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생계급여 확대’ 회피하고 ‘일을 통한 빈곤탈출’에 올인 하나?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 비판...‘일을 통한 빈곤탈출’ 아닌 ‘복지를 통한 빈곤탈출’ 돼야

지난 2017년 8월 10일 문재인 정부는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안(이하 종합계획안)을 발표했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2018년도 생계급여의 인상이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1.16%로 발표난 직후라서 대중들의 관심도 컸을 것이다. 촛불항쟁의 에너지로 탄생한 민주정부이고, 무엇보다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공약하였기에, 어쩌면 많은 이들이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이에 화답하듯 종합계획안에는 반(反)빈곤정책의 목표를 ‘국민최저선 보장(National Minimum)’으로 제시하였고, ‘모든 국민이 인간답게 살 권리를 누리도록’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반(反)빈곤정책 방향, 출처: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18~2020) (안) [출처] 비마이너

그렇다면 이번에 발표한 종합계획안이 그런 의지에 부합하게 국민최저선 보장을 위한 적절한 수단을 충분히 담보하고 있는가? 노동소득 없이도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도록 획기적인 개선안과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는가?

생계급여의 위축과 개별급여의 확대

빈곤당사자와 많은 시민들은 종합계획안에 생계급여의 확대 방안이 담길 것으로 기대하였다. 특히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관한 로드맵이 실리길 희망하였다. 하지만 이런 바람과 달리, 종합계획안에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찾아 볼 수 없다. 노인 또는 중증장애인을 포함한 부양의무자가구의 기준 완화만을 제시하고 있어, 실제적으로 신규수급으로 진입할 가구는 22년까지 총 6.6만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기준 중위소득 40% 수준에서 비수급 빈곤층이 93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예측규모는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한 생계급여 수준과 관련해서도 ‘최저생계비 적정성 평가’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미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생계급여수급자와 비수급 빈곤층 간의 소득역전현상을 강조하면서, 생계급여의 인상액을 물가인상률보다 낮게 책정한바 있다. 종합계획안에서도 소득역전현상을 생계급여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런 까닭인지 종합계획안은 생계급여의 보장성확대, 즉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생계급여의 현실화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반면 개별급여의 확대 방안은 종합계획안에서 구체적인 방안과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의료급여의 경우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와 연동하여 ‘비급여항목의 급여화’, ‘보장구 지원 확대’ 등 구체적인 방안을 담고 있다. 주거급여의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중위소득기준을 현행 43%에서 45%로 올리는 방안을 담고 있어, 매우 구체적이다. 교육급여도 교육비 지원사업과의 연계하여 보장성 확대에 대한 세부적인 방안을 담고 있다.

결국 생계급여의 보장성 확대 보다는 개별급여의 확대에 무게를 두는 것이다. 이런 측면 때문인지, 비수급 빈곤층에 대한 대책은 개별급여를 확대하여 생계급여와 비수급 사이에서 발생하는 소득역전 현상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처럼 보인다.

차상위 계층에 대한 통합지원 제도화 방안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빈곤예방을 위한 제3차 사회안전망으로 명명하였는데, 주된 요지는 통합사례관리체계를 개편하여 위기개입과 자립상담 지원 서비스를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생계급여의 확대를 배제하고 별도의 차상위 계층에 대한 관리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이는 일본의 ‘생활곤궁자 지원법’처럼 공공부조의 획기적인 확충 없이 차상위 계층을 위한 별도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대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기초수급자격에 대한 확대보다는, 차상위계층에게 자활·사회서비스 일자리 연계를 강화하여 소득보전에 힘쓰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생계급여의 보장성 확대에 얼마나 미온적인지를 다시금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자립·자활을 위한 인센티브 확대

자립·자활을 위한 인센티브도 종합계획안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대표적인 방안은 자산형성프로그램의 확대이다. ‘생계·의료수급가구를 위한 희망키움통장1’의 가입요건 완화, 자활급여의 단가 인상 등을 제시하고 있다.

