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민단체, “박정희 뮤지컬, 100주년 사업 전면 재검토 해야”

25일 경상북도, 26일 구미시의회 뮤지컬 제작 예산 심의

구미 시민사회단체가 구미시가 추진 중인 ‘박정희 뮤지컬(가칭 <고독한 결단>)’ 제작 계획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구미시는 뮤지컬 제작에 28억 원을 계획했고, 25일과 26일 각각 경상북도(14억)와 구미시의회 예결산특별위원회(14억) 심의를 앞두고 있다.

구미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100번째 생일(2017년)에 맞춰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0주년 기념사업’을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1917년 11월 14일 경북 선산군(구미)에서 태어났다) 구미시는 기념사업TF팀을 신설해 담당 공무원을 3명 배치했다. 이미 배치한 박대통령기념사업계 공무원 5명을 더하면 8명이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전담하고 있다.

구미시는 “대통령의 고향도시로서 탄신 10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 추진으로 조국근대화 위업을 계승하고 역사적 의미를 되새긴다”며 28억 원짜리 뮤지컬을 포함해 국제학술대회, 기념우표·기념주화 발행, 사진전 등에 40억 원 이상 예산을 배정했다.

지난 2014년부터 추진 중인 ‘박정희대통령 역사자료관 건립 사업’도 2017년 2월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200억짜리 건립 사업에 구미시가 쓴 돈은 절반이 넘는 105억 원이다.

구미시는 이외에도 박 전 대통령 관련 사업에 많은 돈을 썼다. 지난 2012년에는 58억5천만 원을 들여 ‘박정희 민족중흥관’을 만들었고, 870억 원을 들인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 사업도 2013년 시작했다. 구미시가 또 다시 대규모 예산을 들이자 지역 시민단체는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은 뒷전이고, 남유진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실리를 위한 과도한 우상화”라며 ‘박정희 뮤지컬’ 반대 운동에 나섰다.

25일 오전 10시 구미참여연대, 구미YMCA, 민주노총 구미지부 등은 구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희 뮤지컬 제작반대 및 100주년 기념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들은 구미시를 향해 “40억 이상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법적으로 거쳐야 할 예비 타당성 검토도 없이, 정보공개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집행부의 독선을 견제해야 할 구미시의회는 무기력하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정희 100년’ 사업은 박정희를 미화하고 우상화하여 남유진 시장의 정치적 사익을 챙기려는 사업일 뿐”이라며 “구미시의회에 ‘박정희 뮤지컬’ 추경예산 20억 원에 대한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시민공개토론회’를 개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황대철 구미참여연대 공동대표는 “매년 추모제, 생가관리뿐만 아니라 박정희 등굣길 따라 걷기 사업, 경부고속도로 개통기념식 등 박정희를 미화하는 사업들만 추진하고 있다. 시민들 어려움은 아랑곳하지 않는 박정희만을 위한 사업”이라며 “시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미참여연대는 지난 4월부터 뮤지컬 제작 사업과 100주년 사업에 대한 시민 의견을 묻는 거리 설문을 진행했고, 다수는 이 사업들에 많은 예산을 배정하는 데 반대 의견을 드러냈다.

이에 구미시 문화담당관실 관계자는 “도비 예산심의와 구미시의회에서 타당한 예산인지 심의할 것이고, 이에 따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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