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시선 밖, 청년 비정규직의 카운터펀치

[워커스 이슈(1)] 청년 비정규직 조합원 간담회

청년들이 노조를 직접 만들었다. 자신이 받는 부당한 노동환경을 알리고 싶었을 뿐이다. 연차는 쌓이는데 월급은 줄고, 업체는 폐업했다. 20대에 해고도 당해봤다. 직접 언론사에 이메일 수천 통을 보내기도, 민주노총, 한국노총 가릴 것 없이 문을 두드려봤다.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직접 노동현장 실태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민주노총의 조직화 사업에 따라 움직인 것이 아니다. 스스로 부당함을 사회에 알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 아래 노조를 만들게 됐다. 그리고 이들의 활동으로 대통령이 움직이기도, 재벌이 구속되기도, 민주노총을 움직이기도 했다. 남다른 힘과 전략. 이들에게 노동운동의 대안이 있지는 않을까. 지난 15일, 노동조합 청년 조합원 3명을 <참세상> 회의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간담회에는 하윤정 알바노조 조합원, 김선호 스카이라이프지회 사무장, 정찬희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대의원이 참가했다. 사회는 이정호 민주노총 전 미조직비정규실장이 진행했다.


청년들의 ‘초미니노조’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기까지

이정호(민주노총 전 미조직비정규실장) 민주노총은 십여 년 동안 많은 사업을 해왔다. 성공적인 전략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특히, 민주노총은 미조직 청년 노동자를 조직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늙어가고 있다. 패널로 온 분들은 모두 청년이다. 처음부터 노조를 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다. 왜 노조를 조직할 수밖에 없었고, 어떤 문턱을 넘었는지 듣고 싶다.

정찬희(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전자서비스 지분 98%는 삼성전자에 있다. 삼성전자의 자회사다. 삼성전자서비스 수익구조는 삼성전자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수리하며 나타난다. 삼성전자 매출이 좋지 않으면 이익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매출은 오르는데, 2012년부터 서비스 기사들의 월급이 줄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서비스 기사는 월급이 높은 줄 안다. 실제로 그렇지 않다. 우리 월급 체계는 건당 분급 체계다. 어떤 제품의 어떤 증상을 처리하는데 정해진 비용, 시간이 있다. 에어컨 특정 부분을 수리하는 데 15분이 걸린다고 회사가 정한다. 이를 40분 동안 고쳐도 15분 치 급여를 받는 거다. 물론 5분 만에 고쳐도 마찬가지다. 최소 3년은 일해야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니 21~22세 청년이 신입으로 들어와 미친 듯이 일해도 월급이 늘어나는 게 아니다. 여름철 서비스 요청이 몰릴 때 숙련직이 1천만 원 가까이 벌면, 그때는 하루도 쉬지 않고, 눈 감는 시간 외 일만 하는 거다. 그것도 안전장비 없이 고공에 매달려서.

내가 일하는 영등포센터는 총 20명의 기사가 있는데 이 중 10명이 신입이다. 1년 안에 80%가 그만두고, 2년 안에 90%가 관둔다. 이를 버텨왔던 사람은 지칠 줄 모르고 일해 왔다. 그런데 2012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가 바뀌더니 서비스 기사가 돈을 너무 많이 가져간다고 생각했는지, 월급을 반 토막 냈다. 예전에 200건을 처리하면 600만 원을 받았지만, 지금은 200건에 300만 원 정도다. 그러다 부산의 동래센터가 폐업했다. 그곳 노동자 두 명이 노조를 만들려고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여러 군데를 찾았다. 그러다 민주노총이 금속노조를 추천해 가입했다.

김선호(스카이라이프지회) 3년 동안 회사 소속이 매번 바뀌었다. 처음엔 8개월 도급, 1년 직접고용 계약직, 4개월은 무소속 개인위탁, 다시 1년 도급 등 쪼개기 계약을 반복하다가 마지막으로 지난 4월 30일 해고됐다. 이런 쪼개기 계약에 부당함을 느끼고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 진정을 넣었지만, 대면조사도 없이 각하됐다. 그리고 노조를 생각했다. 당시엔 노조가 뭔지 몰랐고, 지금도 잘 모른다. 목적은 사회에 ‘부당함을 알리기 위한 것’ 하나였다.

그런데 나 같은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 케이티스카이라이프에만 1천 명이 넘는 비정규직이 있다. 고용 관계가 복잡해 정확한 집계도 없다. 이들에게는 노조란 개념이 없다. 내가 속한 스카이라이프지회는 조합원이 위원장과 사무장 모두 2명이다. 공공운수노조 KT새노조 산하 지회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노조를 만들자는 생각이었지만, 설립 후 연대단체들이 종종 우리에게 상급단체가 어디냐고 질문했다. 그런 질문이 순수해 보이지 않았다. 우린 그냥 부당함을 알리려는 목적 뿐인데 어디 소속인지가 그렇게 중요한지 모르겠다. 이런 시선이 불편하다.

