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서 욕설, 폭행 당한 성소수자...'성소수자 혐오 범죄'

“단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폭행,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

최근 서울 한복판에서 성소수자 단체 회원이 길 가던 행인에게 욕설과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아래 친구사이)에 따르면, 지난 8월 16일 새벽 1시경 서울 종로구 낙원동 포차 거리에서 친구사이 회원 20대 남성 동성애자 ㄱ 씨가 30대 남성 행인 ㄴ 씨에게 영문도 모른 채 폭행을 당했다.

ㄴ 씨는 ㄱ 씨에게 “호모 XX” 등의 욕설을 하며 ㄱ 씨의 얼굴을 가격했다. ㄱ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ㄴ 씨를 종로경찰서에 연행했다. 현재 경찰은 ㄴ 씨를 수사 중이다.

사건이 일어난 낙원동 포차 거리는 지난 수십 년간 남성 동성애자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이루고 살았던 곳이다. 이를 근거지로 해 지난 1994년 친구사이가 결성돼 20여 년간 동성애자 인권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공간에서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범죄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2011년 11월 4일 심야에 애인과 종로 거리를 걷던 남성 동성애자가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얼굴에 피멍이 드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서울 종로구에서 동성애자 행인들을 대상으로 한 집단 폭행이 세 건에 달했고, 트위터 등 SNS에는 종로 거리에서 성소수자 집단 린치를 조심하라는 경고 문구가 돌기도 했다.

친구사이는 25일 논평을 발표하고 이번 범죄가 전형적인 성소수자 혐오범죄라며, 혐오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친구사이는 “(성소수자들이) 함께 모여 안전함을 느끼는 공간인 종로3가 낙원동 거리에서 혐오범죄 사건이 일어난 것에 다시금 놀라움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라며 “단지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폭행을 당하는 일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분노했다.

친구사이는 “이런 혐오범죄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표적이 된 소수자 집단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 우리 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평등과 조화, 다양성과 존중의 가치를 손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라며 “사회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친구사이는 사건을 담당한 종로경찰서에 혐오범죄 가해자를 엄중하게 처벌하도록 요구했으며, 이번 사건으로 정신적 외상을 입은 피해자와 회원들의 자긍심 회복을 위한 혐오범죄 근절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두고 한가람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혐오범죄를 가중처벌하고 이를 방지하는 캠페인과 경찰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라며 “한국에서도 소수자에 대한 혐오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과 법제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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