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을 꿈꾸며

강내희, 참세상 이사장 중앙대 고별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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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에 중독된 ‘필연의 왕국’을 넘어서야만 진정한 ‘자유의 왕국’이 열린다.”(자본 1권 하)

30년 가까운 중앙대 영문과 교수직을 내려놓은 진보적 문화이론가 강내희 교수는 마르크스의 ‘자본’ 1권의 이 말을 인용하면서 고별강연을 시작했다. 강 교수는 9일 오전 10시30분 중앙대 서라벌홀 511호 강의실에서 ‘노동 거부와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이란 제목으로 고별강연에 임했다. 60명 남짓 들어갈 평범한 강의실을 마지막 대학 강단 무대로 택한 강 교수는 준비한 파워포인트 자료를 넘겨가며 정확히 45분의 강연을 마쳤다. 의자를 꽉 채운 강의실에 30여명이 선채로 강의를 들었다. 5분으로 예상한 질문은 20분 넘게 이어졌다.

영문과 교수 답게 ‘노동’의 사전적 의미가 “짐을 지고 비틀거린다”는 뜻이고 프랑스 말에는 ‘고문’이란 뜻도 들어 있다고 했다. “프랑스 민중은 1848년 혁명에 승리한 뒤에 당연히 쓸어 버려야 할 ‘노동’을 그대로 둔 채 거꾸로 ‘노동할 권리’를 주장했는데, 이 얼마나 수치스런 일인가”라고 일갈했던 마르크스의 둘째 사위 폴 라파르그의 말을 인용하며 ‘노동 거부’를 목표로 한 노동시간 단축을 역설했다.

강 교수는 한국판 ‘노동 강요’의 역사를 자신의 경험으로 소개했다. 자신이 자란 50~60년대는 물론이고 70년대까지 도시의 골목엔 늘 “철수야 놀자, 영희야 노올자”는 함성이 끊이질 않았다. 오늘날 도시의 골목은 텅 비어 있다. 강 교수는 ‘서울의 골목 풍경’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주며 어떤 아이도 나와 놀지 않는 유령사회를 설명했다. 강 교수는 “한국에 노동을 강요한 시발점은 박정희의 새마을운동”이라며 “노동의 열매는 모두 자본에게 돌아가 노동자는 일하면 할수록 더 가난해지는 사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노동 거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인문학의 역할을 논하면서 “노동은 제품을 만들지만 작업(Work)은 작품을 만든다”는 한나 아렌트의 주장을 끌어와 “노동시간을 줄여야만 과학과 예술이 고도로 발전하는 사회가 가능하다”고 했다. 강 교수는 “생산성 발달로 더 적은 노동시간으로도 모두가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는 ‘축복’의 시대인데도 경제학자들은 계속 장시간 노동을 강권하면서 우리 사회를 ‘저주’로 만들고 있다”며 “장시간 노동은 착취당할 특권일 뿐”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노동 거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노동운동’이 바로 서야 한다”며 “노동운동이 지나치게 노동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노동운동은 노동시간 단축에 매진해 간다면 각자의 자유로운 발전이 만인의 자유로운 발전의 조건이 되는 코뮌주의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노동 거부’가 곧 노동 폄하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하면서 “자유의 왕국은 필연의 왕국을 토대로 했을 때에만 가능하다”는 마르크스의 말을 인용했다.

강 교수는 퇴직 후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비자본주의적 삶을 추구하는 다양한 실험을 계속하는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