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영어회회전문강사 폐지’, 비정규직 밀어내기?

[참세상 기획] 전교조의 ‘학교비정규직 입장’ 논란①

[편집자 말] 지난 8월 25일,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전교조가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한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들은 ‘정규직 교사 중심인 양대 교원단체(전교조, 교총)가 집단 이기주의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혹은 ‘문재인 정부가 전교조 합법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정작 전교조는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며 대서특필 했다. 한편으로는 교육 현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며 ‘서로 양보할 수 있는 선이 있을 것’이라는 훈수까지 뒀다.

과거 전교조를 향한 보수언론의 이데올로기 공세 방식과는 분명 결이 달랐다. 과거에는 전교조를 ‘불온한’ 집단으로 매도했다면, 이제는 이익단체로서의 행보에 방점을 찍는다. 전교조가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 우향우 했다는 점에 반색을 하면서도, ‘기득권 세력’이라는 딱지를 붙여 경계하는 식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전교조의 입장은 진보운동 내에서도 논란거리다. 노동사회단체 및 비정규직 투쟁사업장 등은 성명서를 발표해 전교조가 ‘학교 비정규직을 포함한 모든 비정규직 철폐’에 동의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나섰다. 여러 이해관계들이 첨예하게 맞물리면서 전교조의 운신의 폭도 좁아졌다. 전교조 내부에서는 ‘어떤 말을 해도 논란이 될 것’이라는 정서도 상당하다. 지난 28년 간 사회 변화 운동에 앞장서 왔던 전교조는 어쩌다 기득권 논란에 휩싸이게 된 걸까.


영전강 제도를 둘러싼 논란, 전교조와 학교비정규직의 오래된 논쟁

사건의 발단은 지난 8월 23일,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가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결정하면서 부터다. 전교조는 결정문에서 ‘학교 안의 모든 노동자는 정규직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규직 전환을 제안하는 방식이었다. 기간제 교사, 강사 등 여러 형태의 비정규직 교사들을 세분화 해 각각 다른 정규직 전환 방향을 제시했다. 제도를 폐기해 직무 자체를 없애는 방식도 있었고, ‘상시 지속성’에 따라 부분적인 정규직 전환 방식도 있었다. 그 중 가장 논란을 일으킨 문구는 ‘현재 근무 중인 기간제 교원의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였다. 이 문구는 보수 언론을 통해 ‘전교조가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다’는 식으로 왜곡됐다.

지난 2일 열린 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 주로 논란이 된 부분은 ‘영어회화전문강사(영전강)와 초등 스포츠강사’의 정규직 전환 방향이었다. 전교조 중집의 결정문에는 이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 방향이 명시돼 있지 않다. 단지 △영전강 제도를 폐지하고 정규교원으로 배치한다 △초등 스포츠강사는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다 △현직 영어회화전문강사와 스포츠강사의 고용과 처우에 관해서는 정부와 당사자가 협의해 결정한다는 문구뿐이다. 영전강 제도를 폐지한 뒤 이 자리에 정규직 교사를 배치하고, 직무에서 밀려난 강사들의 처우는 당사자들이 정부와 협의하라는 의미다.

전교조는 영전강 제도 도입 당시부터 ‘제도 폐기’를 요구해 왔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의 일환으로 영전강 제도를 도입했다. ‘영전강 제도’를 통한 영어 몰입식 교육으로 학교 현장에는 많은 문제들이 야기됐다. 정부가 영전강의 의무수업시수를 확대하면서 ‘수업시수 짜 맞추기’ 식의 질 낮은 교육이 확대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당시 정부는 약 6천 200명의 영어전문 강사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했다. 강사들의 처우는 매우 불안정했다. 1년 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했고, 한 학교에서 4년을 채우면 계약이 만료됐다. 강사들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산하에 노조를 결성해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국가인권위와 대전고등법원 역시 강사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권고 및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출처: 참소리]

전교조와 학교비정규직노조 모두 영전강이 잘못된 정책이라는 것에는 동의하고 있다. 다만 제도를 폐기했을 때 강사들의 처우를 어떻게 보장할 것이냐를 둘러싸고는 꽤 오랫동안 이견을 보여 왔다. 전교조는 제도를 즉각 폐지하고, 그 자리에 정규직 교사를 배치하라는 입장이다. 때문에 전교조가 사실상 영전강 대량 해고를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적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전교조 나름대로 영전강 처우에 대한 기본 방향은 존재한다.

2일 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 김학한 전교조 정책실장은 “영전강 제도를 폐지하고 정규교원으로 대체하는 한편, (현직 강사들의) 고용은 교육 과정 이외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라는 입장”이라며 “그 부분이 영전강과 전교조의 입장 차이”라고 설명했다. 현직 영어전문 강사들을 방과 후 강사를 비롯한 정규 교육 밖의 다른 직무로 배치하라는 주장이다. 반면 스포츠강사 등 보조강사들에 대해서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되, 더 이상 신규채용을 하지 않는 방향을 제시했다. 영전강과 스포츠강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독자적인 수업권을 갖고 있느냐다. 사실상 영전강에게 독자적 수업권을 줄 수 없다는 의미다.

