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속 청년 자영업자 ‘고군분투’

인터뷰 - 울산 중구 성남동 김지석(33, 가명) 씨

자영업 경기가 좋지 못하다. ‘현대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현대의 영향이 지배적인 울산은 더욱 그렇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3000명 인원감축안과 100개 부서 감축안을 내놓았다고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울산공장이 위치한 동구지역부터 당장 영향이 끼치고 있지만 인근 지역 자영업자도 경기불황을 다소 체감하는 눈치다. 그럼에도 우리네 삶은 이어진다.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경기불황 속 자영업에 나선 한 청년(김지석 33세, 가명)을 만났다. 그는 지난 1월 중구 성남동에 가게를 차렸다.

- 자영업에 첫 발을 담갔다.

원래 유학원에서 마케팅 일을 했다. 유학원이 사양산업이 되었다. 굳이 해외에 안 나가도 어학 공부할 여건이 된다. 해외에 나가 있다가 들어온 뒤 일을 하지 않는 기간이 있었다. 그 기간 고민을 했는데 정말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조직에 몸담았다. 2년 반 정도 직업군인으로 일하기도 했고, 일반 회사에 다니기도 했다. 그 뒤엔 공직 생활 준비하기도 했다. 조직에만 있다 보니 혼자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회사를 다니든 자영업을 하든 온전히 내가 실질적인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이것도 저것도 해보고 싶었다. 주변에서 안 좋게 볼 수도 있다. 마무리 못 짓고 다른 거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근데 뭔가를 하다보면 여러 가지 환경이 바뀌더라. 공직생활을 준비할 수 있는 여건에서 공부하다가 가정환경이 바뀔 수도 있다. 환경이 따라주지 않는데 그걸 계속 잡고 있을 순 없다.

전역하고 취업 제의도 들어왔다. 중견기업 이상급에서. 장교특채 이런 건 아닌데, 서류전형 단계는 패스 해주고 임원면접을 바로 보는 경우도 있었다. 그 시기를 놓친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중요한 시기였다. 취업에 있어선 남들보다 늦었다. 차선으로 하다 보니 마케팅 쪽이나 일반회사도 다녔다.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에서도 있어보고 택배 상하차도 해봤다. 돈을 일단 모았다.

- 음식점이다.

자영업을 하기로 정하고 나서 고민하다가 평소 요리에 관심 많았기 때문에 요리 업종으로 정했다. 예전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 나만의 식당을 해보자고 생각했다. 드라마 <심야식당> 등에 영향을 받았다. 상업화 된 음식점이 싫더라. 손님과 가까이서 대화하고 교감할 수 있는 곳, 문화적인 소통이 가능한 곳을 원했다. 그래서 건물도 규모가 작고 바 형식인 곳을 물색했다.

- 준비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적잖았을 것 같다.

재정여건이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닌게 가장 큰 문제였다. 금전적 부분에 맞춰서 알아봐야 했다. 또 요식업으로 정했는데 거기에 맞춰서 준비하려면 전문가 수준은 아니어도 남에게 음식 자신있게 낼 수 있어야 한다. 관련해서 요리학원에서 따로 3개월 정도 트레이닝 받았다. 틈틈이 준비했어서 준비기간을 특정하기 어렵지만 오픈하기로 마음먹고 준비한 건 4~5개월 정도다.

- 가게를 열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홍보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처음에 홍보가 되면 좋겠지만, 홍보가 처음부터 잘 되어버리면 ‘홍보를 많이 하는 가게다’라면서 오히려 피하게 되는 점도 있더라. 블로그 포스팅이 많이 되면 일부러 홍보한 것 같고 그래서 피하게 되는 거다. 자연스럽게 홍보될 거라 생각했다.

컨셉을 고민 많이 했다. 음식점들이 다 틀에 박힌 음식이더라. 그래서 독특한 거를 했는데 오히려 더 취약한 부분이 되었다. (구체적인 메뉴를 밝힐 순 없고) 경양식인데,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요리들이다보니까 딱히 ‘대표적’이라고 할 메뉴가 없었다. 또 혼자 일하는데 혼자서 (요리를) 낼 수 있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다. 또 직화를 써야 하는데 이 장소 여건상 직화로 안 된다거나, 여러 가지 조건이 있었다. 그나마 대중적으로 많이 모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메뉴를 내세웠는데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

-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막상 가게를 열어보니 어떻던가.

생각처럼은 안 되더라. 흔히 ‘오픈빨’이라고 얘기 하는데 첫 한두 달은 괜찮았다. 조금씩 온라인 매체 통해서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 가게 지나가면서 ‘아 여기’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기대한 만큼 매출이 올라오진 않더라.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원래 1년 중에 3월이 자영업이 가장 안 좋을 때이기도 하고.

