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2차가해 비호한 정진후는 경기교육감 출마 자격 없다”

‘민주노총 김00 성폭력사건’ 피해생존자, 지지모임 “정진후 사퇴 위한 활동 전개할 것”

최근 경기교육감에 출사표를 던진 정진후 전 정의당 국회의원을 두고 출마 선언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08년 ‘민주노총 김00 성폭력 사건’의 피해생존자와 그 지지모임은 정 전 의원이 전교조 위원장으로서 2차 가해자들을 처벌해야 했음에도 오히려 이들을 비호하고 성폭력 사건을 조직적으로 무마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김00 성폭력 사건 피해생존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지지모임)’은 2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처럼 약속한 뒤 피해생존자를 속이고 기만했던 인물이 약자를 보호하고, 아이들을 존중하며 경기도 교육을 책임지고 이끌어나가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2차 가해자는 비호하고, 피해생존자는 배제하는 사람에게 앞으로의 교육을 맡길 수 없다”고 밝혔다.

지지모임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성폭력 사건 처리과정에서 피해생존자와의 약속을 번번이 어기고, 피해생존자와 그 지지모임을 소외시키며 피해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지지모임은 “정진후는 피해생존자를 만나 자신을 믿어달라고 했지만, 정진후를 전교조 위원장으로 배출시킨 의견그룹은 징계재심위원 인선에 개입해 2차 가해자들에 대한 징계를 감형하려 했다. 2차 가해자들만이 조직적으로 비호되는 과정에서 최종책임자는 정진후였다”고 강조했다. 지지모임은 또 “피해생존자에게는 알리지도 않고 2차 가해자들의 사과문을 개재하고 이 과정에서 피해생존자의 신상이 드러날 수 있는 내용이 일방적으로 게재됐다. 그 사과문의 내용에 대해 피해생존자가 반박 글을 실으려 하자, 정진후 본인을 비판한 부분의 삭제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피해생존자가 직접 쓴 글도 이 자리에서 공개됐다. 피해생존자는 정진후 전 의원이 저버린 약속을 언급하며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스스로 출마 선언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피해생존자는 “정진후라는 이름 석 자만 들어도 가슴이 저절로 쿵 내려앉으며 심장이 요동치고 온몸이 부르르 떨린다”라며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정진후에게 아이들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호소했다.

지지모임 소속 이향원 씨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성폭력 사건을 은폐하고 조직적으로 방해한 기관장에 대한 미투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정진후를 말리는 게 반성폭력 역사에 함께하는 길”이라고 지지모임에 연대를 요청했다. 지지모임은 내부 토론을 통해 정진후 전 의원 교육감 후보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활동들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지지모임은 ‘정진후 경기교육감 출마를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연서명을 온라인으로 받고 있다.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서명에 3일 만에 666명이 참여했다. 지지모임은 28일까지 추가 서명을 받을 예정이다.

정진후 “‘허위사실’ ‘명예훼손’ 지켜볼 수 없다…법적인 방법 강구할 것”

같은 날 정진후 전 의원은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저를 ‘2차 가해자를 비호’하고 ‘생존자를 매도’ 하는 사람으로 취급하고 있는데 정말 가슴이 답답하다”면서 “세 번씩이나 ‘허위사실’과 ‘명예훼손’이 반복되는 것을 지켜볼 수가 없다고 판단, 이제는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단호하게 법적인 방법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 해결 과정에서 저는 전교조 위원장이라는 책임으로 조직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조직의 대표로서 도의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전교조 대의원대회에 ‘경고’ 요구를 자임했다”고 강변했다.

정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엔 “지난 30년 초·중등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공교육을 강화해 대한민국 교육 이정표를 제대로 세우겠다”라며 경기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교육감 출마를 선언했다. 정 전 의원은 안양예술고, 의왕 백운중, 수원 제일고에서 교직 생활을 했고, 제14대 전교조 위원장과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성폭력사건 진상규명특위 보고서 “정진후, 직간접적으로 피해자의 고통 가중 시켜”

한편 ‘민주노총 김00 성폭력 사건’은 2008년 수배 중이던 이석행 민주노총 전 위원장의 도피를 주도했던 민주노총 간부 김00이 피해생존자의 집안에 침입해 강간미수라는 성폭력을 저지른 사건이다. 피해생존자는 이석행 전 위원장에게 도피처를 제공할 것을 강요받았고, 피해생존자의 집에서 이 전 위원장이 체포되자 ‘조직보위’ 차원의 허위 진술을 강요받았다. 이밖에 민주노총, 전교조 지도부는 도움을 요청하는 피해자를 외면하고, 조직적 은폐를 시도해 2차 가해 논란까지 휩싸였다.

2009년 3월 민주노총 주도로 꾸려진 ‘김00 성폭력사건 진상규명특별위원회’는 조사 결과 보고서는 “개인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조직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조직 보위 논리에만 배타적으로 의존해 피해자의 조건과 상황에 대한 고려는 물론, 피해자에게 어떠한 생각이나 견해도 묻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허위 진술을 강요했을 뿐만 아니라, 조직의 방침을 관철하기 위해 피해자를 압박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민주노총 및 피해자 소속 연맹의 핵심 간부라 할 수 있는 A, B, C는 성폭력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였으며,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함구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나, 사건 자체가 일상적인 국면이 아닌 긴급한 조직 활동의 과정에서 민주노총 고위 간부와 연루된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도 사건화와 조직적 공론화를 막음으로써 조직적 은폐를 조장했다고 판단된다”고 기록했다. 또 “D의 태도는 피해자의 상황과 고통에 공감하고 조직의 책임을 통감하기보다는 성폭력 사건의 정치적 파장과 조직적 타격을 내세움으로써 직, 간접적으로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킨 행위로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적시했다.

정진후 전 의원은 당시 전교조 위원장으로서 사건 해결의 책임있는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2차 가해자에게 중요 보직을 맡기려 하고, 피해생존자의 요구(2차 가해자 3인의 공개사과와 3년 자숙) 등을 묵살해 피해생존자와 지지모임이 크게 반발했다. ‘민주노총 성폭력사건 평가보고서 채택’ 관련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선 ‘전교조는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말해 “피해자 중심주의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조직보위에만 열을 올렸다”는 비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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