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특별법 합헌 그 후, 4인의 성 노동자에게 듣다

[워커스 6호-인터뷰] “사냥 아니면 양식이다. 어쨌든 때 되면 다 잡아간다”


3월 31일. 헌법재판소는 성 판매 여성을 처벌하도록 하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 특별법)을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성 판매 여성을 처벌하는 것이 건전한 성 풍속과 성 도덕을 확립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는 것이 합헌 결정의 요지다. 이 판결을 두고 찬반 양론이 맞선다. 한쪽에선 성을 사고파는 행위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합헌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반대로 또 한쪽에선 성매매 특별법은 성적 자기 결정권을 국가가 통제하는 것이며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합헌 결정에 문제를 제기한다.

성매매 특별법은 지난 2004년 제정됐다. 제정 당시부터 이 법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여성운동 진영 내에서도 이 법에 대한 해석과 입장이 달랐다. 성 판매 여성을 ‘성 노동자’로 인정할 것이냐는 논란, 성 노동의 자발성에 대한 논란, 성매매 행위의 처벌 범위에 대한 논란. 그러나 법의 제정, 지속된 논란과 별개로 성매매는 사회의 한쪽에서 꾸준히 지속됐고 성을 판매하는 여성들도 계속 존재했다. 창녀, 성매매 피해 여성, 성 노동자. 그녀들을 지칭하는 이름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 법과 사회가 그녀들에 대한 ‘처분’을 두고 왈가왈부를 하는 동안에도 그녀들은 성을 팔았고 돈을 벌었고 먹고살았다.

4명의 여성 성 노동자를 직접 만나 그녀들의 삶, 성매매 특별법 합헌 결정에 대한 생각, 이 사회에서 성 노동자로 살아가는 일에 대해 물었다.
(4명의 성 노동자들은 각각 다른 형태의 성 판매에 종사하고 있다. 각자 다른 삶의 형태와 나이, 환경에 있으며 그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인터뷰는 신분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4명을 따로 분류하지 않고 기록한다.)

“교사나 공무원에게도 자발적 노동이냐 묻나”

Q. 성 노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결국 경제적인 문제다. 이혼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식당 일을 하고 공장에도 다녔지만 수입이 부족했다. 시간 문제도 있었다. 식당에서 일하면서는 아이를 돌볼 시간이 나지 않았다. 그때 성 노동을 하던 친구가 업장까지 소개해 주며 일을 제안했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일을 계속하고 있다. 지금은 업장을 통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혼자 손님을 구하는 직거래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다.

Q. ‘자발적 성 노동’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가

세상에 자발적 노동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하나? 일을 하기 싫으면서 결국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경우가 태반이지 않나. 자발과 비자발의 프레임으로 성 노동자를 구분하려는 것은 결국 성 노동자를 사회가 원하는 프레임으로만 분류하겠다는 이야기다. 처음부터 성 노동자라는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토대에서 비(非)자발적이라면 구제의 대상으로 대상화하고 자발적이라면 사회적으로 존재를 지우고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태도다.

성 노동자의 존재를 인정하라거나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러게 누가 불법인 일을 하래?’라고 말한다. ‘공장이나 식당에서 열심히 일하면 성매매 하지 않고 살 수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식당이나 공장에서 일을 해서는 먹고살기 힘들어서 내가 선택한 직업인 거다, 단지.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공장이나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도리어 무시하는 거다. ‘공장이나 식당에서 일하면 된다’는 사람들이 ‘교사를 하거나 공무원을 하라’는 말은 안 한다. 애초에 직업 자체에 계급을 나눠 놓고 있다는 거다. 교사나 공무원에게 자발적이냐 비자발적이냐 묻지 않는다. 지금은 본업이 따로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수입이 부족해서 부업으로 성 노동을 계속하고 있다. 본업만으로 수입이 충분하면 안전도 인권도 없는 한국 같은 환경에서 성 노동을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본업에선 매일 야근해 봤자 야근 수당도 안 주고 갑질은 갑질대로 당한다. 이런 상황에 자발적 성 노동, 비자발적 성 노동을 구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Q. 성 노동자들을 대하는 사회의 시선은 어떻게 변해 왔나

