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를 넘어 투쟁으로!”의 진정한 의미를 위해

[연속 기고] (2) “(가칭) 노동악법 철폐! 노동법 전면 제·개정! 노동3권 쟁취! 투쟁본부” 구성을 위한 전국 순회투쟁을 다녀와서

지난 3월 20일부터 24일까지 4박 5일 동안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의 가칭 ‘노동악법 철폐! 노동법 전면 제·개정! 노동3권 쟁취! 투쟁본부’ 구성을 위한 전국 순회투쟁이 진행되었다. 나 또한 백수라는 개인적 환경이 참여를 독려했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웹자보 제일 위에 새겨진 “투표를 넘어 투쟁으로!”라는 문구에 있었다.

각종 부르주아 선거 때마다 신·구 정치꾼들은 물론이거니와 운동권에서 이름 꽤나 알렸던 인물들도 그 주변을 어슬렁거렸던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이번 대선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영향으로 그러한 경향이 한층 더 두드러질 것이다. 이미 민주노총을 비롯한 기존 좌우의 운동권은 대선 후보를 내고, 부르주아 정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사회주의 정치를 주장하는 조직들조차 부르주아 정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 등을 통해 제대로 한몫을 얻으려 하고 있다. 이들의 의도대로 과연 어떤 떡고물이 떨어질지는 지켜보기도 귀찮지만 말이다.

여하튼 이 대선이라는 시점에 “투표를 넘어 투쟁으로” 투쟁본부를 구성한다? 그것도 모든 운동권이 대선이라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이 시점에? 어찌 보면 누구라도 너무 뜬금없고 시류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더욱이 ‘공동투쟁’ 소속 사업장들이 민주노총의 우산 조직임을 감안하면 말이다.

  [출처]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쟁취” 노동자·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행동

투표를 넘어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일단 기존 부르주아 의회선거를 통해서는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에 선거는 더 이상 노동자들과는 무관하며 따라서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거기에 투쟁으로 간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과 자본 간의 계급투쟁은 당연한 일이지만 단순히 하나의 사업장에 국한된 투쟁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에 총체로서 자본에 대한 총체로서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대치시키는 일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가 개별 투쟁 사업장들에서 봐왔던 모습은 짧으면 몇 백일, 길면 10여 년을 계속해서 싸워 왔으며, 여전히 그러하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그들의 투쟁이 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경제 위기의 심화로 자본이 축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에 따라 노동자들에게 양보해 줄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투쟁’의 투쟁은 노동자들의 생활조건의 향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투쟁, 즉 자본주의를 철폐하는 투쟁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공동투쟁’의 제안과 순회투쟁은 노동자계급을 기만하기 위해 부르주아 분파들과 손잡는 공동전선과는 분명히 다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이 순회투쟁에 더 관심이 가게 되었다.

물론 ‘투쟁본부’ 구성을 위해서는 단절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자본주의 위기와 그것을 모면하려는 새로운 세계대전에 직면에 있는 현 상황에서 ‘공동투쟁’의 제안은 공장에서, 현장에서 쫓겨난 갈 곳 없는 노동자들의 한낱 외침으로 들어서는 결코 안 된다. 위기의 순간에 자본은 국가로 단결하듯이 이제 우리 노동자들은 ‘투표를 넘어 투쟁으로!, 전 세계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통해 자본주의에 종말을 고할 때이다.

마지막으로 4박 5일 간의 순회 일정을 함께 한 모든 동지들이 고생한 만큼 좋은 결실을 맺길 바라고, 나 또한 ‘공동투쟁’의 활동에 기여하고픈 마음이다.

  [출처]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쟁취” 노동자·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행동

* 이 글은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성승욱(활동가)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노동자

    투표를 넘어 투쟁으로?
    투쟁을 넘어 투표로!
    초대중적 관념주의로서 동전의 양면입니다.

  • 비정규직노동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여태까지 봐왔던 시각들과 다른 글이라 신선하고 깊이 있게 봤습니다.
    공투 뿐만 아니라 글 쓴 동지도 건승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