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시철도ENG 노동자들, “ 직영화 약속 쇼였나?”

지하철 역사 내 소방, 위생급수, 냉방환기업무 직영화 서울시에 촉구

서울도시철도공사 자회사인 도시철도ENG 노동자들이 역사시설 정비업무를 직영화하라고 서울시에 촉구했다. 이들은 역사 내 소방, 냉방환기 시설을 유지 보수하는 노동자들이 자회사로 간접 고용돼 인력 부족, 모호한 책임소재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시철도ENG 역사시설정비본부는 2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하철 역사시설 정비업무의 즉각적인 직영화를 요구하며 “서울시가 구의역사고 이후 책임 면피를 하기 위해 직영화 약속 등의 보여주기 행정을 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전동차정비 및 궤도보수분야만 쪼개 직영화를 진행했고, 화재와 직결된 소방, 전기, 급수, 환기 등의 업무는 배제됐다”고 했다.

조원기 도시철도ENG노조 위원장은 “도시철도ENG는 구조조정을 위해 생긴 회사로 비용절감과 경영 효율 관점에서 만들어졌다”며 “공공이 이용하는 시설에 대해 용역회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시민의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하는 외주화 상황을 서울시가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시철도공사는 2008년 설립된 자회사 도시철도ENG에 157개 역사와 6개 차량기지, 청사 및 승무관리소 등의 시설과 설비 관리를 맡겨왔다. 지난해 5월 구의역 참사가 발생하자 서울시는 “시민의 생명, 안전과 직결된 업무의 직영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도시철도ENG의 전동차 중정비와 궤도 근무자 171명만을 공사 안전업무직으로 직고용했다.

서울시가 주관하고 53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구의역사고 진상조사단은 지난해 말 보고서를 발표하고 지하철 역사시설 정비업무는 시민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핵심 업무로 직영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단은 “지하철 역사의 소방 및 전기, 급수, 환기 등 설비의 점검 및 보수는 시민 안전을 위해 핵심적이며 점검 보수가 철저하게 되지 못하면 곧바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안전 문제를 개선하고 인력과 업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공사의 직접고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설비의 측면에서 소방, 위생급수, 냉난방환기 설비는 서로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며 쪼개기식이 아닌 통합 직영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오늘 기자회견에서 도시철도ENG노조는 “서울시는 다분히 형식적인 답변을 반복하다가, 지난주 도시교통본부와의 면담에서 역사시설정비 분야 전체 직영화가 아닌 특정 업무 ‘소방’만을 쪼개 직영화하겠다는 입장을 듣게 됐다”며 “구의역 사고 직후 보여주기 직영화를 한 것처럼 1주년이 되는 지금 시점에도 시민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보여주기, 생색내기 직영화를 재연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명순필 5678서울도시철도노조위원장은 “도시철도ENG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 위원장은 “대구 지하철 참사로 보듯 화재가 발생하면 가장 많은 사람이 죽을 수 있다. 불이 났을 때 환기 문제는 두말할 것도 없이 중요하지만 과거 잘못된 시정조치로 인해 17명이 157개 역사를 담당하면서 점검할 인원이 없다는 게 말이나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세상>은 서울시 주무부서 관계자에 입장을 확인하려 몇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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