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비정규직 일괄 정규직 전환 동의 못해’ 결정 재확인

대의원대회에서 안팎으로 ‘입장 제고해 달라’는 요구 이어져

전교조가 대의원대회에서 ‘기간제 교원의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중앙집행위원회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교조가 기간제 교사의 부분적 정규직 전환과 강사 직종의 무기계약을 인정하면서 ‘학교 안의 모든 노동자는 정규직이어야 한다’는 원칙도 흔들리게 됐다.

새벽 1시 넘게 이어진 ‘정규직화’ 방향...결과는 ‘입장 재확인’

전교조는 2일 오후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77차 임시대의원 대회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확정했다. 이번 임시 대대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전환 논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알려져 많은 이목이 쏠렸다. 전교조는 이날 8월 23일 발표된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관련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 결정’ 사항을 보고 사항으로 대대에 제출했다. 중집 결정과는 다른 발의안이 제출되고, 수 시간 동안 논쟁이 오고가기도 했지만 결국 중집 결정 사항을 재확인 하는데서 그쳤다. 오후 2시에 시작한 대의원대회는 다음날 새벽 1시가 넘어 마무리됐다.

전교조 중집은 지난 8월 23일 결정문을 통해 기간제 교원, 영어회화전문강사, 초등 스포츠강사 등 학교 비정규직 문제 해결 방향을 제시했다. 이들은 영어회화전문강사나 초등스포츠 강사에 대해 ‘잘못된 교육 정책의 일환이기 때문에 제도를 폐지하고 정규교원으로 배치해야 한다’며 ‘고용과 처우에 관해서는 정부와 당사자가 협의해 결정한다’고 밝혔다. 기간제 교원과 관련해선 ‘현재 근무 중인 기간제 교원의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상시적이고 지속적으로 근무하는 기간제 교원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지고 고용 안정 방안을 마련한다’고 했다.

대의원대회에서 김학한 전교조 정책실장은 “영어회화전문강사와 스포츠강사는 보조강사 등으로 업무 전환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상시적이고 지속적으로 근무하는 기간제 교원에 대해선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이라고 확인시켰다.

몇몇 대의원들은 중집 결정사항을 두고 학교 비정규직 정규직화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고 비판했다. ‘모든 노동자는 정규직이어야 한다’는 전교조의 원칙과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왔다. 무기계약직을 고용안정 방안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노동계가 주장하는 정규직화가 아니며, 정규직 전환 대상 기간제 교원의 ‘상시지속 업무’ 구분도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처리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안건으로 정식으로 발의해야 할 건을 보고 사항으로 처리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전교조는 찬반을 넘어 다양한 의견이 있기 때문에 대의원들의 우려는 추후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해를 구했다. 문구 삭제에 대한 의견들도 나왔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연대 투쟁안 부결

중집 결정에 반대하는 31명의 대의원들이 학교비정규직 정규직화 방향에 대한 새로운 발의안을 제출했지만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해당 발의안은 ‘1. 전교조는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동의하고,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투쟁한다. 2. 전환 대상과 방식은 해당 주체가 대정부투쟁 속에서 결정하며, 전교조는 그 투쟁에 연대한다. 3. 전교조는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교원정책과 무분별한 강사 직종 신설 등 교원노동유연화 정책을 폐지하고, 교원정원확대와 비정규직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교육주체들과 공동 투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발의 대의원 중 한 명인 이민숙 대의원은 “현재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의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38만 명의 비정규직이 존재하는 교육부문에서의 정규직 전환 논의와 결과는 그 영향력이 매우 크다”며 “전교조가 해야 할 일은 비정규직 철폐와 공교육 정상화 강화의 대전제에 대한 동의 속에 학교 비정규직을 양산해온 잘못된 교육정책과 교원정책을 폭로하고 이에 대한 개혁을 강력히 촉구하는 일이 돼야 한다”고 발의안 취지를 설명했다.

찬반 토론에서 이를 반대하는 대의원들은 일괄 정규직 전환에 대한 부작용, 기간제 교원과 강사들의 전문성 부재로 인한 공교육 약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조합원 탈퇴 현황 등을 이유로 들었다.

찬성하는 대의원들은 비정규직 노동현실을 직시하고 이들과 연대하는 게 참교육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아울러 이들은 분리 정규직화 방안은 기준 설정이 어렵다는 점과, 예비교사와 비정규직 노동자를 이간질하는 정책에 동의하지 말아야 함을 주장하며 해당 발의안을 채택해 줄 것을 호소했다.

찬반 토론이 끝나고 재석의원 247명을 대상으로 표결에 부쳤으나 찬성 71표로 과반(124표)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송재혁 대변인은 “31인 대의원이 제출한 안이 부결되면 중집 결정사항이 전교조 공식 입장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권해석을 맡았던 김민석 교권상담실장 역시 “과반수를 넘어 의사를 제지할 수 있는 반대가 없다면 중집 결정사항대로 집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에 비정규직 연대 호소 이어져

한편 이날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공동 서명을 내고 전교조가 비정규직 철폐 싸움에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34개 비정규직 사업장은 “임용고시를 통해 정규직 교원을 채용해야 할 자리를 기간제 교사로 채워 잘못을 저지른 정부는 뒤에 숨어있고, 정규직 교사, 기간제 교사, 임용고시 준비생이 서로 싸우게 하고 있는 정부에게 책임을 묻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전교조 동지들이 기간제 교사 노동자들의 손을 잡고, 우리 운동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싸움을 해나가길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진보 정당, 인권, 노동단체 42개도 ‘비정규직 철폐의 길에 교육현장 모든 노동자가 함께하기를 바랍니다’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8.23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 결정이 나오고 전교조 죽이기에 앞장섰던 조중동이 전교조 중집 결정을 지지하는 상황에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며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 교사, 강사의 정규직화라는 대전제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사도 노동자임을 선언하고 투쟁해온 전교조가 노동자 내부 위계, 차별을 거부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기간제 교사, 영어 스포츠 전문강사, 학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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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은물소리

    잘못된 교육정책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교육의 질을 포기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밀고 나가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한다는 단기 목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행동입니다.이런 모순을 정확히 파악해서 전교조 대의원 대회는 이런 결정을 내렸습니다.잘못된 장책의 희생양이 되신 비정규직 분들에게는 안탑습니다만 신자유주의 정책을 그대로 유지시키는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 참나

    신자유주의가 뭔지도 모르면서 신자유주의를 옹호한다고? 신자유주의의 핵심은 경쟁과 노동유연화, 민영화, 규제완화 등이다. 전교조는 여기에 동의를 한 것임

  • 전교조 집단이기주의

    전교조 집단이기주의! 현재 법외노조, 헤체가 답일까요?

  • 이런

    전교조 대의원 쓰레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