청년 등 근로빈곤층에 대한 인센티브 확충방안도 눈에 띈다. 일하는 빈곤층의 빈곤 대물림 방지를 위해 근로소득에 대한 공제를 확대하고 청년자산형성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외에도 사회보험 납부금의 경감, 근로빈곤층에 대한 사례관리 강화를 탈수급과 취업유지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자활관련의무의 확대

자활관련의무 확대 방안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근로능력자 중에서 조건부수급자를 지정하여 자활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조건부수급자는 고용센터가 주관하는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하거나 지역자활센터의 자활근로사업에 참여해야 한다. 이를 수행하지 않으면 수급자격이나 급여액이 상실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가구여건과 사정으로 당장 탈수급이 어려운 근로능력 수급자에게 자활프로그램 참여를 면제해 주고 있다. 주로 기초수급자의 자녀인 대학생과 학령기 이하의 어린 자녀를 직접 돌보는 한부모 및 빈곤여성 등이 대표적이다. 장애를 가졌거나 투병중인 가구구성원을 돌보는 돌봄제공자(carer)도 마찬가지다. 월 60만원 이하를 버는 단시간-저임금노동자들도 ‘노동’으로 인정하여 자활참여를 면제해 주고 있다. 이들을 ‘조건부과유예자’라 부른다.

  [출처] 비마이너

종합계획안은 조건부과유예자에 대한 자활노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조건부과 유예소득기준 상향 조정(현 60원 -> 90만원)을 제시하였다. 또한 조건부과유예로 새로 진입하는 인구 약 3만2천명에게 자립지원 교육·상담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소득기준 상향조정의 경우 그 기준이 높아짐으로써, 60만원에서 90만원 사이의 노동소득이 발생하는 조건부과유예자는 조건부수급자로 변경되면서 자활참여의무의 부과가 불가피하다.

가족구성원을 돌보는 양육자, 청년대학생 등에 대한 자활관련의무 도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종합계획안은 현재 고용복지+복지센터에서 조건부과예유자에 대한 취업교육·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를 단계적으로 전국화 하겠다는 취지이다. 취업교육·상담프로그램은 분기 1회 1.5시간(연 6시간)에 걸쳐 조건부과유예자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양육자와 6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시간제 근로도 도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조건부과유예자에 대한 자활관련의무 확대 강화는 종합계획안에서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기조가 적절한지 논쟁적이다. 대학생의 경우 학업노동에도 버거울 텐데, 고용센터에 참석을 요구하는 것이 이들에게 사회적 낙인과 박탈을 심어주지 않을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양육자도 자녀를 비롯한 가족구성원을 돌보는 것이 과중한 노동일 텐데, 자활관련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그들과 가족에게 최선의 선택인지 의문을 자아내게 한다. 취업중인 조건부과유예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자활 프로그램 참여를 대신하기 위해 단시간 노동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들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조건부과를 강화하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 비마이너

결국 ‘일을 통한 빈곤탈출’

이상을 살펴본 것처럼, 종합계획안에 관통하는 주된 흐름은 생계급여 확충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다. 대신에 개별급여의 확대, 자립·자활을 위한 인센티브 확충, 그리고 차상위 계층을 위한 별도방안과 자활관련의무 강화 등으로 채워져 있다. 이점에 비춰보면 문재인 정부의 반(反)빈곤정책의 기조는 박근혜정부의 ‘일을 통한 빈곤탈출’을 계승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시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통합급여에서 맞춤형 개별급여로 변경됨으로써 생계급여의 보장성이 축소되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종합계획안에서도 맞춤형 개별급여로 변경되면서 1개 급여 이상 탈피한 수급자가 4.6%(총 87천명)에 달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역사적으로 ‘일을 통한 빈곤탈출’이라는 정책기조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장성에 악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시대적 요구는 탈수급과 자립자활에 맞춰진 정책기조가 아닌, 소득보장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생계급여의 보장성 확대가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생계급여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심장이다. 노동소득 없이도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최저생계비의 기본토대이다. 생계급여의 보장성은 빈곤당사자뿐만 아니라 시민에게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실업, 질병, 장애 등 사회적 위험에 직면했거나, 자녀양육, 가족구성원을 위한 보살핌 등으로 소득활동 중단을 경험한 시민들에게 최소한의 생존수단이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배제나 차별에 직면한 취약계층에게 생계급여의 보장성 확대 방안은 필수적인 요구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종합계획안은 핵심목표로 설정한 국민최저선 확보라는 측면에서 명백한 한계를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일을 통한 빈곤탈출’이라는 정책기조에서 벗어나, ‘복지를 통한 빈곤탈출’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요구하는 빈곤당사자의 목소리에 경청해야 하는 까닭이다. 촛불항쟁을 계승했다고 자부하는 문재인 정부가 이런 시민의 필요와 요구에 화답하기를 기대한다.[기사제휴=비마이너]
덧붙이는 말

이 기사는 비마이너 기사입니다. 참세상은 제휴사 기사의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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