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혐오’ 극성에 대구시 ‘할랄 사업’ 철회

대구시의회, "사전협의 없었다"며 철회 촉구...시민단체, "오락가락 행정" 지적

대구시가 무슬림 혐오 여론 확산에 부딪혀 ‘할랄(halal) 사업’ 철회를 결정했다.

대구시는 국비 지원 사업에 선정돼 할랄 인증 등을 통한 지역 생산품 수출 지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이 소식이 지난 4일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직후 ‘다음 아고라’ 등을 통해서 반대 여론이 급속히 퍼졌고, 이에 권영진 대구시장이 최종 철회 결정을 내리게 됐다.

반대 여론은 ‘할랄 인증 사업’을 ‘할랄 단지 조성’으로 곡해하거나, 이로 인해 ‘이슬람 문화권’에서 집단 이주하게 되고 테러·성범죄가 증가해 시민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대구시는 11일 “할랄 사업이 국가 관심 추진사업이지만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갈등 우려와 사업 실익 등을 고려할 때 지속적 사업추진이 곤란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관련 지자체와 기관의 ‘한국형 할랄 6차산업 육성’ 사업관련 의견을 수렴하여 사업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대구시의회는 10일 “대구시의회와 협의가 없었다”며 할랄 사업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동희 대구시의회 의장은 “타 시·도에서도 할랄 식품 인증에 필요한 기간과 소요비용 대비 실효성 부족 등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고 주민 반대에 부딪혀 사업을 포기한 지자체도 있다“며 “이와 같이 사업 추진에 따른 주민 반대여론 등이 예견되는데도 시민 의견 수렴과정을 소홀히 했고 시민들의 정서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사업 추진에 맞춰 시의회에 알려야 하는데 당일 바로 논란이 돼 시기가 어긋났다”라며 “다만 이전에도 수차례 보도자료를 통해 사업 소식을 알렸고 기사화도 됐는데 급작스럽게 반대여론이 생긴 점도 있다. 국민 정서에 아직 맞지 않는 사업이라는 것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 철회를 결정한 대구시를 두고 ‘근거 없는 소문에 휩쓸리는’ 행정이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정책부장은 “사업 내용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뜬구름 잡는 소문만으로 대구시 사업이 취소되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며 “종교적 편견에 근거한 소문에 휩쓸리는 것도 문제가 있다. 정말 문제 있는 사업이라면 검토해야겠지만, 공론화하고 쟁점을 정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이우환 미술관 사업은 몇 달씩이나 토론이 오갔는데 이번 사건은 일부 종교나 반대 여론만 의식해 기본을 지키지 못한 사례”라고 꼬집었다.

할랄이란 이슬람 율법(Shariah)으로 “허용된 것”이란 의미다. 할랄 푸드란 너르게는 이슬람 교리가 허용하는 식품을, 좁게는 살아있는 짐승을 이슬람식 도축법으로 도살한 음식을 말한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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