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 대 ‘인민’...전교조-조선일보 충돌

전교조 “‘빈민’을 ‘인민’으로 왜곡”...2014년엔 <조선>도 ‘인민’ 보도

  20일 자 35면에 실린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가 보도를 통해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이 연설에서 “인민”이란 단어를 썼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교조는 “빈민”이란 단어를 쓴 것을 왜곡해 허위로 보도했다면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반박했다.

조선일보 사설 “인민 발언...결코 묵과할 수 없다”

<조선일보>는 19일자 A1면 기사에 이어 다음 날인 20일자 사설에서도 “전교조 위원장이 지난 14일 불법 시위 직전 열린 전국교사결의대회에서 ‘오늘 우리의 투쟁은 15만 노동자, 민중, 인민, 시민, 청년 학도들이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그중 ‘인민’이라는 단어에 눈길을 멈춘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인민’이란 말을 쓴) 그 사람이 이미 망해버린 엉터리 이념을 남의 집 자식들에게 심어 놓으려는 교사라면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19일자 기사에서는 ‘본지가 변 위원장의 대회사 녹취 파일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당시 전교조 위원장은 연설에서 ‘인민’이란 말을 쓴 적이 없다”면서 “그날 민중대회가 노동자, 농민, 빈민이 함께하는 행사였기 때문에 변 위원장이 ‘노동자, 민중, 빈민, 시민, 청년 학도들이 함께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송 대변인은 “변 위원장이 민중이란 말 다음에 다시 비슷한 뜻인 ‘인민’이란 말을 할 필요가 없다”면서 “이번 허위 보도에 대해 조선일보가 상응하는 사과의 행동을 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양쪽의 주장이 맞선 상황에서 <조선일보>도 지난해 4월 11일자 ‘윤평중 칼럼’에서 “우리가 바로 그 인민이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해 조선일보도 ‘우리가 인민이다’ 제목의 칼럼 등 실어

<조선일보>는 이 칼럼에서 “‘우리가 인민이다!(Wir sind das Volk!)’라는 구호가 그 결정적 사태를 대표한다. 1989년 동독 주민들이 공산당 개혁을 요구하면서 외친 명제”라면서 “‘우리가 인민(人民)이다’는 구호는 허울뿐인 '인민의 나라'에서 사복을 채우기에 여념이 없던 '붉은 귀족들'에 대한 동독 인민들의 선전포고였다”고 적기도 했다. 독일어 ‘Volk’는 민족, 국민, 백성, 서민, 민중, 인민 등 여러 가지 뜻을 갖고 있는데 이 신문이 ‘인민’이란 말을 골라 쓴 글을 실은 것이다.

<조선일보>는 다른 기사에서도 ‘인민’이란 단어를 넣은 보도를 많이 해왔다.

인민이란 말은 1950년 한국전쟁 이전에만 해도 남북 백성이 같이 쓰던 말이다. 1948년 제헌헌법 초안에도 이 말이 들어가 있었고, 현재의 남쪽 국어사전에도 이 말이 실려 있다. 그러던 것이 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국호를 쓴 뒤부터 남한에서는 ‘인민’이란 단어가 색깔론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기사제휴=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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