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퀴어문화축제 1천명, “사랑에 차별은 없다”

“성소수자가 뭘 잘못했길래 차별 받아야 하느냐”

대구 동성로 일대에서 시민 1천여 명이 성소수자의 차별 없는 사랑을 향한 목소리를 높였다.

26일 열린 8회 대구퀴어문화축제에 참가자 1천여 명(경찰 추산 700명)은 퀴어 풍물패 ‘소리로 담근 술 & 바람소리’의 공연을 따라 ‘자긍심 퍼레이드’를 시작했다. 동성애 반대 단체 회원들이 퍼레이드 행렬을 따라 다니며 ‘동성애 반대’를 외쳤지만, 경찰의 협조로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은 “올해도 어김없이 혐오 세력들이 우리를 찾았다. 절대 개인적인 대응 말고, 춤추며 신나게 퍼레이드를 진행하자”고 당부했다.


자긍심 퍼레이드가 시작하자 기독교 단체 일부 회원들이 ‘동성애 반대’, ‘건강할 때 회개해서 예수님께 돌아오세요’등 피켓을 들고 행진 경로 앞에 앉아 버티다 경찰에 끌려나오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경북대병원 주차관리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농성장을 거쳐 갔다.

배진교 조직위원장은 “올해 축제에도 많은 연대단체가 함께 해주셨다. 그중에서도 저희처럼 사회적 소수자로서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 뒤 300일 가까이 농성하고 있다”며 “우리에게 연대와 지지를 보내주셨듯이 우리도 연대와 지지의 마음을 보내자”고 말했다.

이흑성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대구지부 민들레분회 주차현장 대표는 “공공기관인 경북대병원이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을 지키지 않은 잘못으로 저희 비정규직들은 해고돼 길거리에 나와 있다”며 “우리가 뭘 잘못했나. 성소수자 여러분들이 뭘 잘못했습니까. 우리가 뭘 잘못 했길래 이렇게 차별받아야 합니까”라며 연대를 호소했다. 이에 참가자들은 환호와 박수로 답했다.

경북대병원을 지난 참가자들은 지하철 2호선 경북대병원역을 지나 CGV대구한일극장, 중앙대로, 반월당역을 지나 대구백화점까지 행진했다. 행진 내내 기독교인들은 ‘동성애 반대’를 외치며 따라 다녔다.


참가자들을 기독교단체 회원들의 구호에 맞춰 ‘동성애 찬성’을 동시에 외치기도 했다. 3시간여 동안 지친 기색 없이 퍼레이드를 마쳤다.

퍼레이드 행렬을 보던 한 시민은 “기독교인들이 왜 저렇게까지 따라다니며 반대하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저분들이 동성애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 건데 그걸 왜 이해 못하느냐”고 말했다.

오전 자율학습을 빼먹고 나왔다는 한 고등학생은 “나도 기독교다. 동성결혼 보장하라”는 피켓을 들고 나왔다. 그는 “에이즈가 동성애자들만 걸리는 병도 아니고, 사실 퀴어는 종교랑 상관없는 건데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퀴어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고 자기들 사랑만 사랑이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남성 참가자(29)는 “지인들에게 듣고 왔다. 생각보다 반대도 심하고 축제 규모도 커서 놀랬다. 이런 보수적인 곳에서 이런 축제가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대구에서 성소수자로 산다는 게, 꼭 대구라서 더 불편하다기보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우리는 불편하다. 이런 자리에 나오니 우리 말고도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하는 동지애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 여성 참가자(24)는 “재작년에 왔었고, 작년엔 서울 퀴퍼에 갔었어요. 대구에는 그나마 기독교인들이 적어서 나은 것 같다. 두렵기도하다. 퍼레이드 하면 초등학교 동창부터 고등학교 동창까지 다 만날 수 있으니까. 그래도 오늘 하루는 꼭 나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퍼레이드를 마친 제8회 대구퀴어문화축제 ‘불어라 변화의 바람’은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진다. 토크쇼 ‘퀴어하소서’(27~29일 저녁 7시), 퀴어영화제(30~7월 3일), 퀴어사진전(27~7월 3일)이 대구시 중구 오오극장에서 열린다. (기사제휴= 뉴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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