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교육청 “언어장애로 임용 탈락은 부당” 판결에 항소, 향후 쟁점은?

정당한 편의 제공, 직무수행 및 의사소통 능력 여부 둘러싸고 여전히 충돌

언어장애를 이유로 특수교사 임용시험에 응시한 뇌병변장애인이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을 두고 광주지방법원이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7일 내렸다. 그러나 광주교육청은 이러한 법원의 판단에 불복해 25일 항소를 제기했다.

이번 사건이 다시 법정 공방을 예고한 가운데, 그동안 법정에서 장애인 당사자와 교육청은 어떤 쟁점을 두고 다퉈왔는지 1심 판결문과 당사자, 교육청의 입장을 통해 정리해 보고자 한다.

장애인 당사자 임용 불합격은 장애인 차별...광주교육청 “상급심 판단 받겠다”

조선대학교 사범대 특수교육과를 졸업한 장혜정(34세, 뇌병변장애 1급) 씨는 2014년 2월 광주교육청 공립 중등학교 교사 신규임용시험에 응시했으나, 최종 심층면접시험에서 면접관들은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이유로 0점, 불합격 처분을 내렸다. 장 씨는 광주교육청에 재심의 청구서를 제출했으나 2014년 4월 30일 최종적으로 기각됐다.

이에 장 씨는 2014년 12월 31일 광주교육감을 상대로 임용시험 불합격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장 씨는 면접 과정에서 광주교육청이 언어장애가 동반된 뇌병변장애인에게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광주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7일 장 씨의 주장을 인용해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고, 장 씨가 겪은 장애인 차별에 대해 교육청이 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광주교육청은 이러한 판결에 불복하며 25일 항소심을 청구했다. 광주교육청 소송 관련 담당자는 “면접상 절차상 하자가 인정돼 패소했지만,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판결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교육청은 상급심 판단을 받아보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장 씨는 “시간 연장이나 전담 도우미 배치, 의사소통보조기구 등의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면접이 이뤄졌다. 공고문에서나 교육공무원법에서 명시되지 않은 의사소통능력을 평가항목에 넣어 0점을 준 것도 부당하게 불이익을 준 것”이라며 “설령 고등법원에 가더라도 이길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장 씨의 소송을 대리한 한국뇌병변인권협회는 변호인단과 차후 항소심을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 중이라며 “이 문제가 이슈화돼서 장 씨와 같은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스케치북만 제공한 광주교육청, 정당한 편의 제공인가?

이번 사건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광주교육청이 장 씨에게 비장애인과 동등한 조건에서 시험을 보도록 했느냐는 것이다. 광주교육청은 장 씨의 요청에 따라 면접시험 때 비장애인 응시자에게는 제공되지 않는 스케치북을 제공했다는 점, 면접은 수험생이 준비한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별도 시험시간 연장이 필요하지 않은 점, 장 씨가 교육청에 보조기기 사용을 요청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광주교육청은 시험 전 1차 필기시험 때만 1.2배 시간 연장 편의를 제공한다고 고시했으나, 이는 다른 시도 교육청도 마찬가지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광주교육청의 편의 제공이 불충분했다며, 이는 공개경쟁 시험의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교육공무원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규칙’은 장애인이 시험에 응시한 경우 시험 시행 기관이 장애의 종류 및 정도에 따라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또한 시험, 평가 과정에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며, 보조기기와 시간 연장 등을 예시로 제시했다. 이러한 내용들을 볼 때 광주교육청의 행위는 장애인에 대한 간접적 차별이라는 것이다.

다른 유형의 국가 공무원 채용시험에서의 장애인 수험생 편의제공 수준과 비교해 봐도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광주교육청의 주장에 의문이 제기된다. 재판부에 따르면 2015년도 국가공무원 공채 및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 2016년도 대전광역시 지방공무원 공개경쟁임용시험에서는 뇌병변 1급 장애인에게 면접시험 시간 20분 이내 연장, 장애특성 면접위원 사전고지, 전담 도우미 지원, 관련 서식 확대제공 등 편의를 제공했다.

정부도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개채용 시험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의를 강화하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지난 6월 30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시행규칙을 보면 장애인에게 장애인 보조기구 지참을 허용하고, 시험시간 연장, 확대 문제지 및 답안지 제공, 시험실 별도 배정 등 장애 유형별 편의 제공을 명시하고 있다. 물론 광주교육청도 이러한 법령을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의사소통 어려워 직무 수행 안 돼? 보조기기로 보완되지 않았다

1심 재판에서 언급된 또 다른 쟁점은 장 씨의 직무수행 능력이다. 일단 장 씨는 심층면접시험에 앞서 진행된 수업시연에서는 60점 만점 기준 50.02라는 점수를 받아, 직무수행 능력 어느 정도 검증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광주교육청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 씨가 특수교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장 씨에 대한 최종 불합격 판단이 나올 당시 교육청 관계자는 비마이너와 인터뷰에서 “최종 부적격 판정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는 관계없이 전문가들이 자폐, 지적장애인을 담당하는 특수교사로 직무수행 여부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뇌병변 장애여성으로는 최초로 해외 학위를 받은 것으로도 유명한 정유선 미국 조지메이슨대학교 교수는 보완·대체의사소통(AAC) 보조기기를 통해 수업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다. 2012년에는 탁월한 교수법을 인정받아 대학교 내 ‘올해의 교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 AAC 보조기기의 보급으로 정 교수뿐 아니라 여러 뇌병변장애인도 한결 편리하게 의사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마찬가지로 장 씨도 정 교수처럼 AAC 보조기기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고 교사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교육청은 재심의 과정에서 장 씨가 AAC 보조기기로 본인의 입장을 설명했으며, 장애인교원채용심의위원회는 이를 고려하더라도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해 최종 불합격 처분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판결문을 보면 위원회는 9개 질문 중 2개의 질문에 대해서만 AAC 보조기기를 이용을 허용했다. 재판부는 장 씨의 직무수행능력 적격여부를 심의하기 위해 의견을 청취했으나, 장 씨에게 별다른 편의제공을 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즉 보조기기를 사용할 때 장 씨의 의사소통 능력을 광주교육청은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장 씨는 “의사소통 능력이 평가 초점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되나, 설령 의사소통 능력을 평가해도 충분한 편의가 제공된 상태에서 이뤄졌어야 했다. 광주교육청은 이를 평가할 어떠한 대안 제시도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상급심에서 광주교육청이 장 씨가 AAC 보조기기로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이 재차 확인되면, 광주교육청이 결과적으로 장애인을 차별했다는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덧붙이는 말

갈홍식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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