하윤정(알바노조) 나는 알바노조 초대 집행부로 일했다. 알바노조는 2013년 1월 알바연대 캠페인으로 시작했다. 처음엔 노조를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노조로 이름을 바꾼 건 그해 8월이다. 알바연대는 당시 최저임금 1만 원을 실현하기 위한 캠페인 단체였다. 해마다 6월에 결정되는 최저임금을 앞두고 이슈를 만들려고 했다. 정작 당시엔 언론의 주목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처음 ‘이름이 알바연대인데, 알바노동자를 만나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으로 6~7명이 청년들 알바가 끝나는 밤 10시부터 새벽 5~6시까지 홍대, 신촌의 알바노동자 실태조사를 했다.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했다. 대부분 알바노동자는 휴게시간도 없고 근로기준법 보호도 받지 못했다. 조사를 통해 실제로 알바노동자가 떼인 돈을 받은 적이 있다. 작은 사업장이라도 노조를 만들면 교섭으로 권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런 고민에서 노조로 전환했다.

이정호 알바노조는 설립하고 ‘주휴수당’을 사회적으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예전에는 노무사, 변호사만 아는 주휴수당을 이젠 왠만한 알바노동자, 사업주도 다 안다. 노조 만들고 가장 크게 바뀐 점은 무엇인가?

하윤정 그것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건 알바노조가 처음 요구했던 ‘최저임금 1만 원’을 모든 노동계가 수용한 거다. 그동안 노동계는 해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하는 5인 사업장 이상 전체 노동자의 월 정액급여의 절반을 최저임금 요구액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우리가 최저임금연대회의체에서 1만 원을 계속 요구했다. 2014년 당시 노동계는 앞서 계산식대로 해서 6,600원 요구액을 정하려다가 알바노조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6,600원 이상’으로 정했다. 그리고 2014년 민주노총 직선 1기 선거 때 모든 후보가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했다. 이렇게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

김선호 노조를 만들었다고 우리를 돕고, 연대해주는 사람이 크게 늘진 않았다. 오히려 노조 만들고 회사와 정규직의 시선은 더 안 좋아졌다. 정규직으로 이뤄진 언론노조 스카이라이프지부 조합원들은 압도적으로 우리의 직접고용에 반대한다. 공부 많이 하고 공채시험 치고 들어온 그들은 역차별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그래서 언론노조는 공식적으로 비정규직인 스카이라이프지부를 돕지 않는다. 스카이라이프지부도 ‘입장표명 없음’이 공식입장이다.

우린 노조 만들기 전부터, 발품 팔아가며 기자들에게 일일이 메일을 돌렸다. 그 연락이 운 좋게 닿아 지금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고용노동부의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기다리는 상태다. 노조를 만들고 스피커가 커진 영향도 있다. 노조는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10월 3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영주 장관에게 KT스카이라이프의 불법파견과 관련 ‘서울서부지청이 KT스카이라이프 사건을 불법파견으로 판단하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면 사업주에 대한 직접고용 명령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물었고, 김영주 장관은 ‘고소고발 사건에는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상 시정지시까지 하는 건 아니지만 (불법파견의 경우)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시정되도록 지도하겠다’고 답했다.)

정찬희 2014년 노조를 처음 만들고 삼성 본사 앞에서 조합원 2천 명이 첫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삼성 앞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항의시위한 건 그때가 처음이라고 들었다. 그때 한 조합원이 ‘우리는 지금까지 삼성의 개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개가 아닙니다’라고 발언했다. 이제 노동자들이 많이 변했다. 회사에 할 얘기 다 하고, 주말 근무도 원치 않으면 안 한다. 조합원들이 근로기준법을 많이 알게 됐다. 바지사장이지만, 하청 사장을 상대로 단체협상을 얻었다. 아직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지만, 단협으로 신입 사원의 기본급을 따냈다. ‘건당 수수료’ 임금을 받는 우리에게 이건 큰 변화다. 그동안 아프거나 다쳐서 일을 제대로 못하면 최저임금도 안되는 돈을 받기도 했는데, 이젠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기본급을 받는다. 기본급은 138만 원으로 시작해 최저임금 인상곡선을 따라 조금씩 오르고 있다.

이정호 정부가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일선에서 현재 싸우면서 정권 교체 영향을 실감하는지?

