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파괴’ 기업에서 ‘100% 불법파견’ 이끌어낸 청년들

[인터뷰] 배태민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지회장

‘정규직 제로공장’으로 알려진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부로부터 전원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다. 노조가 만도헬라 원청 및 하청 업체들을 파견법 및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지 6개월 만에 나온 판결이다.


만도헬라는 자율주행차의 주요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생산직 노동자 100%가 비정규직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만도헬라의 로고가 찍힌 작업복을 착용했으며, 업무 지시 및 감독, 인사 권한 등도 원청에 있었다. 이에 노동자들은 올해 2월 노조를 결성하고 만도헬라 등을 파견법 및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노동부는 지난 9월 28일, 원청에 사내하청 노동자 300여 명에 대한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렸다.

만도헬라 노동자들은 대부분 20~30대의 젊은 청년들이다. 노조를 결성하고 불법파견 투쟁에 나선 지난 6개월간, 이들은 노조 간부들에 대한 강제 전환배치, 업체 폐업, 직장폐쇄 등에 시달려 왔다. 지난 7월 10일, 원청이 도급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17일 직장폐쇄에 돌입한 후, 수 개월간 길거리에서 불법행위 중단 및 근로조건 개선, 단체교섭 요구 등을 걸고 투쟁하고 있다. 노동부의 불법파견 인정 후, 조합원들은 여전히 공장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만도헬라 공장 앞에서 배태민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을 만났다.

  배태민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지회장 [출처: 노동과세계/김형석]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인정 판결이 나올 것이라 예상 했나

노동부 분위기를 봤을 때, 부분판결이 나오지 않겠냐는 이야기들이 상당했다. 판례 등을 참고하더라도 부분 판결이 나올 확률이 높았다. 만도헬라에는 생산부와 품질부, 생산관리부서가 있다. 그 중 생산관리부서는 창고를 관리하는 업무인데, 여기서 리스크가 있을 수도 있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전체 판결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2009년부터 공장이 돌아가기 시작했고, 내가 2011년에 입사했다. 근속이 꽤 오래됐다. 그동안 모아둔 불법파견 증거 자료들이 상당하다. 노동부가 우리가 제출한 증거 자료들만 제대로 검토한다면 충분히 전체 판결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생산관리부서 조합원들이 피 말리는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조합원 263명 중 40명이 생산관리부서 조합원들이다. 마음고생이 심했다. 본인들도 ‘부분 판결이 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들었을 거다. 불법파견이라 굳게 믿고 있어도 흔들릴 수밖에 없지 않겠나. 전체 판결이 발표되는 순간, 눈물을 흘리는 조합원도 있었다. 절망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희망이 보인 거다. 이번 판결로 우리가 지금 당장 정직원으로 현장에 복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절망 속에서 나름 희망의 동아줄이 내려왔다.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라 생각한다.

특별교섭에 대한 회사 측 반응은 어떤가

교섭위원인 임원들이 27일 회사 로비로 들어가 인사담당자에게 공문을 전달했다. 아직 회사가 받을지 안 받을지 미지수다. 노동부 판정이 나오건 말건 회사로서는 벌금 내면 끝일 거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정부 정책의 흐름을 봤을 때 잘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모든 사회의 관심사지 않나. 노조로서는 투쟁 수위를 높여 회사를 교섭 자리로 이끌어내 서로 상생하는 길을 모색하고 싶다. 현재 조합원들은 매일 공장 정문 앞에서 ‘불법파견 판결났으니 만도헬라는 이를 인정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며 출근 투쟁을 벌이고 있다.

민사소송은 어떻게 돼 가고 있나

3월에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 8월 말 변론기일이 있었는데, 회사 측 대리인인 김앤장이 만도헬라를 ‘애플’과 비교해 표현하더라. 우리는 애플도 아닐뿐더러, 누가 봐도 직접 사용주는 만도헬라라는 걸 알 수 있는데도 말이다. 금속 법률원에서는 이만큼 증거 자료가 많은 경우도 드물다고 했다. 자료 정리하는 데만 엄청난 시간이 소요됐다. 민사소송 역시 우리 쪽에 많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우리가 승소해야 한다는 얘기다.

