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자 이호동, ‘길에서 만난 사람 출간’

발전소 민영화 저지 파업 후 14년간 해고자로 만난 사람이야기…25일 출판기념회

2002년 발전-가스-철도 공공부문 3사 노조의 민영화 반대 투쟁 이후 한국사회에서 민영화는 대세가 아니라 민중의 삶을 파탄낼 수 있는 재벌 곳간 채우기라는 인식이 보편화됐다. 당시 철도와 가스 노조는 파업 도중 파업을 중단하고 현장에 복귀했지만 발전 노조는 인터넷의 발전에 발맞춰 공권력과 사측이 조합원들에게 파업복귀를 종용하기 어렵게 산개투쟁이라는 전무후무한 파업 전술을 구사하며 파업을 유지했다. 산개투쟁은 10여 명 단위로 조를 짜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다가 노조 위원장 명령에 따라 모처에서 기습집회를 열기도 하면서 파업의 전열을 유지하는 방법이었다. 98년 IMF 이후 보편화되기 시작한 자본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앞에서 민영화를 막아낸 그때 발전노조 투쟁을 이끈 이는 이호동 위원장이었다.

지난 11월 14일 민중총궐기 투쟁 후 조계사에 피신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처럼 당시 이호동 위원장도 명동성당에 천막을 치고 38일의 발전 파업을 지휘했다. 이호동 위원장은 농성 13일째되던 날 모 월간지 기자가 표지 사진을 찍기 위해 명동성당을 찾아와 포즈를 취하고 살짝 미소를 지어달라는 주문을 하자 “파업을 13일째 하면서 웃으면 그거 정신 나간 놈이잖아~”라는 농담을 던질 줄 아는 사람이었다. 사내 커플이었던 부인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주문엔 “위원장 복귀명령이 있을 때까진 (파업 투쟁에서) 복귀하지 말라”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국가권력과 모든 언론이 밤낮없이 그를 주시하고 있었지만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호동 위원장은 그 파업투쟁으로 해고된 뒤 14년 넘게 해고자 신분이다. 그러다 몇 해 전부터 민주노총 전국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전해투) 위원장을 맡은 이 위원장이 해고자 신분으로 전국의 여러 투쟁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을 기록한 책 ‘길에서 만난 사람’이 나왔다.

‘길에서 만난 사람’에는 이호동 위원장이 매일노동뉴스에 쓰던 칼럼과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 딸과의 대담 등이 ‘길-사람-만남-꿈’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담겨있다. 또 노동의 억압에 저항했던 현장 사람들과 이 위원장의 연대 이야기가 얽혀서 나온다.

이 위원장은 “2005년 민주노총 공공연맹 위원장 임기를 마치고 ‘해고자-비정규직과 함께하는 활동을 하겠다’고 선언했다”며 “‘길에서 만난 사람’은 스스로 약속을 지키겠다는 다짐의 기록”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오는 25일(수) 오후 7시 서울 정동길에 위치한 프란치스코회관 410호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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