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잔디밭을 파서 텃밭으로 만들겠다"

녹색당이 던지는 20대 총선의 한 수는?...대구서 '숨통이 트인다' 북콘서트

“국회의원 한 명이 아니다. 한 명이 국회 문틈을 벌려 놓으며 버티고 있으면, 다른 의제와 당원이 들어갈 것이다. 소수자 인권, 농업도 마찬가지다. 국회 앞 잔디밭을 파서 텃밭을 만들겠다. 곳곳에 넓은 잔디가 있는 곳을 파서 텃밭을 만들겠다”

2016년 총선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2번으로 선출된 이계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의 말이다. 아직 국회 문턱을 넘은 적 없는 녹색당이지만,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자세는 남다르다. 녹색당은 이달 6일 녹색당은 황윤(영화감독), 이계삼, 김주온(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운영위원), 구자상(부산시민햇빛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 신지예(오늘공작소 대표) 순으로 5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했다. 아직 총선에 등록할 당명조차 알 수 없는 여느 정당보다 빠르다.

7일 오후 3시 대구 동성아트홀에서 도서출판 포도밭 주최로 녹색당 비례대표 전국순회 북콘서트 <숨통이 트인다>가 열렸다. 책 출판 이후 광주, 제주, 순천에 이어 네 번째다. 당원을 포함한 시민 100여 명이 참석했고,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의 사회로 이계삼, 김주온, 구자상 비례대표 후보, 김은희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이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구자상, 김주온, 이계삼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선출자, 김덕진 천주교인권위 사무국장

"기본소득,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는 열쇳말"

“(녹색당은) 아직 녹색어머니보다 덜 알려졌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건 녹색당이 당면한 과제다.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자 당선을 위해서는 현재의 인지도와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날 녹색당의 한 수로 ‘기본소득’이 가장 많이 거론됐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녹색당의 ‘기본소득’에서 청년배당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이미 녹색당은 ‘기본소득’을 당론으로 정했다.

김주온 후보는 “내년 총선 녹색당의 가장 매력적인 정책은 기본소득”이라며 “기본소득은 시민들에게 시간을 돌려줄 것이다. 무조건적 소득이 주어지면 자신이 원하는 상상과 정치 참여의 가능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상 후보는 “국민기본소득이라는 표현을 쓰면 좋겠다”며 “전기요금, 수도요금 다 기본요금이 있다. 그런데 국민소득에는 기본이 없는가? 국민 4만불 시대라는 말 대신, 국민기본소득을 도입하자”고 말했다.

한국사회에도 기본소득이라는 담론이 등장한 지는 꽤 시간이 지났다. 녹색당도 지난 19대 총선에서 농민기본소득을 공약으로 걸었는데, 파급효과는 크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늘 ‘가능한 일인가?’,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 것이냐?’등의 의문부호가 붙었다.

이와 관련해 김은희 정책위원장은 “무상급식, 노령연금 등 모두에게 공평하게라는 아이디어는 이미 많이 나왔다”며 “조건을 붙이지 않는 최저선이 필요하다. 국가가 주는 돈이 아니라 사회가 생산한 총자산을 나누는 거다. 복지와 노동이라는 개별적 정책 과제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는 열쇳말로 토론이 활발히 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탈핵, 탈송전탑 그리고 에너지자립
녹색당 대구시당도 지역구 후보 1명 출마 준비


김주온 후보는 “녹색당의 정책과 가치는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라고 말했지만, 이 정책을 실현하려면 일단 국회로 들어가야 한다.

이계삼 후보는 “시작부터 그랬지만, 녹색당은 탈핵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탈핵, 탈송전탑 등 에너지 분야와 관련해 녹색당의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계삼 후보는 “사실 녹색당 의원 한 명이 국회에 들어간다고 해서 당장 국가정책에 변화가 생기기는 어렵다. 소수정당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녹색당이 최초로 원내에 진입한다면 탈핵뿐만 아니라, 소수자인권, 농업, 기본소득 의제까지 함께 들어갈 것이다. 의원 한 명이 제도권 정치라는 틈을 벌려놓으면, 당원과 다른 의제들이 들어가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구자상 후보는 “초기보다 태양광 모듈의 에너지 효율이 5천 배나 늘어났다. 이 말은 에너지자립을 위한 대안은 무수히 많다는 이야기”라며 “기후변화회의 가서 원자력을 팔아먹겠다는 망언을 하는 게 우리 정치 현실이다. 민주주의, 에너지, 생태적 합리성이 있는 국가로 나가야 한다고 녹색당이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콘서트는 변홍철 녹색당 대구시당 공동운영위원장 노래로 마무리됐다. 녹색당 대구시당이 내년 총선에 1명의 지역구 후보 출마를 결정하면서 변홍철 운영위원장은 출마를 준비 중이다. 아직 지역은 결정되지 않았고, 달서갑과 수성갑 지역을 우선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녹색 당신의 한 수’가 대구에서도 먹힐 수 있을까.

  이계삼 후보(왼쪽), 변홍철 녹색당 대구시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노래 <평화가 무엇이냐>를 부르고 있다.

덧붙이는 말

천용길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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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내세요

    "의원 한 명이 제도권 정치라는 틈을 벌려놓으면, 당원과 다른 의제들이 들어가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라는 말씀은 민주노동당이 2004년 처음 원내진출할 때 한 것과 비슷해 감흥이 덜 합니다.

    지금 노동자 민중 청년들은 2004년보다 훨씬 어려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지구와 자연도 훨씬 힘들어 합니다. 기상이변과 중국발 스모그를 보면서 이러다 세상 망하는 거 아닌가? 되묻기도 합니다.

    본론으로 돌아와 현재 유일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2004년의 기억을 제쳐 두고 교섭단체 이야기만 합니다. 이 또한 공허합니다.

    아무쪼록 녹색당은 기성 진보정당이 보여주는 공허함의 원인을 잘 살펴 내부에서 끊임없이 자기 증식해 승승 장구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도시농업=힐링

    국회앞 텃밭가꾸기란 퍼포먼스가 농업과 식량문제의 상징적 해법이 될 수 있을까요? 도시농업을 통한 힐링 딱 거기까지 아닐까요?

    이미 국회에서 일부 텃밭농사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다음에서 "국회앞 텃밭" 검색하면 정세균, 임수경, 신경민, 인재근 의원 등이 올 여름 열심히 텃밭 농사 지으셨더군요..

    녹색당의 핵심 정책인 "기본 소득"으로 기사 헤드라인을 땃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 ㅁㅁ

    잔디밭을 광장으리

  • 통합이필요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이 통합했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어떤 짓을 해도 총선 후 녹색당 노동당이 소멸할 것은 자명하죠. 살아남지 못한다면 무슨 정치를 하자고 해도 의미가 없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