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가이드라인 없는 여성 시설...노조 시위하자 계약수탁 종료

사회복지사 급여테이불 일원화돼야

울산지역 여성․시민단체들이 여성긴급전화 1366 울산센터 정상화를 요구 중이다. ‘여성긴급전화 1366울산센터의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11일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는 수탁기관 계약해지로 1366부산센터 운영이 어려워지자 시에서 직접 운영하며 위탁기관을 찾았다”면서, 울산시도 1366울산센터 정상화를 위해 직접 나서라고 촉구했다.

  ‘여성긴급전화 1366울산센터의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가 11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1366울산센터 정상운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 1366울산센터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

1366울산센터는 위탁기관이 운영하다가 울산시와 위․수탁 계약을 해지해 1월 1일부터 잠정 폐쇄된 상태다. 현재 긴급전화는 1366중앙센터로 일시 이관한 상태이며, 피해자 보호는 울산 관내 다른 시설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관련기사)

만 7년 이상 운영돼 왔던 ‘여성 긴급전화 1366 울산센터’. 이런 기관이 왜 하루아침에 잠정 폐쇄됐을까. 노조원과 비노조원, 수탁기관인 사회복지법인 밝은미래복지재단, 울산시는 모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갈등은 해결되지 않았고, 결국 재단과 울산시는 위․수탁 계약을 해지했다. 표면상으로는 상담원이 다른 상담원 징계를 요청하는 등 상담원 간(노조원과 비노조원) 갈등이 극심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급여테이블이 있었다. 그리고 재단은 결국 노조 시위를 계기로 시설 위탁에서 손을 뗐다.

사건 발단은 표준급여테이블 마련

1366울산센터가 현 상항에 이른 계기는 2016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울산시청 여성가족청소년과에 새로 부임한 담당주무관이 1366울산센터 상담원 임금이 들쭉날쭉하고 체계가 없어 보인다며 급여테이블을 새로 만들자고 먼저 센터로 연락해 왔다.

상담원들은 급여테이블을 새로 준비하면서, 상담원 임금이 근속연수와 관계없이 개인마다 상이함을 알게 됐고, 야간수당이 미지급되고 있었던 것 등을 확인했다. 특히, 센터장은 상담원 보다 훨씬 높은 비율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당시 상담원들은 급여테이블을 포함한 처우개선안(14명 중 11명 서명)을 마련했다. 하지만 급여테이블을 마련해 합의서를 작성하는 과정, 이후 2017년 기본급 3.5% 인상문제 등을 두고 상담원 간 이견이 발생하면서 노조원과 비노조원 사이의 갈등은 심화됐다.

비노조원 9명은 노조 측 상담원 5명이 주장하는 야간수당 청구와 2016년에 급여테이블을 마련했음에도 2017년도에 기본급 3.5% 인상을 요구한 것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노조원 5명은 야간수당은 청구할 수 있는 것이고, 기본급 3.5% 인상은 보건복지부 2017년 인건비 가이드라인 기본 방향에 제시된 내용인데도, 재단 측이 호봉승급분을 포함시켰다며 반발했다.

급기야 재단 측이 야간수당을 부산지방노동청울산지청에 진정했던 4명에게만 지급하면서 비노조원과 노조원 간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야간수당을 지급받은 A 상담원은 “그때(2016년 11월) 재단이 야간수당만 모든 상담원에게 일괄 지급했어도 상담원 간 갈등은 이 정도까지 심화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재단 측은 노조원 P 씨가 2017년 진정과 민사소송을 통해 체불임금 지급판정을 받고 나서야 비노조원을 포함한 모든 상담원에게 야간수당을 지급했다.

재단측 시말서 요구와 징계․인사발령
“고용불안 느껴서 노동조합 가입”
재단이 수탁계약 해지한 이유


결국 노동조합원에 대한 징계가 시작됐고 급기야 재단 측은 위탁을 종료하고 말았다.

2016년 4월 처음으로 급여테이블을 만들면서부터 부당징계와 부당전출 등이 행해졌다.

재단 측은 2016년에 상담원이 시청과 급여테이블 문제를 두고 상담했다며 센터장과 상담원 4명에게 시말서를 요구했고, 특정 1인(A 상담원)에게 시청 담당주무관 면담 시 내담자 피해사진을 보여줬다며 2차 시말서를 요구, 2차 시말서 내용이 부족하다며 3차 시말서도 요구했다.

