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농산물 시장 대붕괴 예고

"이전과 다른 차원으로 농산물 시장 붕괴 가져올 것"

11월 30일 한중 FTA 비준동의안이 처리될 예정인 가운데, 가톨릭농민회와 전국농민회총연명 등 농민단체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중 FTA 비준 처리 중단을 촉구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11월 29일 심야 협상을 통해 비준동의안 처리에 잠정합의했으며, 30일 오후 2시 국회 본위의 개최 전까지 협상을 위한 막판 조율 중이다. 여야는 한중 FTA로 인한 농업 피해 대책으로 피해보전직불제 보전 비율을 90퍼센트에서 95퍼센트로 인상할 것, 밭농업 고정직불금을 현재 1헥타르당 25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인상할 것, 피해 농어민 지원 기금을 향후 10년간 1조 원 조성한다는 것 등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같은 피해 대책에 대해 농민단체 등은 대책이라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정의당은 피해 농어민 지원기금 1조 원은 “무역협정에 따른 이득 공유의 제도화가 아니라 수출 기업들의 자발적 기부에 따른 기금 조성으로 실효성에 큰 의문이 든다”는 입장이다.

한중 FTA에 따른 농업피해액은 농림축산식품부 산출 기준 1조 4174억 원이다. 한중 FTA로 한국이 양허한 농산물 품목은 1611개로 20년 내 관세가 철폐되는 품목은 1030개. 구체적으로는 소, 오리, 돼지 등 축산품목을 비롯해 양배추 종자, 무 종자, 과실류, 도라지, 채소류, 김치, 고사리, 들깨, 송이버섯, 참깨, 대두와 그 가공물 등이다.

  2013년 전국농민대회. 농민들은 몇 년째, 같은 요구사항을 외치고 있지만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다며, "우리가 이 나라 국민이 맞는가?"라고 물었다. [출처: 지금여기 정현진 기자]

"한중 FTA는 이전과 다른 차원으로 농산물 시장 붕괴 가져올 것"

전 농림부 장관 김성훈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대표(아우구스티노)는 “한중 FTA는 농산물 시장개방의 완결판이 될 것”이라면서, 그동안 체결한 50여 개 FTA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은 한국과 식습관, 기후가 비슷한 농업 대국이라면서, “중국에 시장이 개방되면 그나마 버티고 있던 약초, 도라지와 고사리 같은 나물, 양념 등 서양 시장에서 관심두지 않았던 부분이 모두 열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농민 단체가 특히 밭작물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헥타르당 40만원 이상을 요구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김성훈 대표는 한중 FTA 이후 2050년 이전에 모든 것이 끝날 것이라면서, 당장 나타나는 결과가 아니라 인식하지 못하지만, 서서히 몇 년에 걸쳐 진행되다가 우리나라 농촌 경제와 먹을거리는 “대파멸”을 맞을 것이라면서, 그때 가서는 국민들의 식품 안전은 어디서도 보장받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명과 평화의 일꾼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를 꾸린 전국 농민단체 대표들은 한중 FTA 이전에 이미 농촌 경제와 농민들의 삶은 수십 년간 파탄에 이르렀다면서, 한중 FTA 비준 이전에 피해 대책을 확실하게 마련해야 하며, 농업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한다는 입장이다.

“얼마가 되어도 좋으니, 내 쌀 좀 사 달라고 사정하는 것이 농민의 현실”

전국농민회총연맹 김영호 의장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농촌, 농민 정책은 지난 30년간 “경제 발전을 위해 농민이 희생해 달라는 것”이었다며, “얼마를 더 희생해야 하는가. 이제는 농업을 위해 휴대폰, 자동차 사업이 양보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장은, 살기 위해서 하우스 한 동을 지었더니, 일과 빚만 늘었다는 것이 농민들의 상황이라면서, 농업 정책은 하루 이틀, 정책 한두 개의 문제가 아니라 총체적으로 뒤집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에 제값을 쳐 주지 않고, 오히려 쌀값은 기본 생산비도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제 나라 정부에 의한 수탈이고 착취”라고 말했다.