예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를 더럽다고 한다. 역사적으로도 남성의 성은 해소돼야 할 것으로 취급하지만 여성의 성은 신성한 것으로 여긴다. 신성한 성을 파니까 더럽다고 여기는 거지. 가끔 손님들 중에 젊은 미혼 남성이 “너 이 일 하다 시집은 어떻게 갈래?”라고 묻는다. 나랑 똑같이 섹스를 했고 자기도 미혼이면서. 자기는 성을 구매하고 다녀도 결혼에 문제가 없지만 나는 문제가 생길 거라는 거다. 예약을 할 때 “너 오늘 몇 개나 뛰었어?”라고 묻거나 “오늘 첫 손님으로 오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오늘 ‘새 거’여야 한다면서. “당신이 첫 손님이 아니”라고 하면 찝찝하다고 한다. 가끔 자기가 돈을 잘 버니 같이 살자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내 취향이 아니라 싫다”라고 하면 대뜸 화를 낸다. 자기가 나보다 우위에 있는 사람이고 나를 돈 주고 샀다고 여기는데 자기가 베푼 ‘시혜’가 거부당하니 화를 내는 거다. 외국인 손님을 받을 땐 영어를 쓴다고 말했더니 화를 내는 손님도 있었다. 성매매나 하는 여자가 자기보다 영어를 잘한다는 걸 인정할 수 없는 거다. 우리 사회엔 일종의 ‘카스트’가 있다. 성 노동자는 자기보다 천하고 하등한 존재라고 여기는.

“합헌 판결 이후 낙인과 폭력이 확장됐다”

Q. 이번 성매매 특별법 합헌 판결이 생활에 영향을 미쳤나

성매매 특별법 합헌이 결정된 날 대대적인 단속이 있었다. 판결이 나면 단속을 하려고 미리 준비한 것처럼. 친구가 신촌에 있는 키스방의 관리자다. 업주나 관리자들끼리는 네트워크 같은 게 있어서 단속 정보를 교환하는데 그날 서울권 업소들에 대대적인 단속이 있을 거라는 정보를 미리 얻었다더라. 그래서 문 다 걸어 잠그고 얼굴 아는 손님만 받았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단속을 조심하고 있다. 인천에서 룸살롱 다니는 언니는 판결이 난 날에 업소 단속에 성 노동자들 대기실까지 다 털렸다고 했다. 나도 손님이 확 줄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문의 메일이 하루 평균 30개쯤 왔는데 합헌 판결이 나고 그 수가 완전히 줄어서 오늘은 문의하는 메일만 10개 왔다. 업소에 나가는 경우도 12시간씩 7일 일하고 30만 원 벌었다더라. 손님들도 판결이 나고 태도가 달라졌다. 성매매가 불법인 줄도 몰랐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판결이 나고 뉴스에 나오니까 자기가 신고하면 어떻게 되냐고 말하더라. 돈 안 내고 뺏어가면 어쩔 거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고. 자기들은 농담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식겁한다.

판결이 합헌으로 날 건 다들 예상했지만 그래도 사회적인 이슈가 될 것 같았고 이를 사회적으로 논의하는 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것 없이 준비했다는 듯 단속을 해 버렸다. 이렇게 대대적으로 단속을 하면서 성 노동자들이 비빌 언덕이 아예 없어져 버렸다. 평소에는 업소들 관리하고 돈 받아 챙기다가 판결 나온 날은 싹 다 단속해 잡아갔다. 법원이 단속에 당위를 부여해 준 거다. 여섯 명의 판사들이 우리들을 다 잡아가도 문제가 없다는 일종의 면죄부를 준 거지. 낙인과 폭력이 더 확장되도록 했다. 사실 그동안 없었던 문제가 아니고 그날만의 문제가 아니긴 하지만 그걸 확대하고 재확인해서 공표해 버렸다. 사냥 같았다. 업소 없이 일하는 성 노동자들은 사냥을 당한 셈이고 평소에 경찰들이 관리하던 업소들은 양식을 당한 거다. 어쨌든 때 되면 다 잡아간다.

