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철도역 통틀어 전동리프트 안전관리자 ‘1’명

혼자서 전국 244개 전동리프트 관리...“큰 사고 날 것”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박명애(63, 대구 수성구) 씨는 기차를 탈 때마다 두려움을 느낀다. 작년 8월 서울역에서 내릴 때 휠체어 전동리프트(승강설비)가 고장나 머리를 다쳤기 때문이다. 기차에서 내리려고 전동리프트에 들어서는 순간 전동리프트가 내려갔고, 몸이 앞으로 쏠린 박 씨는 전동리프트 경사로 부분에 머리를 박았다. 이 사고로 박 씨는 뇌진탕 등을 진단받고 서울역 인근 병원에 1달가량 입원했다. 그 후로 박 씨는 전동리프트를 보면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 됐다.

고장은 이어졌다. 지난 1월 부산역에서 내릴 때는 아예 운용 가능한 전동리프트가 없어 구형 이동식 경사로를 통해 내려야 했다. 박 씨에 따르면 경사로는 박 씨가 탔던 ITX호와 규격이 맞지 않아 역사 직원들이 휠체어를 붙잡고 씨름해야 했다.

“매번 타고 내릴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사고 이후에는 걱정도 많이 되고··· 그때(8월)는 벨트를 했기에 다행이지 더 큰 사고가 날 뻔했습니다. 오늘(2일)도 서울에 왔는데 또 전동리프트는 고장이 나 있었어요. 자꾸 고장 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큰 사고가 일어날 것 같아요”

지난 8월 박 씨가 서울역에서 사고를 당한 이후 대책으로 코레일은 휠체어 전동리프트 점검보수 업무를 용역업체에 넘겼다. “사상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항상 양호한 운전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앞서 관리는 전동리프트 납품업체 삼성정밀이 맡았으나, 지난 11월 입찰받은 코레일테크가 관리 업무를 넘겨받았다.

코레일테크가 전동리프트 관리에 나서자 수리·정비 건수가 급격히 늘었다. 충전 불량 정비나 바퀴·유압 장치 정비 등 건수는 2013년 55건, 2014년 28건, 2015년 45건이었으나, 2016년 1월 한 달간 45건으로 불어났다. 코레일 측은 고장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코레일테크가 집중 점검에 나섰기 때문이라 보고 있다.

문제는 전동리프트 관리 담당자가 1명뿐 이라는 것이다. 코레일테크에 따르면 경기도 시흥에서 근무하는 담당자 한 명이 전국 모든 역사의 전동리프트 점검하고, 수리 업무까지 맡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1월 기준 104개 역사에 244개가 갖춰져 있다.

코레일테크 관계자는 “1년 단위 점검 계획대로 점검하다가도 기본 100여 개 역사 200여 개의 설비가 많은 편이고, 수리 요청이 들어오면 해당 담당자가 처리해야 해 업무가 몰린다”고 설명했다.

담당자 증원 계획을 묻자 이 관계자는 “코레일에서 인건비 항목으로 한 명을 산정했기 때문에 코레일테크로서도 계약 내용을 넘어서는 업무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코레일 관계자는 “전담하는 직원은 1명이지만, 그 외에 다른 차장, 부장도 최대 4명까지 같이 점검에 나서 순회 점검하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충분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인력 부족이 문제다. 점검뿐만 아니라 장비 운용을 공익요원이 하지 역무원이 없다. 정비도 업무량이 많아 제대로 안 될 것이다. 서울역도 그런데 외진 곳은 얼마나 정비가 되겠나”라며 “못해도 권역별로라도 점검·보수를 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야 한다. 이용 장애인이 소수라 해도 다쳐도 되는 사람인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말

박중엽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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