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에게 북핵은 선물, 힘 실리는 평화헌법 폐기론

[워커스 인터] 일본, 북한, 핵·미사일


북핵·미사일의 충격

북한에 의한 일련의 핵·미사일 실험은, 외국으로부터 공격 받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일본 사회에 ‘충격’ 그 자체였다.

물론 일본에서도 군사전문가나 북한 연구자들은 일찍부터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을 예상하고 있었다. 또 사전에 일본정부는 미국을 통해 미사일 발사 준비, 핵실험 준비 상황도 전달받고 있었으며, 북한의 동향을 파악해, 직접적인 위험은 없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었다.

그러나 8월 29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마자 일본정부는 이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넘어 에리모미사키 동쪽 해상에 낙하했다”며 동일본과 홋카이도에 ‘전국순간경보시스템(J알러트)’이라는 미사일 경보를 발표했다. 이 발표는 즉각 신문, TV, 인터넷 등을 통해 일본 전국으로 타전됐다. 실제로는 일본 영공을 훨씬 넘는 우주공간을 비행했고, 일본보다도 러시아에 가까운 공해에 낙하했지만, 많은 이들은 정부 발표로 인해 “북한 미사일이 일본 영공을 침범하고, 일본 주변 바다에 떨어졌다”고 이해했다. 이후 아베신조 일본수상은 “유례없는 심각이고 중대한 위협”이란 성명을 통해 북한을 강하게 비난했다.

방송국은 하루 종일 기존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정치인, 코미디언, 북한전문가, 군사평론가, 시사해설자 등을 총동원해 “왜 일본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인가” “북한의 의도는 무엇인가” “미국의 군사력 행사 가능성은?” “전쟁 위험성은 어느 정도인가?” “일본 땅에 떨어진다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가” 등등의 내용을 계속해서 방송했다.

그 이후에도 연일 핵이나 미사일 관련 보도가 이어졌고, 미사일이 ‘상공’을 통과한 홋카이도에서는 ‘미사일 낙하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피난훈련을 하기도 했다. 언론들은 ‘전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핵무장의 필요성’ 그리고 국제 분쟁에서의 무력 해결을 금지하는 ‘헌법 9조 개정의 필요성’을 외쳤다.

아베 총리는 미국, 중국, 러시아, 그리고 한국의 정상들에게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촉구했고, 야당들도 북한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애초 아베정부의 지지율은 8월 초까지만 해도 사학비리나 여당 정치인들의 망언, 스캔들로 급락하고 있었지만 북한을 둘러싼 상황 속에서 급속히 회복세로 돌아섰다. 지지통신사가 9월 8일부터 4일간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정부 지지율은 41.8%, 비지지율은 36.7%로, 지지율이 더 컸다. 또 북한 핵·미사일에 대해 “위협을 느낀다”는 응답이 81.3%, 역사상 최대 규모인 내년도 방위성 예산안에 대해선 51.1%가 ‘찬성’, ‘반대’는 32.4%에 그쳤다.

북핵 문제 이용하는 수구우익, 대북강경파들

일본 국내에서는 이전부터 소위 ‘납치 문제’ 때문에 북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크다. 이러한 여론은, 북한에 비판적인 수구 반공세력이 만든 측면도 있어, 북핵문제가 일본 우경화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사실 이번의 핵·미사일 실험 대상은 미국인데도, 우파들은 ‘일본에 대한 위협’이라며 집단적 자위권에 근거한 미군과의 협조, 미사일 요격 능력 보유,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 심지어 핵무장까지 주장한다. 게다가 산케이, 요미우리 등 보수언론 등은 이러한 강경론을 사회에 유포시키고 있다.

이미 일본 전역은 북한 노동미사일의 사정권 내에 있다. ‘북핵의 위협’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지금 ‘북핵의 위협’이 일본 국민들의 관심사가 된 이유는 헌법개정론자인 아베신조의 집권과 무관하지 않다. 아베정부는 ‘중국의 위협’을 구실로 비밀보호법, 집단적 자위권, 공모죄 등의 법률을 제정하고, 무력보유를 금하는 헌법 9조를 사실상 무력화했다. 2020년까지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아베신조에게, 북한의 미사일은 바로 ‘천우신조’의 기회와 같을 것이다.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정부는 직접적인 위험이 없는데도 긴급경계경보를 보내고, 각 자치단체들에 미사일 낙하시 대책이나 주민 피난훈련을 지시하면서, ‘위기’를 연출하기에 바쁘다. 방위를 구실로 재군비를 수용하는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그 목적일 것이다.

그러나 일본 대북강경파들이 재군비만을 노리는 것은 아니다. 대북강경파들은 한일·북일 관계를 역사수정주의의 맥락으로 접근한다. 북핵뿐 아니라 위안부, 강제징용 등에 대한 일본정부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이다. 현재, 일본-북한 간의 식민지배 문제에 대한 논의는 시작도 되지 않았다. 이후 북한과 수호조약을 맺으려면, 그 때는 역사문제를 피할 수 없고, 최종적으로 일본은 책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일본정부는 한국과의 청구권 문제에 대해선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이지만, 북한과는 ‘해결되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북한과의 수교는 결코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북미 간 평화조약 체결도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북미가 수교하면, 일본이라고 수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북강경파로서 가장 바람직한 전개는, 북한의 현 체제가 붕괴하고, 소멸하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 제재로 북한 경제가 파괴되고 체제가 붕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핵·미사일을 구실로 강력한 제재만을 외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대북강경론을 배경으로 한 일본정부의 ‘북한 위협론’ 공세에 일본 자유주의 진영과 시민사회의 움직임은 유감스럽지만 더디다. 대화에 의한 해결을 강조하지만 북한에 대한 비난을 제외하면 진보적 대안이나 실천은 드물다.