  인사발령 내면서 징계해고. A 상담원이 받은 고용보험 상실 통지서에는 상실 사유가 ‘근로자의 귀책사유에 의한 징계해고, 권고사직’이라고 신고돼 있다. 재단 측은 A 씨를 정상 인사발령했다고 주장했다. [출처: 용석록]

재단 측은 2016년 10월에 A 상담원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감봉2개월 징계처분, 2017년 2월에 재단사무처로 인사발령했다. A 상담원은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두 건 모두 구제신청을 했고, 지노위가 모두 부당하다고 판단해 2017년 6월 28일 원직복직했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2017년 3월, 상담원 가운데 3명이 민주노총 울산지역연대노동조합에 가입했고, 이후 2명이 더 가입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재단의 투명한 자료 공개와 인권탄압(경위서와 시말서 요구, 부당전출, 부당징계 등)을 중단하라며 재단 이사장이 담임목사로 있는 교회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자 재단 측은 계약수탁을 종료하고 말았다. 노조는 교회 앞에서 9월 17일, 10월 1일 시위를 진행했고, 10월 16일 재단은 운영을 그만두겠다고 시청과 협의했다.

기자가 9일 만난 재단 측 관계자는 “재단이 센터 운영을 반납한 가장 큰 이유는 노동조합이 재단 이사장이 담임목사로 있는 울산교회 앞에서 시위한 것 때문”이라고 밝혔다. 재단은 전입금까지 써가면서 노동조합이 요구한 것을 수용했는데, 재단 사업을 지지하거나 후원하는 성도들 앞에서 시위하는 것이 재단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노동조합 요구로 센터 문 닫은 거 아니냐”
“갈등 심화돼서 정상적 업무 어렵다”


1월 4일 비노조원 9명 가운데 5명을 만났다. 이들은 “노동조합 때문에 재단 측이 센터를 운영 못하게 됐고, 우리는 하루아침에 실직상태에 이르렀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노조원들은 노조원들대로 힘겨워 보였고, 비노조원들 역시 많이 지쳐있었다.

“저희가 무조건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예산이 없으면 2014년 가이드라인 적용해도 다 인정하죠. 그런데 전입금과 후원금 등이 있는데, 지출 세부항목 자료공개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재단 측은 한 번도 세부항목을 공개하지 않았어요.” 노동조합에 가입한 A 상담원의 말이다.

재단 측은 2010년부터 2016년 3월까지 야간수당을 명시한 표준급여테이블을 마련하지 않았던 것은 재단의 오류라고 인정했다. 아울러 재단 측은 보건복지부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7년도 보조금 총액이 약 4억8천만원인데, 보건복지부 2017년도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인건비 총액이 보조금 총액을 넘어선다는 주장이다.

노동조합이 요구한 지출 세부항목 미공개에 대한 질문에는 “노조 측이 세부항목 보려면 얼마든지 볼 수 있다”며 노조 주장이 억지라고 항의했다. 정 처장은 징계가 행해진 이유는 재단이 아니라 상담원 간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국 어느 센터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
일원화된 인건비 가이드라인 필요하다


강연희 1366울산센터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장(정의당울산시당 여성위원장)은 “여성가족부가 종사자에 대한 일원화된 급여테이블을 마련해 이를 반드시 이행토록 하는 강제조항을 만들었다면, 1366울산센터와 같은 갈등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차원의 대책이 없으면 “1366울산센터의 일은 전국 어느 사회복지시설에서나 똑같이 반복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심각한 것은 여성가족부는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제시조차 안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산하 사회복지시설은 보건복지부 인건비가이드라인을 준용해서 쓰고 있다. 2017년 기준 여성, 청소년, 다문화가족 등의 시설 10개 분야 가운데 보건복지부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맞춘 시설은 단 한 곳도 없다. 여성가족전화1366은 전국 평균(5호봉 기준) 시설장은 83.9%, 상담원은 90.7%였다.(장재구, ‘사회복지서비스노동자의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벗어나기 이한 개선 방향’)

강연희 위원장은 현 “1366울산센터 사태는 울산시와 여성가족부가 1차 책임자이고, 이어 재단의 책임이 있으며, 노조원과 비노조원은 모두 피해자”라고 했다.

1366울산센터 상담원들은 재단이 12월 31일자로 수탁운영을 해지한 뒤 실업상태에 놓였고, 5명의 노조원은 시청이 고용승계하라며 24시간 1366울산센터 사무실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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