오픈하기 전부터 경기는 계속 안 좋았는데 준비하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경기 안 좋단 핑계로 안 하면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손해 보더라도 가게를 열기로 했다. 어려울 때 견디면 경기가 좋을 땐 얼마나 잘 될까 싶었다. 그래도 사람이 사는 게 밥 먹고 살려고 하는 거니까 요식업은 요가학원 같은 곳에 비해서 그나마 타격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긴 하더라.

- 손님들도 경기 얘길 많이 하는가?

손님들이 오히려 더 말한다. ‘경기 안 좋은데 어떻게 가게를 열 생각을 했느냐’ ‘용기가 대단한 것 같다’는 식이다. 어딜 가든 경기가 안 좋은 것은 다들 체감하고 있는 현실이니까…

손님들이 대체로 하는 얘기는, 최근에 선거가 끼어 있었잖나. 보통 선거 전에는 장사가 잘 안 된다더라. 어떤 손님은 선거 끝나면 좀더 나아질 거라고 격려하더라. 경기 관련해서는 어느 부분을 특정해서 원인이라고 지목하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그냥 ‘경기 힘들다’ ‘경기 안좋다’는 얘기뿐이다. 조선 경기가 힘든 부분을 얘기하는 분도 있긴 했다. 대중매체에 현대중공업 인원 3000명 감축 등 소식이 나오는데, 울산에 노동자가 몇 만 명이 있고 그들이 소비 주체인데 당장 그 인원이 돈을 못 벌게 되면 누가 돈을 쓸까 싶다. 다들 돈을 주머니에 차고 있게 될 거다. 경기가 좋아졌음 좋겠다. 호황이더라도 안 되는 가게는 안 된다. 준비를 잘해야 한다.

- 가게를 여니 친구들은 뭐라고 하던가

친구들이 가게에 많이 온다. 처음 반응은 ‘힘들텐데 잘 할 수 있겠느냐’ ‘요식업 안 해봤는데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겠느냐’는 식의 우려가 많았다. 요식업이 원래 준비하는 시간은 길고. 막상 음식을 내는 시간은 짧은데, 바로바로 평가를 받는다. 그런 것들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다. 금전적인 부분도 걱정하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준비가 좀 미흡했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준비하는 기간이 좀 더 길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 손님 응대하는 데 어려운 점은?

면전에서 ‘여기는 맛 없다’고 하는 분도 계셨다. 또 저는 사람을 좋아해서 대화하는 것도 좋아하고 남 얘기 듣는 것도 좋아한다. 가게를 열면서 꿈꿔온 건, 손님이 오면 일상적 대화부터 자연스럽게 나올 줄 알았는데 그게 생각처럼 안 됐다. 혼자 오신 분은 대화 많이 하게 되는데 여러 명 오면 끼어들기 어렵다. 기대했던 건 손님 두 분이 와도 저와 대화하는 건데 현실은 아니더라. 대화해줄 수 있는 상황이면 대화하고 싶은데 손님 유형마다 갈린다. 어떤 분은 이런저런 얘기 건네기도 하는데 어떤 분은 제가 먼저 말을 꺼내면 부담스러워 하더라. 그래서 말을 안 꺼내게 되었다. 손님이 편하게 식사하고 갈 수 있도록 하자고 생각했다. 그것도 메뉴에 따라서 대화하기 편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더라.

- 가게를 연 지 4개월 정도 됐다. 매출이 나쁜 건 아니지만 이 가게를 접고 사촌동생과 새 가게를 확장해서 차리기로 했다.

친구들 반응은 우려다.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사촌동생이랑 새 가게를 준비하게 되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매출이 덜 나와서 그렇지 엄청 어려운 건 아니다. (요식업이) 재밌는 것 같다. 솔직히 힘들긴 하다. 혼자서 준비하는 건 한 메뉴로 준비하면 여유가 있는데 메뉴가 두 가지 이상 넘어가고 서너 가지 되면 재료 관리도 어렵다.

또 1인 식당이 안 좋은 점은 주말에 경조사 등 급한 일이 있으면 가게가 중단된다는 것이다. 대체인력이 없다. 한 번씩 쉬면 가게 이미지가 한순간에 나빠지더라. 손님들이 왔다가 ‘에이 헛걸음 했네’ 하는 거다. 지인이 한 번은 ‘누가 니네 집은 왜 이렇게 문을 안 여냐고 하더라’는 얘기를 한 적도 있다. 그렇다고 사정을 한분 한분에게 다 얘기할 순 없다. 종이에 사정을 길게 써서 가게 문에 붙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는가.
덧붙이는 말

윤태우 기자는 울산저널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울산저널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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