‘촌탁’하는 언론

아베정부가 연루된 사학비리사건으로 ‘촌탁(忖度)’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촌탁’은 ‘남의 마음을 미루어서 헤아릴 것’, 바로 ‘눈치보기’다. 정부측 사람들이 “아베 총리는 아무것도 지시한 적 없고, 단지 주변 공무원들이 아베 총리의 마음을 ‘촌탁’해서 적절하지 않는 짓을 한 것”이라고 주장해 유행이 됐다.

한국사회에서도 ‘눈치보기’는 항상 문제가 되고 있는 모양이지만, 일본사회도 ‘촌탁’에 의해 정책수행 과정이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어느 나라든 정부는 언론대책을 고심하고, 언론은 정부 압력에 고심하기 마련이지만, 일본에서는 정권에 대한 ‘촌탁’, 악질적인 민원에 대한 ‘촌탁’, 스폰서에 대한 ‘촌탁’ 등 각 방면에서의 ‘촌탁’이 심하다.

공공방송인 NHK을 비롯해 각 언론사의 ‘촌탁’은 심각한 수준이다. 북핵문제를 둘러싼 보도 내용도 문제다. 앞서 지적한 대로, 마치 일본이 북한으로부터 공격을 당한 것 같은 보도가 계속됐다. 북미간의 무력충돌이 다가올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미사일이 날아온 경우 올바른 피난법을 소개하기도 하고, 집에 핵 피난소를 만드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광고에 의존하는 일본 방송사는 시청률을 위한 ‘촌탁’도 심하다. ‘전쟁 위기’ 같은 자극적인 내용일수록 시청률은 높아진다. 그래서 각 방송사는 경쟁하듯 ‘전쟁 위기’를 부채질한다. 대화를 호소하는 의견이나, 외교에 의한 해결이 중요하다는 주장은, 인기가 별로다.

일본 언론의 북핵문제 취급에 있어 최대 문제는, 북한에 대한 극단적인 편견이나 모멸감, 검증되지 않는 내용, 그리고 북한에 대한 혐오를 부채질하는 발언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민간방송사나 산케이를 비롯한 수구신문이 심하지만, 공공방송인 NHK에서도 강한 편견을
드러내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베 폭주를 멈출 수 없는 야당

아베정부는 7월까지도 위기였기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최대야당인 민진당(구 민주당)이 절호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민진당은 당대표의 이중국적 문제로 내부 혼란을 겪고 있고, 고이케 유리코 도쿄 도지사를 중심으로 결성된 ‘도민 퍼스트의 모임’이 만들어진 뒤 탈당 의원이 속출해 도의회 선거에서 의석수가 줄어든 것은 물론, 그 이후에도 탈당이 계속되고 있다. 당대표가 이중국적 문제로 사퇴한 뒤 마에하라 세이지라는 새 대표가 선출됐지만 그는 개헌에 적극적이고, 공산당과의 선거협력에는 부정적인 인물로, 결과적으로 오른쪽으로 기운 셈이다. 그마저 새 체제가 시작되기도 전에 예비 간사장의 추문이 발각되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이 돼버렸다. 민진당은 이번에도 또 아베정부를 심판할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렸다.

한편, 이런 시점에서 아베정부는 중의원 해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중의원 임기는 2018년까지이지만, 아베 총리의 염원인 2020년까지 헌법개정을 실현하기 위해, 지지율이 상향세를 타기 시작한 이 시점에 중의원을 해산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민진당의 의석수 감소는 거의 확실하다. 자민당의 의석을 ‘도민 퍼스트의 모임’이 설립한 국정정당 ‘일본 퍼스트의 모임’이 가져갈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 선거 준비가 안됐다. 자민당으로서는 선거를 한다면 지금이 기회인 것이다.

이후 북한정세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정세가 더욱 긴박하다면, 정치공백을 만드는 총선거는 어려워진다. 다행히 북미 대화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북한에 대한 강경론을 주장하는 여당이 불리해질지도 모른다.

현시점에서 중의원 선거가 실시될지 또는 이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아베 정부는 이번 핵·미사일 실험이 ‘일본에 대한 공격’인 것처럼 연출해, 유권자에게 일본의 재군비와 헌법개정이 필요한 것 같은 인상을 주고, 헌법개정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되면 총선거를 통해 헌법개정을 실시하려는 의도는 명백해졌다.

마지막으로

유감스럽지만, 일본사회에는 남북한에 부정적인 입장이 많다. 특히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더 크고, 정치인, 언론인, 심지어 사회운동 활동가도 예외가 아니다. 그리고 역사문제나 핵·미사일 개발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이런 부정적인 시각이 쏟아져 나온다.

일본은 남북한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있는 나라다. 북핵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은 식민지배로 인한 역사적 책임을 지니고 있지만 일본에는 이런 접근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나 북핵문제에 대한 책임이 일본에 한하지는 않는다. 한국도, 미국도, 중국도, 러시아도, 각각이 조금씩 원인을 제공했다. 누가 가장 나쁜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가 아니라, 각국이 스스로 책임을 지고 평화로운 해결을 향해 최선을 다하면, 이 어려운 문제도 풀 수 있는 단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워커스 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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