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시멘트 비정규직 승리, 시멘트업계 나비효과 만들 수 있을까?

[인터뷰] 정규직 쟁취하고 현장 돌아가는 동양시멘트지부 조합원들

2015년 해고된 동양시멘트지부 조합원들이 오는 10월 16일부터 현장으로 복귀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해고를 당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개월, 해고 후 복직까지 걸린 시간은 30개월이다. 해고를 당할 때 이미 고용노동부는 이들을 정규직이라고 판정했다. 사측이 이들을 정규직으로 인정하기까지 30개월이 걸렸을 뿐이다.

  삼표 본사가 있는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 앞에 차려졌던 노숙농성장

동양시멘트로선 반란도 이런 반란이 없었을 게다. 정규직도 아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정규직 판결을 끌어냈다는 것. 종사자 반 이상을 비정규직 노동자로 채운 회사로선 앞으로 미칠 영향들이 두려웠을 게다. 당황한 회사는 한강에서 뺨 맞고 종로 가서 눈 흘기듯 복직은커녕 손배가압류 등을 걸어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와해시키려 했다. 하지만 해고 조합원들은 2015년 2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위장도급 판정을 끌어내는 것을 시작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도 불법파견을 인정받았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들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길어지는 싸움으로 조합원들은 줄었지만 남은 사람들은 점점 더 강해졌다. 이들은 온갖 투쟁 방식을 익혔고, 비정규직-정리해고 철폐, 노동악법 폐지라는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우선 시멘트 업계 불법파견에 문제를 걸어보려 한다. 지부는 복직 소식을 알리며 “당국은 시멘트업계에 대해 즉각 특별근로감독을 벌여 직접고용을 명령해야 한다”고 했다. 또 민주노총 강원본부가 주축이 돼 ‘시멘트업계 불법파견 신고센터’를 만들어 삼표시멘트와 같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작고도 큰 승리가 업계 전체에 만연한 불법파견을 뿌리 뽑는 시작이 될 수 있을까? 지난 9월 28일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 앞에서 열린 동양시멘트지부 투쟁승리 보고대회서 네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934일의 투쟁을 끝내고, 현장으로 복귀하는 심정?

김경래 동양시멘트지부 수석부지부장 :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어제까지도 실감이 안 났다. 오늘 추석이라고 상여금이 들어왔던데 어마어마한 돈이 찍혀있었다. 비정규직들은 명절 때 보너스 10만 원을 겨우 쥘 수 있었는데 ‘이제야 정규직이 됐구나!’ 실감이 나더라. 현장에 있는, 오늘도 열심히 착취당하고 있을 비정규직 동지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지기도 한다. 온전한 승리가 아니어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어느 점이 아쉽나?

김경래 동양시멘트지부 수석부지부장 : 아직도 현장엔 400명 넘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집회, 선전전을 진행하면서 비정규직 철폐를 외쳤는데 약속을 못 지킨 거다. IMF 이전엔 저희 아버지도 그렇고 삼척 노동자들이 다 정규직이었다. 그런데 비정규직 고리를 끊어내지 못해 아쉽다.

김진영 동양시멘트지부 교선부장 : 정규직으로 들어가지만 원직복직은 아니다. 우리가 해고되면서 다른 하청업체가 들어와서 일하는 상태다. 동양시멘트지부 39명을 포함해 75명이 이번에 들어간다. 예전부터 구상해오던 어떤 파트를 만든다고 하는데 생산라인으로 보낸다고 한다. 회사는 비정규직하고 정규직하고 혼재되면 또 불법파견 사업장이 되니까 우리가 일했던 비정규직 자리로는 안 보낼 거다. 또 그 자리가 생산량하고 직결되는 업무였다. 예를 들어 우리가 태업이나 파업이라도 하면 엄청나게 타격을 입는 거다.

시멘트 업계 최초로 위장도급 판정을 받았고, 정규직을 쟁취했다. 현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 제기도 있을 것이라고 보나?

최창수 동양시멘트지부 대의원 : 우리 조합원이었던 사람들은 회사 쪽에 다시는 문제 제기 안 하겠다는 각서를 쓰고 복직했다. 지위 확인 소송 1심 판결이 나고 사측에서 그동안 임금 못 받은 것 몇 푼을 쥐여주면서 포기 각서를 쓰게 만들었다.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법적인 문제에 대해 소송 걸지 말라면서. 그래도 지부가 정규직을 확인받았으니까 그 사람 빼고 다른 비정규 노동자들은 언제든지 소송을 다시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회사 측에서 방해는 하겠지만 말이다.

현장으로 복귀해서 할 일이 명확해지는 것 같다.

김진영 동양시멘트지부 교선부장 : 조직하는 것밖에 없다. 불법파견, 위장도급이 만연한 곳인데 다 털고 가기로 합의한 데서 회사에 면죄부를 주는 게 있지 않았나 헷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법으로 하는 것보다 투쟁으로 돌파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서 하루라도 빨리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며 싸웠다. 들어가서 당사자들이 여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일어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김경래 동양시멘트지부 수석부지부장 : 동양시멘트엔 동양시멘트지부와 두성지부, 민주노총 소속의 두 개 지부가 있다. 두 개 지부가 강건하게 서면 조직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생각하기 따라 다르니까. 동양지부는 싸워온 저력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여지가 확실히 있다.

이인용 동양시멘트지부 조합원 : 우리를 생산부서에 전환 배치한다는데, 아마 한군데에 모아 놓지는 않을 것 같다. 현장 근무상태가 한 군데 모여서 일할 수 있는 조건이 안 된다. 일단은 6주간 교육이 끝나고 현장 배치가 봐야 알 것 같다. 교육 기간에도 아마 탄압이 엄청나게 심할 거다. 이에 대해 대비를 해야 하는데 연휴가 끼다 보니까, 들어가기 전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다. 걱정이 조금 있지만, 지금의 조직력이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동양시멘트의 올해 고용현황을 보니 지난해보다 ‘소속 외 근로’가 100명 정도 늘었다. 왜 더 늘었을까?