김선호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투표 격려한다고 홍대에 왔는데, 그때(5월 6일) 문재인과 프리허그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인파에 깔려 죽는 줄 알았다. 그렇지만 너무도 절박해 무대로 올라갔다. 그 뒤 사측이 우리 두 사람에게 특별채용을 제의했다. 지난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사측 노무사가 ‘문재인 프리허그가 없었으면 여기까지 올 일이 없었다’는 최후 진술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제1국정과제로 비정규직 문제를 제시했다. 이후 파리바게뜨, 만도헬라, 아사히글라스에 직접고용을 명령하는 등 노동부는 전향적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돼 봐야 알겠지만, 전 정부와는 다르다는 걸 체감한다.

정찬희 문재인의 비정규직 행보는 ‘쇼’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문재인 공약 중 ‘원청 사용자성 책임’이 사라졌다. 우리 같은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다. 지난해 고공에서 에어컨을 수리하다 사망한 노동자를 두고, 삼성은 하청업체 책임을 물었다. 또 삼성은 ‘산업재해 보상’이 아닌, ‘도의적 책임’이라며 위로금을 건넸다. 지회는 4년간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56건의 진정을 넣었다. 그중 6건 인정받았다. 그런데도 아직 사용자들은 감옥에 가지 않았다.

현재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도 미진하고,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식대, 상여금 등 포함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최저임금 사업장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민주노총, ‘노조의 본질’ 다시 생각할 때

이정호 민주노총 2기 직선이 한창이다. 후보도 4개 조가 나왔고, 결선투표까지 예상된다. 민주노총에 바라는 점은 있나?

하윤정 최근 ‘노조하기 좋은세상 운동본부’가 자주 보인다. 알바노조는 노동운동에 있어 시대 변화에 따라 대안을 마련한 사례다. 이 점에서 ‘노조하기 좋은세상 운동본부’가 반가웠다. 변화된 조건에서 다양한 실험과 운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나이보다는 의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이 나이든 노동자 중심이라고 해서 사고마저 꼰대는 아닌 걸 보여 줬으면 한다.

김선호 대부분의 시민은 지금도 노조를 모르고 산다. 비정규직 조직률은 2.5%가 채 안 된다.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어떤 권리를 찾을 수 있는지, 그 권리를 어떻게 보편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민주노총의 역할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이후 들어설 집행부는 거대 산별노조부터 챙기기보다, 좀 더 소외당하는 사회적 약자를 돌봤으면 좋겠다. 사회적 약자에 가까이하는 것이 노조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정찬희 민주노총은 ‘조직 노동자를 위한 조직’에 가깝다. 민주노총 조합원의 75%는 정규직이다. 한국의 전체 비정규직은 60%가 넘는데, 실질적으로 민주노총이 노동자를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 특히 서비스산업 노동자가 많아지는데, 이들을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서비스산업은 공공과 민간을 합치면 60%를 넘어섰다. 서울의 경우 더 심해 전체 노동자의 85% 이상이 서비스업에 종사한다. 민주노총은 언제나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전교조, 공무원노조 같은 현재 가입된 산별노조의 크기로만 사업비중을 두고 있는 듯하다. 공공운수노조도 공공서비스업으로 보고, 전교조도 교육서비스업에서 일하는 전체 노동자를 봤으면 좋겠다.

이정호 민주노총도 한 10여 년 전부터 미조직 청년 조직화를 위해 많은 논의를 해왔으나 잘 안됐다. 현재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실도 ‘실’보다 더 큰 ‘본부’ 체계로 전환하자는 논의도 있었다. 각 산별노조도 청년 조직화를 고민하지만 좀처럼 간담회 수준을 뛰어넘지 못하고 산별노조별로 편차도 심하다. 청년 비정규직에 대한 조직 전체의 감수성이 잘 형성되지 않는 듯하다.

스카이라이프는 문재인 프리허그 후, 회사가 특별채용 제의도 했다. 그런데 ‘정규직 전환은 불법을 인정하는 셈이니 안 된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아직 회사 입장은 변화가 없나? 또 이를 돌파할 사회적 힘은 어떻게 마련할 건가?

김선호 네 번째 만남에서 회사 입장이 달라졌다. ‘삼성 전문 법무법인’ 태평양이 스카이라이프를 맡았다는 소식이 들리면서부터다. 이 변호사는 우리를 채용하는 순간 회사가 유죄(불법파견)를 인정하게 된다고 우려했다고 들었다. 특별채용하면 소송에도 불리할 것이라고 회사에 의견을 표명한 걸로 안다. 이후 회사는 기다려달라는 얘기만 하고 현재 연락 두절됐다. 이런 사실을 사회에 계속 알려야 한다. 함께 싸우는 염동선 지회장은 가장인데도 실업급여마저 끝나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어 문제가 더 시급하다.

이정호 규모가 큰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는 신분보장기금으로 해고자를 돕기도 한다. 알바노조는 이런 형편도 안 되지만 실제 현장, 동네에서 알바노동자를 조직하는 일을 한다. 조직화 모델이 따로 있는 건가?

