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 소방수, 윤지영 변호사

[워커스] 소소한 조각모음

“회사에 불만 많으시죠?”

‘직장갑질119’ 스텝 명함에 적혀있는 문구입니다. 스텝들은 햄버거를 사러 간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제보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명함을 나눠줍니다. 소수자,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장 및 인권의 경계 확장을 위한 공익인권법재단인 ‘공감’에서 활동하는 윤지영 변호사는 ‘직장갑질119’ 법률스텝입니다. 노동문제 전반을 아우르면서 대책기구 활동을 하느라 바빴던 윤지영 변호사는 ‘직장갑질119’를 시작하고 나서는 눈코 뜰 새가 없습니다.

“충격을 받았어요. 지금까지 다양한 대책기구에 결합하고, 노동 관련한 사업들을 하면서 현장을 만나왔다고 생각했었어요. ‘직장갑질119’에서, 일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본인들의 이야기를 하는데 제가 몰랐던 사례들이 계속 나오는 거예요. ‘내가 아직 현장을 잘 몰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출처: 윤지영 변호사]

11월 1일 ‘직장갑질119’가 출범한 후 물밀 듯이 많은 제보가 쏟아졌습니다. 한 달 동안 접수된 갑질만 2,021건. 한림성심병원의 선정적인 장기자랑이 ‘직장갑질119’를 통해 언론에 알려지자 많은 병원 간호사・직원들이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서도 선정적인 장기자랑과 송년회가 매년 벌어지고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한림성심병원에 대한 사회적 질타가 이어지고, 정부가 근로감독에 들어가면서 여러 병원에서 장기자랑을 취소했고, 한림성심병원도 체육대회, 장기자랑, 화상회의 등 ‘직장갑질119‘를 통해 알려진 갑질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림성심병원 간호사・직원들은 네이버 밴드에 온라인 모임을 만들었고, 이 온라인 모임은 노동조합으로 가는 초석이 되었습니다.

‘직장갑질119’는 갑질 피해자들에게 “무엇보다 같은 회사, 같은 업종의 종사자, 동료들이 온라인에서 직종별 모임을 만들어 사례를 수집하고 대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동료들을 데려오라고 알립니다. 제보가 많은 직종을 선정해 지속적으로 온라인 모임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만든 온라인 모임이 벌써 4개(12월 20일 기준). 상급단체가 있는 것도, 팔뚝질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명실상부한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노동조합 가입운동’, ‘직장인 권리 찾기 운동’입니다.

이전부터 노동조합 밖에 있는 ‘불안정노동자’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이들을 조력하는 활동을 해 온 윤지영 변호사는 노동운동이 던지는 메시지들이 노동조합 밖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는지,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노동운동이 전념했는지 되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장갑질119를 하기 전부터 제가 만나온 분들은 대부분이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어 있지 않은 분들이었어요. 이분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못한 이유는 두 가지라고 봐요. 하나는 노동조합을 만들거나 기존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에요. 구조적 문제죠. 하지만 두 번째로는 사실상 기존의 노조가 이들을 담아내지 못했기에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기간제교사의 경우가 대표적이죠.”

노동조합 조직률을 확대하기 위해 서는 고민의 방향을 달리해야 합니다. 민주노총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현장에서 고통받는 직장인들과 만나는 연결고리들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윤지영 변호사가 ‘직장갑질 119’에 꽂힌 이유이기도 합니다.

노동조합과 직장인 사이의 연결고리

“기존 캠페인이 탑다운 방식이라면, ‘직장갑질119’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방식이라고 봤어요. 노동조합을 조직한다는 당위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해결하려는 방안을 찾는 것이죠. 직장문제 해결방안을 찾다 보면 결국은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돼요. 한림-성심병원 사례처럼.”

윤지영 변호사는 ‘직장갑질119’의 경험이 노동조합과 직장인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현장에 답이 있는데. 우리가 그 답을 놓치고 있다.’는 마음으로 평범한 직장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오늘도 이메일과 오픈채팅을 봅니다. 답변을 다는 한 글자 한 글자에 고민을 담습니다. ‘변호사’이지만 답변을 ‘변호사’처럼, 법률 중심으로 달아서는 안 된다며 자신을 다그치기도 합니다. ‘직장갑질119’가 ‘상담소’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법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법을 중심으로 사고하면 불법적인 것을 잡아낼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을 따내기는 어려워요. 실제 ‘직장갑질119’에 제보되는 갑질들 대다수는 법적으로 커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고요. 직장의 문화를 바꾸고, 관행을 바꾸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회사를 견제해야 해요.

직장 갑질을 법률로써 해결하려고 하면 해 볼 수 있는 것이 소송, 진정, 고소 정도 잖아요. 이는 당사자들을 제3자로 만들기도 하죠. 법률가들은 스스로 권리를 찾으려는 이들의 조력자가 돼야 해요.”[워커스 38호]
최신기사
기획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온라인 뉴스구독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귀하의 이메일로 주요뉴스를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