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파괴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소서

[김종중 열사를 보내며] 장례식장에서 하늘을 쳐다봅니다

[편집자 주] 갑을오토텍 노조파괴와 불법 직장폐쇄에 항거하며 목숨을 끊은 지 96일. 김종중 열사 영결식이 지난 22일 민주노동자장으로 진행됐습니다. 현장에는 갑을오토텍지회 동료 조합원과 유족, 민주노총 조합원 등 500여 명이 참석해 김종중 열사의 뜻을 기렸습니다. 열사와 함께 사측에 맞서 싸워왔지만 이제를 그를 떠나보내는 갑을오토텍 조합원의 글을 전합니다.


  [사진출처] 구재보 세종충남본부 미비국장


아침 7시 참요양병원 장례식장에서 하늘을 쳐다봅니다. 종중이의 얼굴을 그려보려니 얼굴이 잘 그려지지 않아 눈물만 흐르고 가슴이 메어집니다. 노조파괴에 항거하다 자결한 지 96일만에 종중이를 편히 보내기로 한날입니다. 그동안 차디찬 냉동고에서 오늘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김종중 열사 발인제를 위해 많은 동지들이 속속히 모여들지만 웃음없는 얼굴들이 비장하게만 느껴집니다.

폭염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고 민주노조를 염원하는 동지들이 온양온천역 광장 영결식에서 김종중 열사 영구차 뒤를 따라 열사를 애도하는 수많은 만장과 동지들이 대오를 갖추고 있습니다.


박종국 부지회장의 열사 약력보고를 시작으로 영결식은 시작됐습니다. 영결식 내내 열사를 기리는 동지들의 모습에서 갑을자본의 더러운 탐욕과 무자비한 폭력에 비폭력으로 대항한 지난날들을 회상합니다.

지난해 7월 26일 갑을자본이 불법직장폐쇄를 시작한 뒤 우리는 아스팔트가 녹을 만큼의 더위와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공권력의 침탈, 용역깡패의 위협, 구사대의 폭력과 폭언, 조롱을 묵묵히 비폭력으로 맞서며 투쟁을 전개했습니다.


마침내 지난달 21일 갑을오토텍의 직장폐쇄는 331일 만에 해제됐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땀으로 젖은 담배 한 개비를 서로 나누어 피우고 생수 한 병으로 분임조별로 나누어 마시는 등 힘들 때마다 서로의 등을 토닥이면서 버텨왔습니다. 이제는 현장에 복귀해 같이 소주잔을 비우면서 같이 기뻐해야 하지만 나의 동료, 나의 친구는 곁에 없었습니다.

김종중 열사를 보내지만 아직도 우리는 끝나지 않은 투쟁을 위해서 더욱더 갑을자본과 투쟁에 매진해야 합니다. 직장폐쇄만 해제됐을 뿐, 갑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갑을오토텍 범죄에 동조한 박형철 전 갑을오토텍 사측 법률대리인은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으로, 신현수 전 김앤장 변호사는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으로 임명됐으며 사측은 조합원 고용보장 약속도 미루고 있습니다.

반드시 남은 투쟁 승리해서 두 번 다시는 노조파괴 없고, 노동자가 살아 숨 쉬는 현장을 건설하여 김종중 열사께 바치겠습니다.

기쁨보다는 슬픔이 밀려와 가슴이 먹먹하기만 하지만 이제는 종중이를 보내야 합니다. 나의 동료, 나의 친구 김종중 열사여, 노조파괴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