영전강을 둘러싼 전교조 소속 초등 교사들의 반감은 상당하다. 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 한 교사는 “영전강과 스포츠강사는 초등교사는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는 등 교직의 전문성을 폄하시킨 정책 중 하나”라고 토로했다. 기존 강사 인력이 남아있는 한 제도 폐지는 요원할 것이란 주장도 상당했다. 일부 대의원은 “제도가 사라졌는데 사람이 남아있다는 것이 상식적일 수 있느냐. 영전강과 스포츠강사 등이 유지된다면 교육 정상화가 아니다”라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면 풀어헤쳐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밖에도 “전교조는 노동운동만 하는 조직이 아니다. 또한 (영전강은) 단지 노동 문제가 아닌 교육의 문제”라는 반발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초등교사 뿐 아니라 예비교사들도 영전강 제도 폐지에 적극적이다. 강사들이 교대 출신 혹은 임용고시로 선발된 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인식이 짙다. 영어회화전문강사는 채용 장벽이 높지 않은데도, 높은 경쟁을 뚫고 들어온 정교사와 똑같은 수업권을 갖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그 이면에는 영전강이 교육과정에 진입하면서, 기존 초등 영어과의 수업 시수를 가져간다는 불만도 존재한다. 영전강이 확대될수록, 영어과 교원임용 숫자가 줄어든다는 불안감 등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셈이다.

반면 학교비정규직 노조 측은 영전강 제도 점진적 폐지에는 동의하지만, 직무 변경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학교비정규직본부 관계자는 “그 부분은 용납이 안 된다. 우리가 결정할 사안 아니냐”며 “영전강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뒤 결원이 발생했을 때 충원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점차 축소해 나가는 것은 논의해 볼 수도 있겠지만, 현재 전교조의 입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노동 단체 및 당사자들은 영전강 제도 폐지만을 요구하거나, 보조강사 등 정규 수업 외의 직무로 밀어내는 것은 당사자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꿔내는 것이 아닌, 비정규직 해고 등의 반노동적 정책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가 7월 20일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영어회화전문강사, 스포츠강사 등은 ‘전환 예외 대상’으로 남았다. 현재 진행 중인 교육부의 정규직전환 심의위원회에서도 이들을 포함한 대다수의 학교 비정규직들이 제외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이에 지난 1일, 전국교육본부직 본부는 예외 없는 정규직 전환 실시를 촉구하며 노숙농성에 돌입했으며, 4일에는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영어회화전문강사 등 7개 강사직종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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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교조 코메디

    전교조, 코메디네요.

  • 러브조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학교는 공교육의 기관이고 일자리마련의 장으로 해서는 안된다 모든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는것은 차성한다 그렇지만 영전강,스전강 은 제외해야 옳다 교사는 엄연히 임용을 거친사람이 하게되어 있다 아무나 교사를 시킬수는없다 강사 기간제는 말그대로 기간이끝나면 게약만료되는것이 옳다 정당하게 성실하게 노력하여 임용고시를 거친 임용대기자들에게 영전강 스전강을 맡겨야 한다 현재 영전강스전강제도는 페지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중등의 경우 정규과목티오를 늘려서 임용응시기회를 넓혀야 하고 일반학과나 교육대학원의 무붐별한 교직과목이수로 인하여 교사자격증을 10배 20배 양산해서는 안된다 사대를 비롯한 엄격하게 자격을 주어 2배수 3배수 등 일정 배수로 하여 무한정 자격증을 남발하지 말어야 한다 이것은 국가가 규제를 해야 옳다 선량한 일반 시민들의 정당한 권리이다

  • 러브조이

    기사를 몇번이나 읽어보고 생각해 보았는데 모든비정규직을 무기게약직으로 전환하는것은 옳지만 영전강은 폐지해야 하고 방과후교사로 전환하든지 수업보조등 다른업무로 전환하든지하고 스전강은 더이상채용하지 않아야 한다 아무리그래도 학교를 무근 일자리 마련 노동현장으로 해서는 안되고 공교육의 내실을 위해 이참에 잘못된것을 바로 세워야 한다

  • 러브조이

    모든 비정규규직을 무기게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그러나 영전강은 폐지해야 하고 방과후 강사로 전환해야 한다 스전강도 더이상 채용하지 말고 방과후로 돌려야 한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많은 수험생들이 정당하게 노력하여 교사 임용을 준비하고 임용대기자들이 임용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에게 역차별을 해서는 안되고 정당한 기회를 주는것이 옳다 영전강은 페지 스전강은 더이상 채용하지 말고 영전강 스전강을 방과후 과목으로 전환하여 정규직으로 무기계약하면 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