Q. 성매매 특별법으로 표현되는 사회적 인식은 성 노동자들을 ‘재활’시키려고 한다

‘재사회화’니 ‘교육’이니 말을 하지만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직업 학교 같은 데를 다니게 한다는데 거길 다니면 지금 버는 만큼 벌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난 지금 전문 직종의 본업이 있는데도 성 노동을 부업으로 한다. 전체 사회의 임금 정상화가 되지 않는 이상 크게 의미가 없다. 그리고 사실 이미 우리는 성 노동이라는 전문 기술직에 종사하고 있다. 적성에도 맞는다. 모든 성 노동자들의 적성과 의사도 모르고 사회가 요구하는 직종으로의 업종 전환을 요구하면서 재사회화니 하는 말을 갖다 붙이고 있다. 심지어 돈도 안 되는 일들을.


“인간이라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Q. 실질적으로 필요한 제도는 어떤 것일까

합법이니 불법이니 하는 말을 하기 전에 안전과 건강을 위한 장치부터 만들면 좋겠다. 불법 딱지를 붙여 놓고 어떤 안전장치도 사회가 만들어 놓지 않는다. 강간 피해자도 도와주지 않는 사회다. 당장 며칠 전에 외국인 손님을 받았는데 호텔 방에 감금당했다. 디스카운트를 요구하길래 싫다고 했더니 방에 감금하고 보내 주지 않았다. 문 밖에 사람 소리가 날 때 소리를 지르면서 도망 나올 수 있었다. 손님들이 화를 내면서 욕하고 폭력을 휘둘러도 마땅히 신고할 곳조차 없다. 그럴 때면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매일매일 안전의 위협을 느끼면서 사는 거다. 건강과 의료도 마땅한 시스템이 없다. 아파도 병원에 가기가 어렵다. 특히 부인과 병원만 가면 성관계하지 말고 푹 쉬라는 말만 한다. 의사에게 직업에 대해 얘기하면 그만두라는 말만 한다. 증상이나 생활에 대해 자세히 말해야 현실적인 조언과 처방을 받을 수 있는데 그럴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어렵다.

Q. 성 노동을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합법화가 필요하다는 것인가

그런 것은 아니다. 얘기한 안전장치는 합법화 논의 이전에 사람이라면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장치를 말하는 거다. 사실 이번에 제기한 위헌 소송을 완전히 찬성하지는 않았다. 소송 내용도 집창촌에 한정했고 다양한 층위의 성 노동자들을 위한 내용은 아니었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성 노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대책을 묻는 내용도 부족했다. 합법화에 대해서도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지금처럼 성 노동자들을 대하는 사회에서 당장 성매매가 합법화됐을 때 성 노동자들은 합법적으로 배제되고 아예 방치될 수 있다. 어설픈 사회 보장 제도나 복지 제도를 마련해 놓고 가난한 사람들을 방치하는 지금의 복지 정책과 마찬가지인 거다. 우리가 범죄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이런 우려를 지울 수는 없다. 국가와 사회의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는 거다.

Q. 그럼 무엇이 필요하다는 건가

법이나 제도에 앞서서 논의라도 있어야 한다는 거다. 아직까진 세금의 문제, 개인의 노동권 문제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마땅한 제도적 대책도 없다. 더럽고 천하다고 인식하면서 성 노동을 배제하는 사회 전반의 인식에 대해서도 논의가 전혀 없는 상태다. 얼마 전 인천의 한 태국인 성 노동자가 에이즈에 감염된 상태에서 성 노동을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사람들은 그걸 가지고 또 성매매가 문제고 다 단속해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그에 앞서 그녀가 왜 콘돔도 없이 섹스를 해야 했는지, 하루에 열 명, 스무 명씩 손님을 받아야 했는지에 대해 고민하지는 않는다. 지금 한국에 건너와 있는 태국인 성 노동자들은 대부분 100~200만 원에 팔려 온 사람들이다. 코리안 드림을 갖고 취업 알선 브로커에게 돈까지 바쳐 가면서 온 사람들인데 방 안에 가둬 놓고 감시당하면서 학대에 가까운 성 노동을 강요받는 거다. 계란 한 판하고 쌀 한 포대 주고 한 달 치 식량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한국인 성 노동자들이 안 하는 2 대 1 섹스나 항문 섹스, 영상 촬영까지 강요받는다. 사안이 발생하면 어떤 층위에서 이 일이 발생했는지 살펴야 하는데 성 노동자의 문제라고 하면 관심도 고민도 없이 덮어놓고 비난만 하고 있다.
(워커스 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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