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집하는 혐오, 넓고 짙게 파고드는 혐오 “다른 듯 같은”

‘혐오표현의 실태와 대책’ 토론회 1부
전문가들 “혐오 생산하고 유지하는 권력 살펴봐야”

‘혐오표현의 실태와 대책’ 토론회

[편집자 주] 지난 한 해를 정리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혐오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대상에 대한 혐오의 색채는 옅어지긴커녕 짙어지고 가속화되고 있다. 혐오가 만연한 오늘날의 사태를 짚고 이에 대한 규제와 사회적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열렸다. 서울대학교 인권센터와 혐오표현 연구모임이 28일 서울대학교 근대법학교육 백주년 기념관에서 진행한 ‘혐오표현의 실태와 대책’에 관한 토론회를 1, 2부로 나눠서 싣는다.

1부 : 혐오표현의 문제점과 실태
2부 : 혐오표현 규제와 사회적 대안

점점 더 다양한 대상을 향해 더욱 짙어지는 혐오표현. 이제 한국사회에서 혐오표현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서울대학교 인권센터와 혐오표현 연구모임은 ‘혐오표현의 실태와 대책’ 토론회를 28일 서울대학교 근대법학교육 백주년기념관에서 개최했다. 토론회는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1부에서는 ‘혐오표현의 문제점과 실태’를 심도 깊게 살펴보고, 2부에서는 ‘혐오표현 규제와 사회적 대안’을 통해 어떻게 혐오표현을 규제할 것인가를 살펴보았다.

1부에서 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GP네트워크 팀장은 한국사회의 혐오표현이 ‘불안’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불안감의 확대와 구조화가 조직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0년대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진행된 햇볕정책과 4대 개혁입법 시도가 보수의 결집과 뉴라이트의 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이렇게 구성된 보수 세력은 보수 우익과 뉴라이트, 그리고 보수적 개신교 우파로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그리고 이렇게 구조화된 보수세력이 바로 혐오를 확대하고 재생산하며 그 공고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들의 혐오선동 논리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바로 ‘사회 혼란을 조장하는’ ‘종북’으로 모인다는 점이다. 나영 팀장은 “이제 ‘종북’은 명확한 실체조차 불분명한 적대의 대상으로서 필요에 따라 어디에든 따라붙고 있으며, 이를 통해 특정 대상을 향한 혐오의 논리를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산주의 세력이 자신들의 실체를 감추고 정치와 사회문화, 시장 영역 전반에 침투하여 사회 혼란을 조장하고 전복을 도모하고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보다 추상적이고 막연한 불안과 상대방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리고 이들은 이러한 불안을 적극적으로 이데올로기화하고 선동함으로써 정치적 집권에 성공했다.

다양한 소수자 영역에서 활동해온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직의 활동을 저지하고 공동체의 화합을 끌어내야 할 국가와 언론이 오히려 소수자 집단에 대한 혐오의 이미지를 고착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혜실 다문화마을의 꿈꾸는 나무 공동대표는 이주민을 향한 부정적이고 혐오적인 태도를 국가 기관이 취하여 ‘국민에게 혐오 표현은 문제가 없는 것’이라는 인식을 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먼저 정 대표는 지난 2003년, 파키스탄 주재 한국대사관이 영사관 홈페이지에 공식적으로 게재했다는 “국제 사기결혼에 주의 바람!”이라는 제목의 글을 소개했다. 이 글은 한국에 체류하는 파키스탄 노동자 중에 “자유분방한 문화와 사회 분위기에 편승, 회교도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우리 법질서를 위반하는 불량한 자로 변하는 노동자가 있다”며 한국에 체류하기 위해 한국 여성들과 위장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2년 발생한 소위 ‘오원춘 사건’ 이후 수원시는 ‘Any Call’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통장, 반장, 유관단체를 비롯하여 숙박협회에 이르기까지 미등록체류자를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정 공동대표는 “사건의 본질에 대한 해석이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의 형태, 즉 성폭력과 가정폭력이라는 문제에 초점을 두어야 함에도, 가해 당사자가 중국 국적자라는 사실만으로 이주민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국가의 혐오 선동적 정책은 국민에게 강한 메시지를 던질 뿐 아니라, 소수자 당사자의 삶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더욱 크고 심각하다”며 해결의 시급성을 촉구했다.

소수자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는 언론에서도 만들어진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는 ‘상윤이 사건’과 ‘커리어월드 사건’을 설명하면서 언론 보도에서 소수자에 대한 혐오의 이미지가 여과 없이 드러날 때, 혐오가 더욱 확대되고 깊어지는 양상을 설명했다. 박김 상임대표는 “지난 2014년, 부산의 한 복지관에서 발달장애인이 2살 된 상윤이를 복지관에서 던져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일어났고, 언론은 이를 ‘상윤이 사건’이라고 부르며 자극적으로 소비했다”고 전했다. 언론은 발달장애인이 얼마나 위험하고 통제가 되지 않는 존재인지를 앞다투어 보도했다.

그리고 이러한 보도의 여파는 지난해 ‘커리어월드 사건’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동대문구 성일중학교 내에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발달장애인 직업교육센터로 만들겠다는 서울시 교육청의 발표에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박김 상임대표는 “예전에는 지역에 장애인 시설이 설립된다고 하면 지역 주민들 반대 이유가 ‘집값 떨어진다’, ‘동네 이미지 나빠진다’였지만, 이번 커리어월드 사건에서는 ‘공포스럽다’, ‘위험하다’였다”며 언론 보도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가 사회에 얼마나 강하게 뿌리내렸는지 설명했다.

한쪽에서 권력의 유지를 위해 구성한 혐오는 제재받지 않은 채 사회 안에서 착실하게 지분을 넓혀간다.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은 성소수자들이 전 생애에 걸쳐 혐오 표현에 노출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국가인권위원회가 2015년 공개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실태조사’에 따르면, 교사로부터 한 번이라도 혐오 발언을 들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80.0%, 다른 학생으로부터 혐오 발언을 하나라도 들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92.0%에 달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나 차별, 폭력이 종종, 또는 자주 일어난다고 답한 응답자가 67.7%였고, 혈연가족이나 친족에 의한 폭력이나 학대, 방임이 종종 또는 자주 일어난다고 답변한 사람도 66.4%였다. 이 사무국장은 “성소수자에 대한 조롱과 폭력이 가능한 문화 안에서 성소수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문제는 경제생활의 가능성, 사회생활의 생명과 이어진다”면서 “그렇다 보니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은 점점 더 굳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희정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이 가진 특수한 성격의 혐오 표현 생산-재생산 구조를 깨뜨리기 위해서는 혐오의 공고화로 권력을 강화할 수 있는 집단이 어디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을 파편화시키고 공동체를 파괴하며 연대를 불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모든 투쟁을 개인의 싸움으로 만들어버리는 데 있어 혐오만 한 것이 없다”면서 “관계를 박살 내고 존재를 파편화시킴으로써 영속되는 신자유주의의 속성에 가장 적절한 정동이 바로 혐오”라고 지적했다. 손 연구원은 “신자유주의라는 가부장제, 반공, 식민주의, 그리고 발전주의라는 낡았지만 영속되는 구시대의 이데올로기가 서로의 지지구조이자 알리바이로 작동하면서, 혐오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견고해 보이는 이 ‘혐오의 사슬’을 끊기 위해 어떤 규제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며 또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이어진 2부 ‘혐오표현 규제와 사회적 대안’에서 이에 관한 전문가들의 분석과 사례 설명을 통해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제시했다.
덧붙이는 말

최한별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