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승무원, 11년 만에 파업… “원청 코레일의 횡포 끝내야”

코레일관광지부 전 조합원 29일, 30일 양일간 파업 나서

KTX 승무원들이 오는 29일과 30일 전면 파업에 나선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부당한 차별 등에 숨죽였지만 원청 코레일의 횡포와 코레일광광개발 경영진의 무능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비상식과 부조리에 맞서 행복해지기 위한 파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KTX 승무원이 파업에 나서는 것은 코레일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싸웠던 2006년 이후 11년 만이다.


400여명의 KTX 승무원들이 소속된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는 26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파업 예고 기자회견을 열고 “코레일과 용역 자회사 코레일관광개발이 KTX 승무원에 대한 부당한 차별과 대우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파업은 임금교섭 결렬에 따른 것으로 코레일관광지부는 ‘5% 임금 인상’을 주장하지만, 사측인 코레일관광개발은 1.1% 인상을 제시한 것에 그쳤다.

지부의 5% 임금 인상 주장은 기획재정부의 ‘2017년도 공기업 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에 따른 안이다. 기재부는 이 지침을 통해 공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3.5% 인상하도록 했다. 공공기관 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공공기관 평균임금의 60%에 미달하는 기관의 경우 5% 인상을 제시했다. 코레일관광개발지부는 “이 조건을 넘어 전체 승무원의 60%가 최저임금에 근접한 임금을 받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코레일관광개발의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임금인상률은 1.7%다. 2012년엔 기본금 20% 반납을 요구한 데 이어 2013년엔 임금 동결을 밀어붙였다.

코레일관광개발지부는 진짜 사용자인 코레일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코레일관광지부는 “코레일은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3.5% 인상하면서도 하청 KTX 승무원의 임금은 단 1.2% 인상에 그쳤다”며 “그동안 꾸준히 위탁비를 삭감하면서 전체 승무원의 60%가 최저임금에 근접한 임금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코레일관광개발지부는 파업에 나서며 △기재부 예산지침 기준 5% 임금 인상 △전근대적 노동통제 능력가감급제 폐지 △사무관리직과 임금 차별 철폐 △판매승무원 실질적 고용 보장 △직장 내 성희롱 근절 등 다섯 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총체적 난국…고용불안에 직장 내 성희롱까지

코레일관광개발지부는 “성과연봉제의 다른 이름인 ‘능력가감급제’ 역시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능력가감급제’란 승무원이 속한 지사장의 평가를 바탕으로 승무원의 연봉에 차등을 두는 제도다. 최고등급인 A와 최저등급인 E를 받은 직원 간의 임금 격차는 직급에 따라 월 32만 원에서 42만 원까지 차이가 난다.

코레일관광개발지부는 “객관적 평가 기준이 있다고 하지만 평가 권한이 있는 지사장이 승무원의 무조건적 복종을 요구하는 수단으로 쓰인다”며 “평가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성희롱을 일삼고, 노동조합 와해를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용산지사에선 노동조합에 가입한 사람의 평가 점수를 지사장이 한 단계씩 낮추는 일도 있었다.

전문희 코레일관광개발서울 지부장은 능력가감급제가 성희롱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전 지부장은 “코레일관광개발 부산지사장의 경우 어쩔 수 없이 회식 자리에서 참석한 여성 승무원에게 블루스를 강요하거나 따로 만나자고 메시지를 보냈다. 또 성희롱 발언을 일삼아 수십 명의 피해자가 나왔는데도 화천지사로 발령이 났다가 지난해 부산 지사장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전 지부장은 “올해 초엔 여성 승무원 숙소를 청소한다면서 분리 수거하는 모습이 여러 번 적발됐는데 성희롱 고충처리위원회가 해당 사건을 심의했으나 사측 대표들로 인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났다”며 “계속 피해 증언이 나오는데도 전보나 해고 같은 조치가 일어나지 않는 건 지사장이 철도공사 마피아 중 하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KTX 판매승무원들은 실질적 고용 보장을 촉구했다. 그동안 코레일은 KTX 내 2명의 안내 승무원과 1명의 판매 승무원을 배치해 운영해왔다. 코레일은 2008년 이후 판매승무원 위탁비를 단계적으로 삭감하다가, 지난해엔 적자 이유를 들어 판매승무업무를 폐지하라고 코레일관광개발에 요구했다. KTX 판매 승무원인 이윤선 코레일관광개발부산 지부장은 “업무가 축소되고 급여까지 삭감되며 퇴직자들이 많아졌다. 현재 45명 정도가 남았는데 사측이 승무원의 업무가 아니었던 물류 업무나 상하차 업무 등으로 전환 배치를 요구하며 자발적 퇴직을 강요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자회사 문제 드러나…코레일의 직고용으로 이어져야”

오늘 기자회견에 참여한 강철 철도노조 위원장은 “일하는 승무원들이 불안한 상태에선 승객도 안전하지 않다. 비정규직 자회사 수행 업무 중 열차 승무원이 하는 업무는 정규직화 돼야 할 업무로 꼽히고 있다”며 “올해 임금 교섭 승리, 나아가 비정규직 아닌 철도공사의 정규직화를 이룰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역시 코레일의 직고용을 주장했다. 이 부위원장은 “만도헬라, 아하시글라스, 동양시멘트, 파리바게뜨 제빵 기사 등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이 연속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KTX 승무원의 사례와 다르지 않다”며 “정부가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자회사를 공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시그널로 이해할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한편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19일 코레일관광개발 노사의 임금단체협상에 대해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코레일관광개발지부는 21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조합원 94%가 투표에 참여해 찬성률 91%로 파업이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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