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 집배원 노동착취 심각...“월 19.6시간 불법 무료 노동”

전국집배원노조 초과근무세부내역 데이터 분석 결과 발표...부족인력 23%, 3670명 충원 필요


지난 4일 고 배범규 청송우체국 집배원의 폭우 속 우편배달 도중 사망 사건 이후 집배원 노동착취 문제의 심각성이 구체적인 데이터로 나왔다. 전국집배원노조와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국회 기자회견장(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배원 노동자 초장시간노동 실태와 무료 노동시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집배원노조는 우정사업본부가 공식 제공하는 ‘초과근무세부내역(2014년 1월~2016년 4월)’을 183명 집배원에게 받아 실제 노동시간과 우정사업본부가 밝힌 노동시간 차이를 분석했다. 조사에 참가한 집배원은 서울, 경인 등 9개 지방청 41개 우체국에 속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주당 집배원 평균 노동시간은 55.9시간이며, 월평균 노동시간은 240시간, 연평균 노동시간은 2,888시간에 달했다. 2015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집배원 노동자는 노동자 평균보다 주 12시간, 월 53시간, 연 621시간을 더 일하는 셈이다.

문제는 2015년 우정사업본부가 발표한 집배원 노동시간과 차이가 난다는 데 있다. 집배원노조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2015년 주당 평균 노동시간을 47.8시간으로 밝혔다. 실제 노동시간 자료와 우정사업본부가 발표한 자료 사이에 33시간 이상 차이가 있다. 또 월평균 미지급 노동시간도 19.6시간이나 돼 임금 지급분 대비 무료 노동시간 비율은 9% 가까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과근무내역 분석에 따른 연평균 실제 노동시간은 2,888시간이다. 집배원노조는 “연평균 2,888시간을 우정사업본부 1인당 정규 노동시간인 2,223시간과 대비하면 현재 인력 대비 23%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3%면 3,670명을 더 충원해야 한다.

고광완 집배원노조 사무처장은 “우정사업본부가 발표한 대로 주 47.8시간 만큼만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면 매달 19.6시간의 무료 노동이 발생해 명확히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정사업본부는 잘못 계측한 부하량을 근거로 인원이 남기 때문에 현장 인원을 줄여야 한다고 하지만 정부 인증 초과 근무자료를 보면 부족 인력이 23%에 달한다”며 “불법적인 근무 시간뿐 아니라 인력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초장시간 노동 실태를 제대로 조사해 부족 인력을 즉각 충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이재정 의원은 “우리는 우체부 아저씨의 목숨값에 기대 우편물의 편리함을 누리고 있다”며 “5년 동안 15명의 집배원이 돌아가셨지만 관심이 있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던 사고들이었다”고 지적했다.

최승묵 전국집배원노조 위원장은 “배범규 집배원은 송달기준 압박으로 폭우 속에서 소식을 전할 수밖에 없었다”며 “인구수와 우편 물량이 줄어도 세대 수와 사업체 수가 증가해 업무부담은 그대로다. 그런데 물량이 줄었다는 이유로 10명을 7명으로 축소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과중한 업무와 부족인력으로 얼마나 더 많은 집배원을 사고로 잃게 될지 두렵다”며 “제대로 된 인력 충원으로 과중한 업무를 개선하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최보희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국민에게 편지와 우편물을 배달하는 노동자의 초과 근무를 무료로 노동 착취한 결과 현장 노동자 죽음으로 이어졌다”며 “배범규 집배원이 죽게 된 진실을 밝히고 대책을 강구해 노동자가 더는 죽지 않는 집배 현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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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환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