김영호 의장은, 농민들만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농민들이 최소한의 삶이라도 살도록, 안전하게 농사만 짓게 해 달라는 호소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지만, 실제로 농촌을 지키고 농촌경제가 살아나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농민더러 그냥 참고 살거나 농사를 포기하라는 것”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김정열 사무총장(안나)은 지난 11월 14일 농민들이 외친 것도 “생존권 보장”이었고, 오래 농민과 농촌을 등한시했던 총체적 문제에 대해 농심이 들고 일어선 것이었다며, “오죽하면 나이든 농민들이 서울까지 왔겠는가. 농민들은 웬만하면 참고 살고 싶은 사람들”이라고 힘든 상황을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올해 쌀값이 14만 원(80킬로그램)까지 떨어졌지만, 내년에는 더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재고 135만 톤이 소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40만 9000톤이 계속 수입될 것이고, 소비가 줄어드는데도 밥용쌀마저 수입되기 때문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쌀값 15만 원은 농민들이 요구하는 23만 원에도 크게 미치지 못할 뿐더러 3년 전 17만 원에서도 떨어진 가격이다. 그나마 23만 원도 쌀 생산비 손익분기점인 최소 금액이다.

지난 11월 14일 농민들이 외친 구호는 “밥용쌀 수입 금지. 국민에게 비소 섞인 쌀을 먹일 수 없다”였다.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수입쌀 관세유예를 미룰 수 없다며, 관세 513퍼센트를 결정하고 쌀을 완전 개방했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으로 농산물 시장 개방에 합의하면서, 1994년과 2004년 두 차례에 걸쳐 관세를 유예했다. 유예 대가로 쌀을 의무수입하게 됐고, 2004년 유예 연장에 따른 쌀 수입량은 40만 9000톤이다.

그러나 관세화를 한 뒤에도 의무수입 물량은 유지된다. 그동안 수입쌀 물량 가운데 가공용과 밥용은 7대 3의 비율이었지만 관세화 뒤에는 용도 구분 규정이 폐지돼, 가공용 쌀만 수입할 수 있음에도 정부는 올해도 밥용 쌀을 3만 톤 수입했다.

관세율 513퍼센트에 대해, 정부는 주변국들이 이의제기를 하면서, 관세율 인하 요구나 밥용 쌀 의무수입에 대한 요구에 대한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수입쌀 문제는 소비량과 국내 쌀값의 문제도 있지만 국민 건강의 문제와 직결된다. 수입쌀에 포함된 비소 성분 때문이다. 식약처가 정한 비소 기준은 환경부 위험 기준의 2배, 발암위해도 최고기준의 9배, 미국이 판단한 위험 기준의 2배 이상이다.

김정열 사무총장은 “내가, 우리 농민이 이 정부의 보호를 받는 국민인가 묻고 싶다. 국가를 포기해야 하나, 농사를 포기해야 하느냐”면서, “우리가 먹고 있는 밥을 누가 생산했는지 한 번만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수입농산물로 밥상이 이뤄지지 않기를 바란다면, 농민이 모두 사라지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국민이 농민을 지켜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농민의 위기는 국민 밥상의 위기다”

가톨릭농민회 정현찬 회장(미카엘) 역시 “이미 농민들은 지을 농사가 없다”면서, “쌀값 안정화를 위해서 밥용쌀이라도 수입하지 말라는 것, 기초농산물이라도 수매제를 하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농민은 국민들의 어머니와 같다”며, “쌀농사가 무너지면 농민뿐만 아니라 밥을 먹고 사는 모든 이들이 안전한 먹을 거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 국민들이 건강을 지키고 싶다면 우리 농업을 제발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11월 27일, 서울대병원 앞, 대책위 천막에 모여 간담회를 개최한 뒤, 구호를 외치는 농민 대표들. [출처: 지금여기 정현진 기자]

“살려 달라고 외치는 농민들이 폭력집단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

한편, 농민들은 백남기 농민에 대한 경찰의 살인적 진압에 대한 사과, 책임자 처벌, 농업 대책 등을 요구하며, 12월 5일 다시 상경해 싸우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현재 11월 14일 집회가 폭력 집회라며 그 책임을 물어 농민단체 대표들에게 피의자 소환장을 발부한 상태다.

농민단체 대표들은 농민들은 단연코 폭력을 행사한 일이 없다면서, “정부의 폭력적 정책에 저항하고 외친 것임에도 오히려 공권력이 2차 폭력을 가한 것”이라며, 정부의 태도야말로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백남기 농민을 만나기 위해 서울대병원에 방문한 강기갑 전 의원(로베르토)은 이에 대해, “살고자 하는 농민들의 절규를 진압하는 것은, 통증을 호소하는 몸에 마취제를 쓰는 것과 같다. 살겠다고 몸부림치는 농민들에 살인적 폭력을 가한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기사제휴=지금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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