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어용노조’ 새노조로 갈아타며 법원 판결 ‘조롱’

노조 ‘무효’ 판결 닷새만...총체적 노조파괴 노동부 책임론 거세

노조파괴 사업장 유성기업 회사가 설립하고 운영해 법원이 노조 설립이 ‘무효’라고 판결한 유성기업노조(제2노조) 위원장이 판결 닷새 만에 유성기업새노조(제3노조) 위원장으로 또 노조를 설립했다.

노동부 천안지청은 제2노조 위원장 안두헌 씨를 새노조 위원장으로 한 노조 설립신고서가 19일 접수됐다고 밝혔다. 노동부 근로감독관은 “제2노조 위원장과 사무장이 그대로 새노조 대표자를 맡고 있는 것을 포함해 노조의 자주성과 독립성 측면에서 이 노조 신고서 수리할 지 말지 여러 가지 검토를 하고 있다”면서 “법원 판결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 설립 신고서 수리 여부는 21~22일 사이 결정할 계획이다.

새노조와 관련해 전국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제1노조)는 “제2노조는 별도의 노조 해산 총회를 하지 않았고 노조 조합원이 제3노조로 옮겨가는 등 어용노조가 새노조로 명칭만 바꾼 것”이라며 “여전히 회사의 지시에 따라 자주성과 독립성이 없는 불법 임의단체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동부는 판결에 따라 제2노조 설립을 즉각 취소하고, 제3노조의 설립신고증을 반려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김성민 유성기업지회장은 “어용노조는 노동부에 새노조 설립 신고를 하며 스스로 불법 단체라는 것을 또 증명했다”면서 “어용노조가 떳떳하다면 굳이 제3노조를 설립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새날법률사무소 김상은 변호사는 “어용노조는 항소를 해도 노조 설립 무효 법원 판결이 뒤집히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고, 어용노조원의 동요를 막고 내부 진정용으로 술수를 부려 새노조를 설립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20일 오후,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와 노동부 청주지청 간의 면담이 4시간 가량 진행됐다. 김성민 유성기업지회장은 면담에서 노동부가 작성하고 보유한 유성기업 부당노동행위와 노조파괴 관련 자료를 노동부 관계자들에게 내보이며 "노동부가 불법 행위 자료를 이렇게 많이 갖고 있었지만 그동안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3개의 파일에 담긴 자료는 1천여 페이지도 넘는 분량이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도 20일 성명을 내고 “유성기업 제3노조는 자주성과 독립성이 결여된 어용노조의 연장이며 회사가 설립을 지시했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법원 판결도 조롱하는 어용노조”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6년째 계속되는 유성기업 노조파괴 행위와 제3노조 설립 신고에 이르기까지 노동부가 무엇을 했냐는 지적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성기업과 현대차 사업주 처벌을 촉구하는 유성기업 범시민대책위는 “유성기업 사태를 이 지경으로 악화시키고 한광호 열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공범이 바로 노동부”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2011년 노동부는 어용노조인 제2노조 설립 신고증을 교부하면서 불법에 가담했고, 법원이 불법이라고 판결한 유성기업 사측의 직장폐쇄를 수용했고, 불법 노동행위 증거 자료를 다수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사업주 유시영 대표이사를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면서 노동부의 ‘사측 봐주기’ 과거 행적을 비판했다.

20일 노동부 청주지청과 천안지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과 같은 날 노동부 면담에서도 최근 상황과 관련해 노동부 책임론이 대두됐다. 유성기업지회는 지난 3월 17일 주검으로 발견된 유성기업 노동자 고(故) 한광호 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학적 노무관리 등 노조파괴 전반에 대해 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하라고 촉구했지만, 노동부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또한 임시건강진단 명령과 치료, 역학조사 등 가학적 노무관리에 대한 대책 마련과 한광호 열사에 대한 조속한 산업재해 처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노동부가 마찬가지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 노동부의 이 같은 입장은 20일 유성기업지회와의 면담에서도 확인됐다.

반면 노동계와 범시민대책위 등은 현대차와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범죄’를 처벌해야 한다며 검찰에 의견서를 내고, 전문가들은 유성기업 노동자에 대한 임시건강진단을 꼭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작업환경의학 전문의 최민 씨는 “유성기업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 사업장”이라며 “노동부는 무엇보다 유성기업 전체 노동자 정신건강에 대한 임시건강진단을 실시해 정신건강 고위험군을 선별하고, 즉각 중재가 필요한 노동자에게 치료나 상담을 제공하며, 조직적 차원의 원인을 밝혀 이후 비극이 다시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민 지회장은 이날 “사측은 법원이 불법이라고 판결한 어용노조에게 노조 사무실을 제공하고 노조 전임자를 인정하고 노사 교섭도 하는 반면, 합법 노조인 금속노조에게는 모든 노조 활동을 금지하고 불법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이 같은 사업주를 처벌하지 않고 특별근로감독조차 하지 않는 노동부의 행태와 이 사태를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라고 토로했다.

김 지회장은 “노동부가 2011년, 2012년 제대로 된 행정지도와 처분을 했다면 유성기업 충북 영동공장과 충남 아산공장에서 절반이 넘는 정신질환 환자들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며 한광호 열사의 죽음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노동부는 더 이상 자신의 책임을 방기하지 마라”고 촉구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4일 금속노조가 유성기업과 유성기업노조를 상대로 낸 노조설립 무효 확인 소송에서 “유성기업노조는 설립 자체가 회사의 주도로 이뤄졌고 노조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노조 설립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유성기업노조는 선전물을 통해 ‘엉터리 판결’이라며 항소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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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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