김진영 동양시멘트지부 교선부장 : 일용직이나 이런 인력이 되게 늘었다. 얘네가 나중에 어떻게 했냐면, 예를 들면 하청업체에서 동양시멘트에서 일할 분해서 모집을 한다. 모집하면 인력회사에서 소개를 받고 오거나, 벼룩시장 보고 와서, 일하라고 해서 일한다. 그런데 근로계약서는 잘 안 쓰니까 그거 없이 일하고 나면 한 20일째 되는 날, 공장 정문에서 막는 거다. 왜 그러냐고 물으면 경비가 당신 이제 회사에서 오지 말라고 한다고 전해준다. 그동안 임금은 통장에 넣어줄 테니 가라고 정문에서 막는다.

또 다른 부당노동행위가 일어나고 있는 건가?

김진영 동양시멘트지부 : 그렇다. 월급쟁이 직원을 모집하는 것처럼 공고를 내고 일을 시키다, 필요 없으면 날짜 계산해서 그동안 급여는 주겠다고 나가라고 한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해서 한 중년 여성이 우리 노조 사무실에도 찾아왔었다. 20일 정도 일했는데 이런 퇴직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답답해서 물어보고 싶은데 갈 데가 없다면서. 그러다 나중에 나온 얘기가 회사에서 예전부터 구상해오던 어떤 파트를 만든다고 하더라. 인원은 75명이 필요한 데 그중에 정규직으로 들어가는 동양시멘트지부 39명도 포함돼 있다고. 나머지는 자회사에서 이력서 받는다고 한다. 제가 생각할 땐 시범적으로 인력 모집해서 일을 막 시켜보고, 이래저래 해 본 것 같다.

그 부서가 어딘지 알고 있나?

김진영 동양시멘트지부 교선부장 : 공장 내에서 전혀 새로운 일을 하진 않을 것 같다. 두성같은 경우 해고는 안 했지만, 원래 하던 자리에서 손 놓게 했다. 기관차도 몰고 장비도 몰고 했던 기능공들인데 그 일을 안 시키고, 청소나 삽질 이런 걸 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하기 전에 사진 찍어 놓고, “했니, 안 했니” 그러면서 괴롭히는 거다.

회사에서 교섭 중 꼼수도 부렸다

이인용 동양시멘트지부 조합원 : 지난 8월, 2차 교섭 때 사측에서 개별적으로 복직 통보서를 돌렸다. 9월 중 날짜를 못 박고 출근하라고 했다. 두성에서 4명, 우리 지부에서 1명이 그렇게 해서 복직 통보서에 사인을 했다. 우리 지부의 그 친구는 20개월 이상 생계에 나가 있던 상황이었다. 굉장히 힘찬 투쟁을 했던 동지인데 집에서도 복직을 재촉하는 상황이었고, 아마 압박이 컸을 거다.

김진영 동양시멘트지부 교선부장 : 교섭 중인데도 개별로 회유를 시도하려고 한 게 괘씸하다. 사측은 교섭하기 전에도 개별로 합의 보겠다는 기조가 강했다. 두성과 동일, 따로 교섭하자고 했고 민주노총은 빠지라고 했다. 당사자들이랑만 얘기하겠다고 했는데 우리는 상급단체가 있는 노조라고 하니까 우릴 교섭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치부했다.

최창수 동양시멘트지부 대의원 : 전화도 하고, 문자도 보냈다. 그 정성으로 교섭을 했어야 하는데 말이다.

이번 합의에서 사측은 50여억 원에 달했던 손배가압류를 풀기로 했다. 노조에서 건 소송은 어떻게 되나?

김진영 동양시멘트지부 교선부장 :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민사로 다투고 있었는데 그 재판은 사측에서 항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부당노동행위, 부당 해고는 중노위와 회사 간의 소송이다. 회사는 중노위의 부당해고 판정에 불복했다. 그 뒤 중노위 입장은 법원 판단을 기다려보겠다는 것이었는데 민사소송이랑 연계해 눈치를 보겠다는 것 아니겠나? 민사의 판결이 나오면 그걸 참고하겠다는 건데 이제 우리가 합의를 봤으니까 사측에서 면죄부 받을 가능성이 커지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

장기 투쟁, 비정규직 투쟁 노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김경래 동양시멘트지부 수석부지부장 : 힘을 잃지 않고, 믿으면서 투쟁하길 바란다. 싸운 만큼, 되지 않겠나? 동양시멘트지부와 두성지부는 함께 하는 싸움을 이어나가겠다. 지금 정규직으로 됐지만 해결된 건 없다. 비정규직 철폐 안 됐고, 정리해고도 철폐 안 됐고, 노동3권도 쟁취 못 했고, 노동악법 철폐 못 해서 계속 싸워야 한다. 현장에서나, 밖에서나 계속 싸워야 한다. 연대가 단결이니까, 연대의 힘으로 싸우길.

이인용 동양시멘트지부 조합원 : 다른 동지들이 쟁취한 승리를 발판으로 우리 문제도 해결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시멘트 업계에서 우리의 사례를 통해 다른 비정규직 사업장들의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길 바란다. 노조를 만들고, 새로운 역사가 많이 생겼다. 동양시멘트에서 비정규직 노조 만든 것도 처음이고, 시멘트 업계에서 위장도급 받은 것도 처음이고, 법률적으로 모두 이기면서 싸우는 것도 처음이었다. 이런 사례가 다른 업체에 반영이 돼, 힘 같이 받고 싸워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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