직장폐쇄 4개월째다. 그동안 어떤 투쟁을 벌여왔나

직장폐쇄 이후 전 조합원이 길거리로 나앉았다. 노조는 한라그룹을 상대로 투쟁을 벌었다. 한라그룹을 상대로 노숙농성 및 집회 투쟁을 벌였다. 판교에 있는 만도 R&D사옥에서 집회도 벌였다. 그리고는 노동부를 상대로도 많이 싸웠다. 회사를 고소고발 한지 반년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무엇을 하느냐고 항의하며 거의 한달 가까이를 노동부에서 살았다. 거점을 옮겨 노동부 민원실에 들어가 난장을 피고 압박을 가했다. 하청에서는 직장폐쇄라고 하지만 만도는 도급계약 해지라고 말한다. 퇴직금이나 휴업수당이 나오는 것이 아니어서 금전적인 부분이 모두 끊겼다. 농성을 하면서 일과 이후에 대리기사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리는 조합원들도 있다. 5월 30일 파업 출정식 이후, 70여 명의 조합원들은 현재까지 생계 압박을 받으며 길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다.

하청업체와의 교섭은 어땠나

원하청 관계에 있어 하청은 권한이 없다. 임금도, 근무조건도 어느 것 하나 하청이 결정할 수 있는 건 없다. 우리가 원하는 임단협 교섭을 하청이 받지 못했다. 우리는 임단협 교섭에서 99개 조항을 내걸었지만, 하청은 10개의 조항만 내놨다. 노조는 인정 하지만 근무시간 외에 활동만 인정한다던가, 노조 전임자 활동 시간을 4분의 1로 축소시킨다던가, 월 15만원을 줄테니 공장 밖에 노조 사무실을 얻으라는 식이었다. 노조가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을 제기하니, 노사 협의 없이 2조 2교대의 근무시간을 3조 2교대로 바꿨다. 임금보전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노조 핵심 간부들을 강제 전환배치했다. 결국 노조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표현이었다.

만도는 대표적인 노조파괴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알고 있었나.

솔직히 2012년 발생한 금속노조 만도지부에 대한 노조파괴 사건은 알지 못했다. 만도헬라지회는 올해 2월 출범했다. 그 전까지는 노동조합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먹고 살기 바빴다. 그런데 주말도 없이, 1년 365일 중 360일 이상을 근무하고, 비인간적 대우를 받다보니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나는 회사에서 파트장이라는 직급을 맡고 있었다. 만도헬라 이름이 들어간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직접적인 업무 지시 및 처리를 했다. 만도헬라는 도급 관계라면서도 마치 자신들의 직원처럼 사람들을 부렸다. 원청의 부하직원처럼 일을 하지만, 대우는 비정규직이니 너무 억울했다. 이런 식으로 하려면 차라리 그냥 정직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노조를 만들게 됐다.

정규직 노동조합을 파괴한 기업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또 다시 노조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노조 준비 과정은 어땠나

지난해 11월부터 준비해서 2월에 노조를 출범했다. 그 사이에 계획을 세우고 증거수집을 했다. 그리고는 금속노조 지역지부 상담소에 상담을 받으러 갔다. 원래 금속노조는 뉴스에서만 접했지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했다. 상담을 계기로 연이 닿게 됐다. 아직 한라그룹 쪽 관계자들은 만나보지 못했는데, 그들도 금속노조에 하청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했다는 소식을 듣고 뜨끔했을 거다. 주변에서는 어떻게 350명 중 80% 이상이 노조로 조직될 수 있었는지 질문을 많이 한다. 우선 나 같은 경우는 직급이 파트장이었고 근속도 길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관계 및 신뢰가 어느 정도 쌓여 있었다. 다른 조합원들도 근속이 어느정도 있는 편이다. 빨리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목표 의식이 전반적으로 깔려 있었다고 본다.

향후 계획을 말해 달라.

하청업체 소속이었지만 만도헬라의 지시를 받으며, 만도헬라에 소속된 노동자처럼 일을 했기 때문에 불법파견 판정이 나온 거다. 우선적으로 회사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우리와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본다. 현재 원청에 특별협의 공문을 전달한 상태이기 때문에, 사측의 입장을 보고 투쟁 계획을 정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현장 복직을 위해서는 투쟁 수위를 올려야 하지 않을까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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