 속히 버려야 할 것이죠. 과거 민주 노동당 당명처럼 근로자 계급을 대표하는 당명이어야 합니다. 자유주의적인 정의당 당명은 무조건 바꿔야 합니다.

  • 한심하다

    민주정의당으로해라. 보수결집까지 생각한다면 아예 민정당이 훨씬 낫지. ㅋㅋㅋㅋ

  • 진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고
    닭은 내려올 생각이 없으니
    개가 지붕으로 올라가다
    추락사 하네

  • 수수

    그냥 민한당으로 하세여
    장세동이 안기부장 할때 만든당으로,,,
    국민모임?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