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투쟁본부 “진료기록 가져간 경찰, 부검 위한 논리 만들 것”

이틀째 촛불든 시민 ‘백남기 어르신을 지켜라’

백남기 농민을 지켜내기 위한 시민들이 이틀째 촛불을 들었다. 시민 8백여명은 백남기 농민이 안치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 모여 백남기 농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정권을 규탄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들은 검경의 갑작스런 시신 탈취를 막기 위해서 장례식장 앞을 사수하겠다고 결의했다.

오늘 새벽 부검 요청 영장은 기각됐지만, 재청구 가능성이 높아 유족을 비롯한 백남기농민 투쟁본부 측에선 긴장을 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 오후 7시부터 병원이 있는 대학로 입구의 경찰병력이 많아졌고, 검찰이 오늘 밤 법원에 영장을 재청구한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전국농민회 조병옥 사무총장은 “시신에 대한 부검은 기각됐지만 경찰이 진료 기록을 가져갔다. 백남기 농민을 감식한 국과수 법의관이 부검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데 진료기록 토대로 다시 자기 논리를 만드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사무총장은 “영장이 다시 기각될 수 있도록, 저들이 물리력을 동원해서 백남기 농민을 침탈하지 않도록 함께해달라”며 모인 시민들에게 읍소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도 촛불집회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마이크를 잡은 백기완 소장은 “박근혜 정부가 백남기 선생의 시신을 탈취해서 부검이란 이름으로 갈기갈기 난도질 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백 선생을 잔혹하게 학살하겠다는 만행이다”라며 “내가 됐든 젊은 여러분이 됐든 목숨 걸고 싸워 제2의 학살을 막아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남기 농민과의 인연을 풀어놓는 집회참가자도 있었다. 전국여성농민회 출신의 한 참가자는 “저만 보면 농촌으로 시집가라고 부추기신 선생님을 살아서 만났다면 ‘왜 저를 그런 구렁텅이로 빠뜨렸냐’고 말할텐데 돌아가시고 안 계신다”며 “지난 8월 마지막 빚을 갚는다는 심정으로 새누리당사앞에서 8일 단식 농성하면서 책임자 처벌, 진상 규명을 얘기했지만 청문회까지 한 마당에 책임자 처벌은 커녕, 진상 규명은 커녕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최근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으로 당선된 최혁봉씨는 농사에 매달린 12년의 경험을 풀어냈다. 최 씨는 “도시에서 살 때보다 더 힘든 노동을 하고, 잠을 줄여 일하고 있는데도 이상하게 제 형편은 농업으로 먹고 살려고 결심할 수록 점점 빚이 늘고, 상황이 안 좋아졌다”고 고백했다. 이어 “농민의 연 소득은 1천만원인데 평균 빚이 3천만원”이라며 구조적 문제가 해결돼야함을 주장했다. 그는 백남기 농민의 문제는 농촌 전체의 문제라며 “지난 40년 동안 농촌을 내부 식민지로 삼고, 그곳에 살고 있는 농민을 도시로 빼가고, 도시인들의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저가 농산물 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그렇게 사라진 농민들로 인해 경지 면적이 조금 늘어나면 나머지 농민들이 살게됐던 게 현실”이었다며 한탄했다.

이날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는 촛불집회는 두시간이 넘게 이어졌다. 촛불집회는 매일 오후 7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오늘 백남기 대책위는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 책임자 및 살인정권 규탄 투쟁본부’로 확대 전환한다고 발표하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투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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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요

    인권비-> 인건비겠죠?ㅋㅋ 인권이 땅바닥이긴 하지만 인권비를 낮추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