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대, 몸짓의 기술은 ‘마음가짐’과 ‘진정성’

[워커스 11호- 싸움의 기술] 몸짓으로 마음을 움직여라



집회나 시위에서 관절이 나가도록 춤을 추는 사람들이 있다. 문선대다. 문선은 ‘문화 선동’의 줄임말로 대중을 선동할 목적의 노래와 몸짓 등을 아우른다. 선동은 “대중의 감정을 고무시켜 일정한 행동에 참여토록 하는 행위”다. 때로 문선은 ‘현혹’이란 사전에 없는 의미까지 포함한 것 같다. 문선은 대중 선동을 위해 비장미만 강조하는 건 아니다. 문선대의 몸짓은 다양하게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한 몸짓패 활동가는 지친 현장일수록 밝은 노래로 분위기를 띄운다고 했다. 박수 치고 함께 노래 부르다 보면 어깨를 누르던 고민도 잠시 사라진다. 평택 아사히글라스의 한 노동자는 문선을 보고 “보약 한 재 먹은 것보다 힘을 받았다”고 말했다. 문애린 전국장애인철폐연대 활동가는 문선을 볼 때마다 처음 활동할 때가 떠오른다고 했다. 문애린 활동가는 4년 전까지 ‘바람’이란 몸짓패에서 활동했다. 매일 길바닥에 나와 어려운 투쟁을 하는 동료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 우여곡절 투쟁사를 몸으로 전달하고도 싶었다.

오래 문선대를 이끈 이들에게 몸짓의 기술을 물었다. ‘마음가짐’과 ‘진정성’. 기술과 거리가 먼 대답이었지만 전문가들이 꼽은 방법이다. 단장 출신 한 몸짓패원은 자기 의지를 가지고 많이 싸워 본 사람이 몸짓도 잘한다고 했다. 투쟁 현장에서 몇 년간 싸워 본 사람은 생각과 몸짓이 괴리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중은 물론, 몸짓패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이가 있다. 몸짓패원 중 가장 고령으로 추측되는 변재승 공공운수노조 부산택시지부 지회장(64)이다. 작년 5월부터 ‘416몸짓패’를 결성해 활동 중이다. 처음 몸짓을 배운 날부터 하루도 아프지 않은 날이 없다는 변 지회장. 처음엔 무대 발언을 피하려고 시작한 몸짓이었다. 하지만 선동으로서 몸짓의 힘을 알아 버리고 말았다. “나이가 많아서 그런가 연습을 아무리 해도 기어코 한두 개 실수가 나와요. 조금 비틀거린 적이 있는데 거기서 동지들이 왈칵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변 지회장은 전국을 누비며 몸짓을 전하고 있다.

모든 몸짓패가 절도 있고 완결성 있는 동작을 추구하는 건 아니다. 노동당의 몸짓패 ‘두둠칫’은 일명 ‘몸치’패다. 20대 당원 1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결성하고 지난 1년 동안 스무 회 정도 공연했다. 몸치들이 모이는 바람에 각종 실수가 난무하지만 현장은 유쾌함으로 물들었다. 그 유쾌함 때문에 여기저기서 몸짓 요청도 받는다.

총파업 대회, 노동절 대회 등 큰 집회에 참가하는 문선대는 두세 달에 걸쳐 기획한다.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논의 과제는 문선에 담을 메시지다. 길게는 한 달 반을 논의해 메시지를 확정한다. 현장 노동자가 많다 보니 연습 시간을 맞추기 쉽지 않지만 한 달 정도 연습한다. 몸짓 창작자의 코치대로 동작의 의미를 파악하며 동작 하나하나를 익힌다. 포인트는 몸짓의 의미를 체화하는 것. 그래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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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솔 기자/ 사진 홍진훤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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