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그 이후

[워커스 인터] 농락되는 후쿠시마 피난민들

[출처: 오누마 유지]

팩트1

동일본대지진 재해,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6년. 일본 정부는 지진재해로부터의 재건과, 원전사고수습에 전력을 다했고, 이제 원자력 재해는 과거의 일이 됐다.

6년 전 작업자들은 육중한 방호복을 입고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재해 속에서 바쁘게 일했다. 하지만 지금은 재해들이 완전히 제거돼 작업자들은 가벼운 복장을 하고 폐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 4호기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우려도 컸지만 다 안전하게 제거돼, 오염수의 방출은 줄고 노심용해한 원자로 내부의 상황도 조금씩 공개되고 있다. 일본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진 로봇이 원자로 내부 조사에 투입돼, 본격적인 폐로 작업이 시작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후쿠시마도 재건되고 있다. 대규모 제염사업으로 피난지시구역은 줄어들고, 몇 년 전까지 거주가 제한됐던 동네에도 사람들이 되돌아왔다. 신선한 야채, 맛있는 후쿠시마산 쌀 생산도 늘었다. 후쿠시마의 농산물은 엄격한 방사능 검사를 통과해 출시됐다. 일시적으로 조업을 자제하고 있던 어업도 재개했다. 방사능 검사 결과, 후쿠시마에서 어획된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은 기우였다. 방사능은 대부분 검출되지 않았다.

수도권의 마트에서는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 사람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따위는 완전히 잊어버린 것 같다.

일본 정부도 전력회사도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교훈을 가슴에 새기고,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기준을 설정해, 최근에는 그 엄격한 기준에 맞춰 원전을 재가동하고 있다.

2020년에는, 도쿄에서 올림픽이 개최된다. 올림픽/패럴림픽조직위원회는 야구/소프트볼 개막시합을 후쿠시마 현에서 개최하기로 계획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 이사회 승인을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올림픽 경기를 통해 재건된 후쿠시마의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주자는 것이다.

팩트2

동일본대지진 재해,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6년. 일본 정부는 지진 재해로부터의 재건, 원전사고 수습에 전력을 다했지만, 무서운 원자력 재해의 악몽은 현재 진행형이다.

재해들이 제거된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의 광대한 부지에는, 수많은 오염수 저장 탱크가 설치됐고, 그 수는 늘어날 뿐이다. 필사적인 노력에도 오염수 유출을 막을 수 없다. 최근 노심용해한 원자로 내부 조사 결과, 핵연료는 넓은 범위에 흩어져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퍼져 나가고 있는 핵연료는 건물의 방벽을 넘어 냉각수를 계속 오염시키고 있다. 게다가, 원자로 내부조사에 투입한 로봇은, 강렬한 방사선을 이기지 못하고 수십 분 만에 고장 난다. 핵연료를 꺼내기 위해서는 녹아내린 핵연료의 상태를 파악해야 하는데, 아직 누구도 그 핵연료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후쿠시마 지역 재건에도 어려움이 많다. 대규모 제염 작업으로 생긴 오염 쓰레기와 오염된 흙이 자루에 담겨 이곳저곳에 쌓여 있다. 피난지시 해제로 피난구역 주민들이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됐지만, 집에 가는 주민은 대부분 노인이다. 제염된 곳은 집과 그 주변일 뿐이며 밖에 나오면 제염되지 않은 땅이 많다. 생활에 필요한 식료품점이나 병원 같은 시설들이 폐쇄된 동네도 많다. 다른 현에 피난한 피난민 중에는 후쿠시마가 아직 돌아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아이들은 마스크를 쓰고, 방사선 수치를 기록한 배지를 달고 다니고 있다. 아이들의 갑상선암 발생 건수가 증가한 것도 방사능의 영향 때문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전에 농업은 후쿠시마의 주요한 산업이었다. 그러나 생산이 재개된 후쿠시마의 농산물은 잔류 방사능 때문에 싼 가격으로 팔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 산이라는 점을 숨기기 위해 다른 현에서 생산된 쌀과 섞거나, 싼 쌀을 구하는 식당 등에 판다.

일본 정부나 전력회사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에도 여전히 원전 재개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 이후 강화된 안전기준을 채우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 재가동을 포기한 원전도 있다. 또, 일본 원자력정책에 중요한 시설인 고속 증식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폐기 절차에 들어갔지만, 사용을 끝낸 핵연료 처리 방법도 오리무중이다. 그리고 일본 원자력산업의 핵심기업인 도시바는, 2006년에 매수한 미국 원자력기업 웨스팅하우스의 막대한 손실 때문에 도산 위기에 있다. 핵발전의 미래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정책의 잘못을 인정했을 경우 혼란이 생길까 두려워 실패한 원자력 정책을 버리지 않고 있다.

