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대토론회…전국단위 비정규직 조직 논의도

“문재인 말 잔치는 끝났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여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비판하고, 비정규직 운동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열었다. 특히, 노동운동에서의 비정규직 주체성을 위한 전국단위의 비정규직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 간부를 비롯한 노동운동 활동가들은 16일 ‘비정규직노동자의 집 꿀잠’에서 ‘문재인 정부, 비정규직 투쟁의 전망과 과제’라는 이름으로 비정규직 대토론회를 열었다.


토론자들은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말 잔치’에 불과하다며 정부 출범 7개월이 지난 비정규직 현실을 전했다.

배동산 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자로 내몰리고 있다”며 “지금까지 교육부의 정규직 전환 결정률은 2%, 교육청은 10% 안팎이다.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는 30분 안으로 심의 과정을 끝내고, 전환 예외 사유를 무더기로 날치기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전환심의위원회에 참가했던 이윤희 교육공무직본부 인천지부장은 “인천교육청은 전환심의위원회에서 41개 직종을 8개씩 구분해 전환 예외에 이의 있냐고 물어보며 날치기했다”며 “이 모든 과정이 2시간 채 걸리지 않았고, 약 4500명 중 21명만 정규직 전환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교육공무직본부에 따르면, 각 시도교육청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는 모두 비공개로 진행되며, 회의자료 또한 회의 당일 장소에서 제공되고 회의 종료 후 수거한다. 노조로서는 회의 안건을 검토할 시간도 없다. 교육청이 미리 준비한 심의에 따라 결정된다는 노조의 입장이다. 특히, 심의위원회가 ‘정규직 미전환 시 근로관계를 종료한다’는 사실상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내용도 회의 자료에 싣기도 했다.

“자회사는 거대한 덫”

최근 각 부문에서 정규직 전환을 또 다른 간접고용인 자회사 형태로 추진하는 데 비판도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인천공항공사는 자회사(별도공사) 안을 노조와 논의 중이고, SK브로드밴드는 지난 5월 노동자 4,900명 중 4,600명을 자회사로 전환한 바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노·사·전문가협의회를 꾸려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고 있다. 민주노총 인천공항지역지부에 따르면 노사전협의회에서 공사는 경쟁채용에 따른 자회사 고용, 원청 직접교섭 않는 별도공사 설립을 주장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역시 자회사(홈앤서비스센터)를 설립해 하청 노동자 일부를 고용했지만, 임금은 하락, 노동 환경 개선도 없었다.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정범채 지부장은 “원청은 자회사로 기존 하청업체의 임금조건을 유지하는 ‘수평이동’을 한다고 했으나, 임금과 근로 환경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하청을 상대로 쟁취한 각종 수당이 사라져 임금하락에 직면했다”며 “또 원청은 일부 하청 노동자만 자회사로 고용해 자회사 전환-미전환 노동자 간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지부장은 “자회사는 결코 노동자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며 “각 센터로 흩어져 있는 여러 하청업체를 하나의 거대 하청으로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홈앤서비스센터는 SK브로드밴드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의 자회사다. 다단계 하청구조가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다. 자회사는 노동자를 길들이려는 포섭 전략이자, 비정규직 노동자 분열 전략이다”고 주장했다.


“잔치는 끝났다, 비정규직 새 주체성 필요”

토론자들은 문재인 정부에 맞서 새로운 비정규직 노동운동 전략이 필요하다고 뜻을 모았다.

김수억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장은 “지금까지의 비정규직 철폐 투쟁은 ‘정규직만 되기 운동’이 아니었나 되돌아봐야 한다”며 “또한, 단위사업장, 산별 내 갇힌 조합주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국단위의 비정규직 조직 전망을 모색해야 한다. 그 방법은 ‘전국비정규직노동조합협의회’ 형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선인 민주일반연맹 위원장 역시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가 해고당하는데, 산별 지침에 의존하고, 중앙 단위 논의에 묻힌다”며 “비정규직의 진정한 정규직화라면, 노동자 계급 운동에 복무하는 형태로 가야하며, 전국 단위 비정규직 조직이 만들어져야 한다. 협의체 수준으로 출발한다면, 향후 노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차헌호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문재인 정권 문제는 부차적 문제고, 더 중요한 건 지금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고찰”이라며 “민주노조 운동은 정규직, 대공장, 남성 중심으로 한계에 도달해 있다. 기아차 1사1노조 분리 사건, 금속노조의 판매연대 미가입 문제도 터졌다. 민주노조운동의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총괄 스태프는 “오늘날 노동자가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노조는 아니”라며 “‘직장갑질119’는 ‘오픈 카톡’ 하나로 대표성 비슷한 것들을 획득했는데, 지금 노동운동에 가장 절실한 건 비정규직 노동자가 찾을 수 있는 기구, 조직이다. 민주노조 운동이 갖고 있는 무수한 재원에 집중하고 고민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50명이 넘는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토론회를 마치고 같은 장소에서 ‘비정규직 힘다지기 문화마당’이 열렸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한주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김상헌

    무엇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