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국민 절반 이상이 저성과자 해고에 찬성해?

믿을 수가 없어 우리도 설문 조사 해 봤다



국민의 반 이상은 저성과자 해고에 찬성한다. 지난 1월 12일 고용노동부가 인사관리학회에 의뢰해 발표한 설문 조사 결과로는 그렇다. 구체적으로 요약하면 ‘저성과자에 대한 개선 기회 부여 후 계약 해지’를 71.1%가 찬성했다. 10일 후 정부는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하게 한 양대 지침을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노동법 개악’을 막기 위해 지난해 총 네 차례 총파업을 했다. 연말에는 ‘민중 총궐기’도 했다. 민중 총궐기에는 무려 13만여 명의 노동자와 시민이 모였다.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이후 최대 규모였다. 그래도 정부는 대다수 국민이 저성과자 해고에 찬성하고 있다고 여론 몰이를 했다. 영 신뢰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워커스》가 자체 설문 조사를 했다. 정부 주장대로 다수 시민은 ‘쉬운 해고’에 찬성하는데 노동계만 반대하고 있는 걸까?

조사 대상으로 시민 100명과 노동조합 간부 100명을 각각 선정했다. 두 집단의 인식 및 근무 환경 등의 차이가 예상돼서다. 시민 100명은 나들이객(어린이대공원, 관악산)과 카페(광화문, 강남 일대) 방문객을 대상으로 무작위 선정했다. 노동조합 간부 100명은 민주노총 산하 조직 간부들이다. 조사는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7일간 진행했다.

두 집단에 공통으로 일반 해고와 성과 측정 프로그램에 대한 인식을 물었다. 시민에겐 저성과자 해고가 본인에게 직접 영향을 끼칠지 예상하는 질문이 추가됐다.

설문 조사 결과는 정부 조사와 판이했다. 일반 시민 78%가 쉬운 해고에 반대했다. 반대 이유로 ‘해고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답한 이가 31명으로 가장 많았다. ‘경쟁의 심화로 직장 문화가 황폐해질 것’(20명), ‘노동자에 대한 자본의 통제가 더욱 강화될 것’(15명) 순으로 응답이 나왔다.

시민 62%는 저성과자 해고 지침이 본인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동료들과 경쟁이 치열해질 것’(32명)을 우려하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18명은 자신이 ‘저성과자로 찍힐까 봐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고 답했다. 시민 38%는 저성과자 지침이 본인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고 인식했다. 그중 다수가 ‘우리 직장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17명)이라고 봤다. 8명은 ‘직장에서 나름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반면 일반 해고에 찬성하는 시민은 불과 22명이었다. 이 중 9명은 ‘저성과자로 인한 비효율적 업무 문화 개선’을 찬성 이유로 꼽았다. 7명은 ‘저성과자 해고에 따른 신규 채용 증가’를 선택했다.

그동안 숱한 투쟁을 벌여 온 노동계에도 일반 해고를 반대하는 이유를 물었다. 노동계에서는 ‘노동자에 대한 자본의 통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46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해고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26명)이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국민이 저성과자 해고에 불안을 느끼는 가장 큰 요인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느냐고도 물었다. 47%가 ‘실제로 해고를 당할까 봐’라고 응답했고, 24%는 ‘저성과자로 찍히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답했다.

만약 자신이 저성과자로 분류되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시민과 노동조합 간부들의 선택은 달랐다. 시민 100명 중 66명은 ‘재교육 프로그램을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17명은 스스로 퇴사하는 길을 선택했다. ‘(노조가 있을 경우) 노조에 도움을 청한다’는 답변은 12명. 사측에 항의하고 일련의 재교육 프로그램을 거부하겠다는 응답은 2명에 불과했다.

반면 노조 간부 중에서는 단 1명만이 재교육 프로그램을 받겠다고 했다. 압도적 다수인 71명은 ‘(노조가 있을 경우) 노조에 도움을 청한다’고 답했다. 13명은 ‘사측에 항의하고 일련의 재교육 프로그램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 및 대응 방법에 있어 두 집단은 확실한 차이를 드러냈다.

만약 성과 측정 프로그램이 해고의 목적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이를 받아들일까? 이 역시 두 집단의 인식 차이는 컸다. 시민 87%는 성과 측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노조 간부 79%는 성과 측정 프로그램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노조 간부들은 성과 측정 프로그램이 결국 ‘자진 퇴사나 해고로 이어질 것’(36명)이라고 예상했다. ‘프로그램 자체가 공정하지 못할 것’(24명)이라는 우려도 컸다.

그렇다면 시민들은 민주노총이 지난해 숱한 노동법 개악 저지 총파업을 벌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시민 100명 중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대해 알고 있는 시민은 40명이었다. 안타깝게도 40명 중 32명은 몇 번의 총파업을 했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너무 많은 투쟁을 벌여서일까. 민주노총 산하 조직 간부들도 자신들이 몇 번의 총파업을 실행했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총 네 차례의 총파업을 벌였다는 사실을 아는 간부들은 100명 중 28명이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시민 연령대는 사회 초년생이라 불리는 20~30대가 70%로 다른 연령대보다 많았다. 10대(10%), 40대(7%), 50대(6%), 60대(6%)가 뒤를 이었다. 노동계 참여자는 일반 시민보다 나이가 많았다. 40대가 47%로 가장 많았고 50대(29%), 30대(15%), 20대(5%), 60대(1%) 순이었다. 설문 조사엔 정부, 노동계가 각각 주장하는 바들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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