게다가 도쿄도와 일본 정부는 2020년 올림픽 때 야구·소프트볼 개막시합을 후쿠시마 현에서 개최한다고 한다. 후쿠시마가 국제적인 체육경기대회를 개최할 수 있을 만큼 재건됐다고 선전하고 싶은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 이사회가 이 계획을 승인해 개최가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어느 나라가 후쿠시마에서 열리는 경기에 참여할지는 의문이다.

원전사고의 최종적인 해결과 복구에는 몇 십 년, 몇 백 년이 걸린다고 한다. 사고를 낸 도쿄전력은 30 40년 안에 폐로를 완료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파괴된 원자로 내부의 상태를 알지 못해 도쿄전력의 예상은 기대일 뿐이다. 핵연료의 제거나 폐로는 불가능하다는 기술자도 있다.

옛날의 아름다운 후쿠시마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재건된 후쿠시마를 홍보하고 싶은 이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옛날 그대로의 아름다운 후쿠시마로 되돌아가려면 몇백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후쿠시마와 방사능

후쿠시마를 둘러싸고, 팩트1, 팩트2와 같이 상반되는 ‘팩트들’이 있다. 어느 쪽도 결단코 가짜 뉴스가 아니다. 후쿠시마에서는 재건 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후쿠시마 현 외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후쿠시마의 비극을 거의 잊고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의 재건을 연출하기 위해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고 있고, 표면적으로 평온하게 보이는 후쿠시마의 삶이 일말의 불안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일으킨 동일본대지진은, 지진과 해일에 의해 후쿠시마 이외 지역에도 큰
피해를 주었다. 재건은 후쿠시마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후쿠시마는 지진·해일의 피해와 더불어, 원전사고에 의한 대규모의 방사능 오염이라는 문제를 추가로 안고 있다. 누구도 이 방사능 재해에 대한 올바른 대처 방법을 모른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후쿠시마에서는 이제 인간이 살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철저한 제염 작업을 통해 주민들을 후쿠시마로 되돌리기로 했다. 그로부터 6년. 제염작업은 어느 정도의 성과를 올렸고, 후쿠시마 거주지의 경우 방사선 수치는 매시 0.1~0.2 마이크로 시버트, 연간 피폭 수치로 환산하면 1밀리 시버트 이하가 됐다. 이 수치는 다른 도시와 비교하면 약간 높지만, 특별히 이상한 수치는 아니다. 후쿠시마 산 농산물의 방사능도 불검출되거나 검출되어도 겨우 몇 십 베크렐 정도이며, 건강상의 영향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그러면, 후쿠시마는 다시 인간이 살 수 있는 땅이 된 걸까?

인터넷에선 ‘방사능의 영향’으로 인한 다양한 질병이나 기형에 관한 충격적인 기사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신빙성은 의심스럽다. 후쿠시마의 방사능이 그런 기사들과 같이 눈으로 보이는 형태로 나타났다면, 어쩌면 후쿠시마를 둘러싼 상황은 더 간단했을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후쿠시마의 방사선량은 아주 낮다고 할 수 있다. 후쿠시마를 며칠간 여행했다면 건강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 사람들만이 다니는 뒷산 같은 곳은 제염 되지 않은 곳도 많고, 시내에도 ‘핫 스폿(방사선량이 높은 장소)’이 많다.

과연 앞으로 몇 십 년 동안 이러한 동네에 계속 살 게 된다면 건강은 어떻게 될까? 방사선에 민감한 아이들은? 임산부는 어떨까? 정말로 후쿠시마는 안전한 것인가? 이 소박한 질문과 그 대답에, 충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후쿠시마 안전성에 관한 정보들은, 걸핏하면 무책임하게 이야기된다. 때로는 정치적인 의미를 포함한 것도 있다.

농락되는 후쿠시마 피난민들

일본 정부는 3월 10일, 후쿠시마 현 나미에마치와 도미오카초의 피난지시 일부를 해제하기로 했다. 이제 오염이 심한 귀환 곤란 구역 등을 제외하는 모든 지역에 대한 피난지시가 해제돼, 정부는 주민 귀환에 전력을 다할 방침이다.

