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지회 “정몽구 나와라” 현대차 본사 앞 무기한 농성 돌입

용역 대거 투입돼 크고 작은 몸싸움도...경찰, 농성자 2명 연행

  경찰이 항의농성 중이던 상주 국석호 조합원을 들어 옮기고 있다 [사진/ 정운 기자]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현대차 정몽구 회장 면담을 요구하며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무기한 투쟁에 돌입했다. 이를 막는 용역이 대거 투입돼 농성자들과 크고 작은 몸싸움이 벌어졌고 경찰은 농성 중인 2명을 연행했다.

  양재동 현대기아그룹 본사 앞에서 유성 노동자들과 유성범대위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정운 기자]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유성기업 범시민대책위원회 등은 17일 오후 1시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성기업과 현대차에 대한 집중 투쟁을 선포했다. 한광호 열사가 자결한지 62일째 되는 날이었다. 유성기업지회 등은 “열사의 죽음을 추모하기도 모자란 시간에 유성기업-현대차는 노조파괴 공작을 쉬지 않았다. 법원이 내린 ‘어용노조 설립무효’ 판결을 비웃듯 회사가 제3노조를 만들었고,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 탄압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집중 투쟁의 이유를 밝혔다. 특히 얼마 전 한 명의 조합원이 또 다시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를 보내 유성지회 영동공장 노동자들이 정신없이 찾아다닌 일화를 소개하며 “더 이상의 죽음을 멈추기 위해 현대차를 향한 집중투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집회 신고를 먼저 냈다고 주장하는 현대차 관계자와 용역들이 몰려 기자회견을 가로막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모인 사람들을 무력으로 끌어내기도 했다.

  기자회견 현수막을 뺏기지 않으려 꼭 쥔 이들과 뺏기위해 소리치는 현대차 직원 [사진/ 정운 기자]

  현대차가 고용한 용역의 폭력에 기자회견 참가자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사진/ 정운 기자]

가까스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성민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은 “열사가 돌아가신지 딱 두 달 됐다. 현장에서 가학적 노무관리에 의해 사람이 죽었건만 그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며 “모든 것을 틀어막는 유성기업, 현대차에 책임 묻기 위해 여기 올라왔다. 이 싸움이 끝나기 전에는 내려갈 수도 없고 이 자리에서 죽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고 한광호 열사의 형이자, 상주인 국석호 영동지회 조합원은 “동생 장례를 60일 동안 치르지 못했다. 어머니 꿈에 동생이 나왔는데 차마 상상하지 못할 모습이었다고 한다. 어머니께서 동생 꿈을 꾼 뒤 식사를 거부하고, 방안에 누워만 계신다”며 “우리에게 닥친 노조 파괴, 끝장을 봤으면 좋겠다. 저 또한 여기서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결의했다.
  영정사진을 품에 안은 고 한광호 열사의 형 국석호 조합원 [사진/ 정운 기자]

  유성지회 조합원들 사이 '알박기' 중인 현대차 용역들 [사진/ 정운 기자]

민주노총 정혜경 부위원장은 “재계 순위를 다투는 현대차가 협력사들과 함께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만들어 돌리고 있다. 협력사들에 대해 재무교육 등 모든 것에 직접 개입하고 심지어 노조파괴 공작마저 서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부위원장은 “현장에서 노조 파괴 공작 때문에 죽어가는 동료를 더 이상 안 보겠다는 것이 우리의 뜻”이라며 현대차에 책임을 요구했다.

변혁당 이종회 대표는 현대차의 경영 방식을 꼬집었다. 이 대표는 “노동자 월급 줄여 이익내고, 그게 안 되면 민주노조 파괴해 이익내는 것이 경영이냐”며 “정몽구 아들 정의선은 재벌 3세로, 잘 태어났다는 이유로 이 큰 기업을 처먹는데 이게 세습이 아니고 뭐냐”라며 분노했다. 이어 “노동자들이 저항하면 용역 불러 차로 밀고, 소화기로 패고 있는데 이걸 정의선이 배우지 않겠냐”고 말했다.

오후 2시 30분쯤 기자회견이 끝나고 참석자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정몽구 회장 면담을 요구했다. 용역이 앉아 있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서며 크고 작은 충돌이 일어났다. 대학생 참가자 이태연씨는 “6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서초경찰서는 “기자회견을 빙자한 불법집회를 중지하고 타인의 집회 장소에서 나가라”며 유성기업지회 기자회견 참가자에게 해산 명령을 내렸다.

  농성 참가자들은 경찰에게 강제로 들어 옮겨졌다 [사진/ 정운 기자]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계속 발언을 이어가다 오후 5시경 경찰 연행작전에 의해 2명이 연행됐다. 남은 농성자 30명 가량은 오후 8시 현재 현대차 본사 앞을 지키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기아그룹 본사 앞 비석 앞의 모습 [사진/ 정운 기자]

  현대기아그룹 본사 앞에서 농성을 진행하는 참가자들 [사진/ 정운 기자]

  경찰의 해산작전으로 하나로마트쪽으로 밀려난 유성지회 노동자들 [사진/ 정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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