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복직 합의…고공농성 107일 만에 땅으로

“싸움은 이제 시작…하청노동자 조직, 원하청 공동투쟁 위해 끝까지 힘쓸 것”

[출처: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울산 동구 남목고개 고가도로에서 고공농성 중인 두 노동자가 복직에 합의하며 107일 만에 땅을 밟게 됐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전영수 조직부장과 이성호 대의원은 26일 오후 1시 30분, 성내삼거리 교각에서 내려온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는 사내협력사협의회와 실무협의 끝에 복직 약속을 받아냈다. 이에 따라 고공농성을 했던 두 노동자를 포함해 현대미포조선에서 해고된 4명은 9월 말까지 복직 절차를 밟는다. 현대중공업하청지회 조합원 8명에 대한 복직도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미 2명이 지난주와 이번주 각각 출입증을 발급받고 현장으로 돌아갔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전영수 조직부장과 이성호 대의원은 △대량해고 구조조정 중단 △비정규직 철폐 △노조활동 보장 △블랙리스트 폐지 △12명 하청조합원 고용승계 및 복직을 요구하며 지난 4월 11일부터 고공농성을 감행했다.

특히 ‘블랙리스트’ 문제는 가장 심각한 문제였다. 노조활동 경력이 있으면 조선소 취업이 원천 봉쇄돼 하청노동자의 노조할 권리가 유명무실했다.

전영수 조직부장은 “원청은 블랙리스트도 없고, 방해한 적도 없었다고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라며 “이번 복직 합의와 함께 원청에서도 노조 활동 방해 안 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약속한 대로 정당한 노조 활동을 보장하고 협력업체들도 방해하지 못하도록 원청이 나서 적극적으로 지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하청지회도 25일 이들의 복직 합의 소식을 알리며 “이번 하청지회 조합원들의 복직을 계기로 반드시 블랙리스트 없는 현장을 만들어 갈 것”이라며 “모든 하청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뭉쳐 단결할 때만이 온전하게 블랙리스트가 없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전 조직부장은 고공농성을 끝내지만 이는 곧 새로운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생각했던 것만큼의 성과는 아니었지만 순차적으로 복직 약속을 받아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으로 돌아가면 힘 모아 싸우면 된다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가뜩이나 힘든 조선소 일을 하며 잘릴까 봐, 임금이 깎일까 봐, 다칠까 봐 걱정들이 많다”며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 말고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크다는 것을 느끼고, 하청 노동자가 각자의 목소리를 내면 충분히 현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원하청 공동투쟁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전 조직부장은 “함께 싸우지 않으면 다 죽는다. 자본이 좋아하는 편 가르기 싸움해서 얻는 것은 없다. 정규직의 힘보단 못하지만 하청지회도 나름의 힘을 모을 것이고, 금속은 하나라는 정신 아래 함께 단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조직부장은 고공농성을 지지하고 연대해준 시민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전 조직부장은 “더운 날도 힘내라고 찾아오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그 마음 잊지 않고 현장으로 돌아가 제대로 싸워보겠다”고 했다.

한편 오늘인 26일 오후 1시 30분 성내삼거리 교각에서 내려오는 두 노동자는 약식 집회를 마치고 병원 검사를 받게 된다. 심리 치료도 병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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