피난지시는, 강제적으로 주민을 피난시키는 조치로, 피난주민들에는 주택 등이 무상 제공된다. 그러나 피난지시가 해제될 경우, 그런 지원들은 없어진다.

재건청이 피난지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의식 조사에 따르면, 피난지시가 해제되어도 원래 거주했던 지역에 귀환하지 않겠다고 대답한 40대 이하의 비율은 50%가 넘고, 연령이 높은 사람 보다 젊은 사람의 비율이 높았다. 귀환하지 않겠다고 대답한 이유는, 의료 환경 불안, 각종 서비스의 부족, 적은 일자리 등이다.

정부는 해당 지역의 방사선 수치가 내려가고, 건강상의 문제가 없어졌기 때문에, 피난지시를 해제한다고 한다. 그러나 귀환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은 아무리 방사선량이 내려갔다고 한들, 병원도 없고, 상점도 없으며, 일자리도 없는 지역에서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귀환할지 말지는 본인의 의지다. 하지만 피난지시해제에 따라, 주택보조나 세제 혜택 등의 공적 지원도 없어진다. 마음과는 다르게 귀환해야만 하는 사람도 상당히 있을 것이다. 다시 생각해 보자. 그들은 오랫동안 살며 정든 지역을 자발적으로 떠난 것이 아니다. 원전사고, 그리고 방사능 오염에 의해 지역이 파괴되어, 강제적으로 내몰렸던 사람들이다. 그들의 지역은 부서져 버렸다. 방사선 수치가 내려간다고 해도, 그들의 동네가 옛날과 같은 동네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귀환하지 않겠다고 대답한 사람 중에는, 방사선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다. 피난지시 해제지역의 방사선 수치 기준은 연간 20밀리 시버트 이하다. 일본 법률에 따르면, 원전 작업자 같은 방사선 업무 종사자의 피폭 한도는 5년간 100밀리 시버트이다. 피난지시해제지역의 연간 20밀리 시버트라는 방사선량은 5년으로 치면, 100밀리 시버트라는 방사선 업무 종사자의 피폭한도와 같다. 정말로 안전한 것일까? 백 보 양보해서 의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한들, 아이나 임산부가 ‘안심’해서 살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정부는 피난지시를 해제하고, 피난민들을 위한 지원을 중단하고, 파괴된 고향에 귀환시키려 한다.

잊어서는 안 될 피난민들도 있다. 후쿠시마의 피난민들은 피난을 강요해 떠난 사람들만이 아니다. ‘자주피난민’이라고 불리는 그들은 문자 그대로 피폭을 피해 자주적으로 안전한 지역으로 피난 간 사람들이다. 그들은 도쿄전력으로부터 받은 배상금도 적고, 이미 행정적 지원도 없어지고, 낯선 땅에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자주피난이라고 하지만, 그들 역시 여러 상황을 판단한 결과, 할 수 없이 후쿠시마를 떠난 사람들이다. 원전사고만 없으면, 후쿠시마를 떠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피난주민에 정부가 해야 할 것은 방사선 수치를 내리는 것은 물론, 그들의 생활이 다시 꾸려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즉, 후쿠시마에서 일하고, 아이를 키우고, 가족이 인간답게 생활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생활환경이 안 된 상태로 지원을 끊고, 피난민들의 생존권을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게다가 강제로 떠났든 스스로 떠났든 피난민들에게는 피난 간 지역에서도 안심하고 살 수가 없는 현실이다. 피난민에 대하여 “막대한 배상금을 받고 무료주택에서 살면서 매일 놀고 있다”고 뒷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다. 후쿠시마 피난민의 아이가 피난처의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 또 어려운 피난생활을 하면서 가족이 붕괴하는 경우도 있다. 피난민의 자살률도 높다.

사고 원전의 폐로 작업은 사실 기술적인 전망이 없다. 파괴된 지역 재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에는 사고처리도, 후쿠시마에 배상할 힘도 없다. 정부는 방사선 수치가 낮아졌다는 구실로 지원 중단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사회는 후쿠시마 피난주민들에 대한 몰이해, 방사능오염에 대한 차별적인 오해 같은 비뚤어진 시각으로 후쿠시마 주민들, 피난민들을 보고 그들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직시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치는 서둘러 일본 원자력산업의 장애물인 후쿠시마 문제를 이미 해결된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일본사회의 외면, 무관심, 오해 안에서 후쿠시마 주민들, 피난민들의 삶은 더욱 쓸쓸하다.[워커스 2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