하윤정 기존 노조는 각자의 사업장이 있고, 그곳을 찾아가 가입을 받는다. 알바노조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알바 노동 현장은 어디에나 있고, 전국이 현장이다. 일하다가 그만 두기도 하고, 다시 일을 시작하기도 한다. 그래서 몇 조합원은 자신이 다니는 매장에서 동료를 직접 조직하기도 한다. 맥도날드에선 조직을 통해 점장 면담을 요구했고, 근로환경 개선을 이루기도 했다. 알바노조에 따로 조직화 모델이 있진 않다. 알바노조로서 더 중요한 건 조직화보다 끊임없는 이슈파이팅으로 알바노동자가 스스로 권리를 찾아야겠다는 의식의 전환을 돕는 거다. 특히 대학가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했다. 캠페인 대상을 명확히 했다. 캠페인 루트는 선전, 상담, 퍼포먼스 등 다양하다.

이정호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재벌개혁실천단 쎈’이란 활동도 했다. 노동조합 운동을 넘어, 사회운동까지 벌이게 된 계기가 있나?

정찬희 박근혜 퇴진 촛불에 두 번째로 많이 들린 구호가 ‘이재용을 구속하라’였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도 재벌 개혁이 노동기본권도 찾고,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라고 외쳤다. 그렇게 전국의 조합원이 결합했다. 쎈(SSEN)은 ‘삼성전자서비스 엔지니어’의 영문 약자다. ‘힘이 쎈 사람’이란 뜻도 있다.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조합원들이 30명씩 상경해 여러 활동과 캠페인을 했다. 주마다 주제도 달리했다. ‘위험의 외주화’, ‘최저임금 1만 원’ 등이 있었다. 서울 시내를 남성 조합원들이 춤(퍼포먼스)을 추며 돌아다녔다. 젊으니까 가능했다.

[출처: 김한주 기자]


비정규직, 우리가 하고 싶은 것

이정호 청년의 입장에서 노조는 무엇이라고 한다고 생각하나. 또 각자 속한 노조는 어떤 방향을 내세우나?

하윤정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지고 있다. ‘평생직장’이란 개념도 점차 사라진다. 개인적으로는 쉽게 취직하고, 일이 나와 맞지 않으면 쉽게 그만 두기도 한다. 노마드족처럼 떠돌아다니는 자유로운 삶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30~40년 동안 한 직장에서 늙어간다면 무료할 것 같다. 돈이 아닌, 삶의 만족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자유로움’의 다른 말이 곧 ‘불안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외국은 비정규직 시급이 불안정을 이유로 정규직 시급보다 더 높은 곳도 있다. 한국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최저임금이 청년 비정규직만의 것이 됐다. 이런 왜곡된 프레임을 고쳐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전체 노동자 임금을 올린다는 사회적 인식으로 퍼져야 한다.

이정호 덴마크나 네덜란드의 파견,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만 35세가 되기 전까지 정규직보다 임금이 실제로 높다. 특히 18~25세 구간에선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눈에 띌만큼 임금이 높다. 경기에 따라 들쑥날쑥한 물량에 맞춰 일시적 노동을 써야 하는 회사의 입장을 고려하면서도, 노동자의 불안정한 삶을 담보로 하기에 임금을 더 주자는 취지다. 한국도 이렇게 대우하면 비정규직을 남용할 유인이 사라지는데.

김선호 우리나라만 비정규직이란 단어가 유독 왜곡됐다. 스카이라이프 비정규직은 1천 명이 넘는다. 이들이 노조 조직 대상이기도 하다. 이후 노조를 생각하면 일단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게 제1과제가 될 것이다. 동시에 중요한 것이 노조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다. 민주노총은 사회의 노조 혐오 문제를 회피하기만 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안 보인다. 지금은 노조혐오, 과거엔 강성노조, 귀족노조, 그 이전엔 ‘빨갱이’였다. 이 프레임을 뛰어넘을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템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일반 시민에게 ‘노조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곳’, 미조직 노동자에겐 ‘내 권리를 찾아줄 곳’이라는 느낌을 주도록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정찬희 민주노총 전체 비정규직은 80만 명의 4분의 1인 20만 명이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조합원 수는 17만 명, 이중 비정규직은 1만 명이다. 산별을 막론하고, 비정규직 사업을 확대하려면 비정규직끼리 뭉쳐야 한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대표자들이 모일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이곳에서 힘을 갖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원하는 방향을 설정하고, 시민에 처지를 호소하고, 대정부 투쟁 방향을 만들어야 한다. 실제로 금속노조 내 비정규직 대표자들이 모이고 있다. 이 틀을 확대해 전체 사회 비정규직의 큰 싸움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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