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를 ‘치유’한다고? 그것은 ‘폭력’이다!

전환치료근절운동네트워크, 진주 트랜스젠더 인권유린 사건 대응 시작

진주에서 보수 개신교 단체가 '전환치료'를 한다며 트랜스젠더를 반복적으로 강도 높게 폭행했으나, 가해자들이 처벌받지 않은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시민단체와 교계가 뭉쳤다.

  전환치료근절운동네트워크(준)이 공식 출범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전환치료를 빙자한 폭력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비마이너]

지난해 11월, 온 몸에 멍과 상처를 입은 사람이 맨발로 진주의 한 경찰서에 뛰어 들어왔다. 트랜스젠더인 연희 씨(가명)는 자신의 가족과 '미션코람데오' 관계자들로부터 수차례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큼 폭행을 당해왔다고 털어놓았다. 미션코람데오는 연희 씨의 성정체성이 ‘귀신이 들려서’ 그런 것이고 축사, 즉 물리적 폭력 행위를 해야 ‘치유’된다고 주장해왔다. 때문에 연희 씨는 한 회당 평균 2~3일, 총 4회에 걸쳐 ‘전환치료’를 받았고, 미션코람데오는 "동성애자는 돌로 쳐 죽여도 된다"는 성경구절을 이용해 연희 씨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이들의 폭행은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았다. 연희 씨의 가족들이 미션코람데오 측은 폭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두둔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환치료 폭행 사건은 단순 가정폭력 사건으로 종결되었다.

본 사건과 관련해 장애여성공감,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등 7개 인권시민단체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한국기독교장로회 향린교회 등 11개 종교계 단체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환치료근절운동네트워크(준)'를 발족했다. 전환치료근절운동네트워크는 진주 트랜스젠더 인권유린 사건 가해자들에 대한 형사고소 등 법적 대응을 시작으로, 중대한 인권침해인 성소수자 전환치료를 근절하기 위한 행동을 다각도로 진행할 예정이다.

나영정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는 "현재 한국 사회에는 '동성애 치료'나 '탈동성애 인권'등 굉장히 인권침해적인 프레임이 보수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만연해 있다"면서 "엄연한 폭행, 상해 사건인 진주 미션코람데오 사건에 대한 강경한 법정 대응을 시작으로, 물리적 폭력을 수반하지 않더라도 성소수자를 교정과 치료의 대상으로 보는 각종 상담, 유사 의료행위에 대한 대응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환치료의 문제에 대해 종교계도 깊은 우려를 표했다. 민김종훈(자캐오)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신부는 "'신 앞에서'라는 의미를 지닌 '코람데오'를 내걸고 혐오와 폭력을 일삼은 이번 사건에 대해 통탄을 금할 수 없다"고 입을 열었다. 민김 신부는 "신은 인간이 정한 교리와 생각에 갇힐 수 없는 존재"라면서 "인간의 생각에 한정된 신은 더 이상 신이라고 볼 수 없고, 종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우상일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더 이상 종교라는 방패 뒤에 숨어 자신들의 무지와 폭력성을 정당화하지 말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의학계에서 바라보는 전환치료의 문제 지적도 이어졌다.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는 "동성애가 질병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70년대에 세계 의학계에서 합의된 내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동성애의 '비정상성'을 들고 나와 이들에 대한 치료를 강조하는 주장들이 누구로부터, 왜 나오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전환치료근절운동네트워크(준)는 "유엔 국제인권기구들이 전환치료를 고문에 해당하는 국제인권법 위반 행위임을 명백히 하고 있고, 전 세계 주요 기독교 교단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방향으로 방침이 정해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여전히 한국 일부 종교계에서는 조직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조장하고 이러한 활동에 전문가의 직업윤리를 저버린 의료계나 학계 일부 인사들도 동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모든 형태의 전환치료 강력 처벌, 전환치료 행위 즉각 중단 등을 촉구하며 강경한 행동 의지를 밝혔다. 또한, 대응 행동에 힘을 싣기 위해서는 전환치료 피해자들이나 관계자들의 사례가 더욱 많이 모여야 한다며 제보를 거듭 요청했다.
덧붙이는 말

최한별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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